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엔 이민지 기자]
김민재의 성장기는 이제부터다.
SBS 월화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극본 류보리/연출 조영민) 남자주인공 박준영(김민재 분)은 한국인 최초로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1위 없는 2위에 입상한 유명 피아니스트이다. 전세계를 돌며 연주 여행을 하고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그는 남모르는 개인사로 시청자들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9월 15일 방송된 6회에서는 박준영이 가장 크게 무너져내리고 흔들릴 수 밖에 없는 이야기들이 펼쳐졌다. 방송 이후 박준영의 행동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지만 그조차도 박준영이라는 캐릭터를 더욱 안쓰럽게 만들며 몰입을 높이고 있다.
이날 박준영은 한현호(김성철 분)과 헤어진 이정경(박지현 분)이 술에 취해 자신의 집 앞에 있다는 소리에 집에 들어가 있으라며 비밀번호를 보냈다. 이정경은 박준영의 집에서 채송아(박은빈 분)의 이름을 적어둔 여러장의 메모를 본 후 채송아를 향한 박준영의 마음을 눈치챘지만 박준영의 집 앞을 찾았던 채송아는 그의 집에서 나오는 이정경을 보고 오해할 수 밖에 없었다.
이 에피소드는 시청자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에 휩싸였다. 다정한 박준영의 성격이 문제라는 반응도 나왔다. 반면 박준영이기에 가능한 행동이었다는 이해의 목소리도 높다.
박준영은 천성이 착하고 다정한 인물이다. 가난했던 어린 시절 피아노라는 꿈을 접어야 할 위기 속에 경후재단의 도움을 받아 피아노를 계속할 수 있었던 것이 그 불행의 시작이었다. 피아노를 계속 할 수 있었지만 아버지의 철없는 행동들은 멈추지 않았다. 이정경(박지현 분) 어머니의 사망 보험금으로 설립된 경후재단의 후원을 받는다는 것은 박준영에게 내내 부채감이었다.
15년이 지난 현재 박준영은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이지만 여전히 가난하고, 경후재단이란 존재는 마음에 무거운 짐을 계속 더하기만 한다. 이정경을 향한 마음을 억누르며 지내온 그가 이정경의 돌발 행동에 괴로워하면서도 선을 그어왔던 것은 한현호와의 우정 때문이기도 하고 이정경을 볼 때마다 떠오르는 부채감과 비참함 때문이기도 하다.
채송아를 배려하고 위로하며 다정한 면모를 보여왔던 박준영이 완전무결하길 바라는 시청자들의 마음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하지만 그를 둘러싼 세상은 그렇게 녹록하지 않다.
한현호와의 15년 우정을 지켜야하고 그래서 이정경에게 줄곧 차갑게 말하며 선을 그어왔다. 하지만 이정경을 매몰차게 끊어낼 수 없는 상황이 연이어 등장했다. 부모님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경후재단 이사장 나문숙(예수정 분)은 자신의 아버지 사고를 수습해주고 있었고 이정경 역시 그의 가족을 돕고 있었다. 누군가의 슬픔 값으로 피아노를 계속할 수 있었다는 부채감은 점점 무거워만졌다. 내내 감추고 있던 속내를 처음 드러냈는데 나문숙은 못났다고만 질책했다.
그럼에도 박준영은 다정함을 잃지 않아왔다. 박준영이 오랜 친구 이정경에게 취객을 피하라며 자신의 집 비밀번호를 알려준 것도 다르지 않은 맥락이다. 게다가 매일 다른 호텔에서 잠들어야 했던 7년인터라 박준영에게 집은 큰 의미가 없는 공간이기도 하다.
채송아에게 자신의 어려움을 솔직하게 말하지 않는 것 역시 박준영이기에 당연하다. 힘든 날엔 채송아가 떠오르고 채송아와의 만남 그 자체에서 힐링 하지만 자신의 어려움은 털어놓지 않는. 채송아는 그런 박준영이 서운하지만 자신의 모든 사정을 말 할 수 없는 박준영의 입장도 이해못할 바는 아니다.
무엇보다 박준영은 자신의 감정표현에 익숙하지 않은 인물이다. 표현뿐 아니라 자신의 감정 상태를 자각조차 하지 못해왔다. 자신의 아픔과 슬픔보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먼저 살피고 속내를 감추는 것이 천성이다. 이 때문에 자신의 욕망을 드러내는 것은 커녕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고 살아왔다. 피아노를 사랑해서 시작했지만 피아노 때문에 괴로워하고 재능없는 것이 오히려 축복이라 말할 수 밖에 없을 정도의 상황들 속에서 살아온 탓이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누굴 좋아하는지, 누군가를 향한 감정이 부채감인지 연민인지 사랑인지 확실히 알지 못한다. 채송아를 향해 "보고 싶었다"는 고백 같은 말을 아무렇지 않게 솔직히 내뱉을 수 있는 것 역시 자신의 감정을 스스로도 잘 모르고 있기에 가능하다. 상처받은 채송아를 최선을 다해 위로하지만 자신의 행동이 어떻게 해석될지 자각이 없을만큼 자신의 감정에 무지한 상태고 계산할 줄도 모른다.
다행이랄지 박준영에게는 채송아라는 안식처가 생겼다. 채송아는 꿈과 현실 앞에서 힘들어하지만 사랑할 줄 알고,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갖고 있는 인물이다. 박준영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주고, 그의 재능을 질투하기 보다 감동할 줄 안다. 이날 방송 말미에는 어쩔 수 없이 흘러 넘치는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고백했다. 자신의 감정을 자각하지 못하고 표현할 줄도 모르는 박준영이 그런 채송아와 만나 어떻게 성장해나가는지를 보는 것은 이 드라마의 또다른 묘미이다. (사진=SBS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캡처)
뉴스엔 이민지 oing@
https://n.news.naver.com/entertain/article/609/0000327282
김민재의 성장기는 이제부터다.
SBS 월화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극본 류보리/연출 조영민) 남자주인공 박준영(김민재 분)은 한국인 최초로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1위 없는 2위에 입상한 유명 피아니스트이다. 전세계를 돌며 연주 여행을 하고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그는 남모르는 개인사로 시청자들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9월 15일 방송된 6회에서는 박준영이 가장 크게 무너져내리고 흔들릴 수 밖에 없는 이야기들이 펼쳐졌다. 방송 이후 박준영의 행동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지만 그조차도 박준영이라는 캐릭터를 더욱 안쓰럽게 만들며 몰입을 높이고 있다.
이날 박준영은 한현호(김성철 분)과 헤어진 이정경(박지현 분)이 술에 취해 자신의 집 앞에 있다는 소리에 집에 들어가 있으라며 비밀번호를 보냈다. 이정경은 박준영의 집에서 채송아(박은빈 분)의 이름을 적어둔 여러장의 메모를 본 후 채송아를 향한 박준영의 마음을 눈치챘지만 박준영의 집 앞을 찾았던 채송아는 그의 집에서 나오는 이정경을 보고 오해할 수 밖에 없었다.
이 에피소드는 시청자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에 휩싸였다. 다정한 박준영의 성격이 문제라는 반응도 나왔다. 반면 박준영이기에 가능한 행동이었다는 이해의 목소리도 높다.
박준영은 천성이 착하고 다정한 인물이다. 가난했던 어린 시절 피아노라는 꿈을 접어야 할 위기 속에 경후재단의 도움을 받아 피아노를 계속할 수 있었던 것이 그 불행의 시작이었다. 피아노를 계속 할 수 있었지만 아버지의 철없는 행동들은 멈추지 않았다. 이정경(박지현 분) 어머니의 사망 보험금으로 설립된 경후재단의 후원을 받는다는 것은 박준영에게 내내 부채감이었다.
15년이 지난 현재 박준영은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이지만 여전히 가난하고, 경후재단이란 존재는 마음에 무거운 짐을 계속 더하기만 한다. 이정경을 향한 마음을 억누르며 지내온 그가 이정경의 돌발 행동에 괴로워하면서도 선을 그어왔던 것은 한현호와의 우정 때문이기도 하고 이정경을 볼 때마다 떠오르는 부채감과 비참함 때문이기도 하다.
채송아를 배려하고 위로하며 다정한 면모를 보여왔던 박준영이 완전무결하길 바라는 시청자들의 마음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하지만 그를 둘러싼 세상은 그렇게 녹록하지 않다.
한현호와의 15년 우정을 지켜야하고 그래서 이정경에게 줄곧 차갑게 말하며 선을 그어왔다. 하지만 이정경을 매몰차게 끊어낼 수 없는 상황이 연이어 등장했다. 부모님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경후재단 이사장 나문숙(예수정 분)은 자신의 아버지 사고를 수습해주고 있었고 이정경 역시 그의 가족을 돕고 있었다. 누군가의 슬픔 값으로 피아노를 계속할 수 있었다는 부채감은 점점 무거워만졌다. 내내 감추고 있던 속내를 처음 드러냈는데 나문숙은 못났다고만 질책했다.
그럼에도 박준영은 다정함을 잃지 않아왔다. 박준영이 오랜 친구 이정경에게 취객을 피하라며 자신의 집 비밀번호를 알려준 것도 다르지 않은 맥락이다. 게다가 매일 다른 호텔에서 잠들어야 했던 7년인터라 박준영에게 집은 큰 의미가 없는 공간이기도 하다.
채송아에게 자신의 어려움을 솔직하게 말하지 않는 것 역시 박준영이기에 당연하다. 힘든 날엔 채송아가 떠오르고 채송아와의 만남 그 자체에서 힐링 하지만 자신의 어려움은 털어놓지 않는. 채송아는 그런 박준영이 서운하지만 자신의 모든 사정을 말 할 수 없는 박준영의 입장도 이해못할 바는 아니다.
무엇보다 박준영은 자신의 감정표현에 익숙하지 않은 인물이다. 표현뿐 아니라 자신의 감정 상태를 자각조차 하지 못해왔다. 자신의 아픔과 슬픔보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먼저 살피고 속내를 감추는 것이 천성이다. 이 때문에 자신의 욕망을 드러내는 것은 커녕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고 살아왔다. 피아노를 사랑해서 시작했지만 피아노 때문에 괴로워하고 재능없는 것이 오히려 축복이라 말할 수 밖에 없을 정도의 상황들 속에서 살아온 탓이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누굴 좋아하는지, 누군가를 향한 감정이 부채감인지 연민인지 사랑인지 확실히 알지 못한다. 채송아를 향해 "보고 싶었다"는 고백 같은 말을 아무렇지 않게 솔직히 내뱉을 수 있는 것 역시 자신의 감정을 스스로도 잘 모르고 있기에 가능하다. 상처받은 채송아를 최선을 다해 위로하지만 자신의 행동이 어떻게 해석될지 자각이 없을만큼 자신의 감정에 무지한 상태고 계산할 줄도 모른다.
다행이랄지 박준영에게는 채송아라는 안식처가 생겼다. 채송아는 꿈과 현실 앞에서 힘들어하지만 사랑할 줄 알고,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갖고 있는 인물이다. 박준영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주고, 그의 재능을 질투하기 보다 감동할 줄 안다. 이날 방송 말미에는 어쩔 수 없이 흘러 넘치는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고백했다. 자신의 감정을 자각하지 못하고 표현할 줄도 모르는 박준영이 그런 채송아와 만나 어떻게 성장해나가는지를 보는 것은 이 드라마의 또다른 묘미이다. (사진=SBS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캡처)
뉴스엔 이민지 o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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