다들 그러쟎아
마지막 장면에서 그러지 말라고 입틀막했다고
사실 나라도 그럴거고
비서나 남실장아저씨나 아빠나 그 드라마에 차수현을 아끼는 다른 모든 사람들의 의견은 거기서 가만히 있어라
그냥 견뎌라 그러면 다 지나간다 쟎아.
수현이도 그렇게 살아왔고.
그게 결과적으로 낫다는 거겠지.
사실로도 맞는 말일거야.
가만히 잊으면 입다물면 넘어가고 잊혀지는게.
그게 제일 그 세계에서 덜 상처입는 방법이니까.
그런데 그것이 정말 차수현스러운 차수현이 원하는 방식인건지 생각해봤어.
몇시간을 차로 유럽의 도시에서 도시로 향한 순간을 제일 좋아했다는 말에.
똘끼 사차원의 소녀였었다는 말에.
가고싶은 콘서트에 떙땡이를 쳤다는 말에.
남주가 넘 현실성없이 바름바름한 캐릭이라는 말들 나오는데
그래서 입체감이 없다고
나는 그렇다기보다 남주가 그냥 너무 곱게 큰 아이라고 생각했어.
사랑하는 사람들 곁에서 힘들때는 응원해주고 하고픈 일은 믿어주고.
그게 진혁이를 직진하게 해주는 힘인듯.
그리고 아마도 수현이를 사랑해서 진혁이도 상처받고 좌절도 하고 직진만으로는 안되는 일도 있다는 걸 온몸으로 깨닫겠지.
진혁이 말대로 군대도 갔다오고 장남이라서 진혁이도 알거야.
의지만으로 안되는 일도 안되는 세상도 분명 있다는 것을.
그런데 거기서 그러지 않는게 나으니까 수현이를 혼자두면, 그러면 자기 마음에 따르는게 아닌걸거야.
진혁이가 하고 싶은건 당장 숨죽이고 수현이한테 득이되는 행동을 계산하는 또다른 조력자가 되는게 아니라
그냥 단순히 수현이가 혼자있지 않게 외롭지 않게, 같이 있고 싶은 그 마음을 멈추지 않게 하는 것인듯.
그래서 나는 오늘 민폐의 연속이었던 진혁이가 오히려 처음으로 인간으로 보였다.
처음으로 수현이가 혼자가 아니었던 것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