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인 이상기후 현상이 세계 와인산업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이탈리아, 프랑스와 같은 유럽의 대표적인 와인산지들은 이미 기후격변의 여파로 생산량 급감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과거 16세기 소빙기현상으로 인해 급격한 변동을 겪었던 유럽의 와인산업이 400년만에 발생한 극심한 이상기후 상황에 어떻게 대처할지 전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28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들에 의하면, 이탈리아 와인산업이 최근 지구온난화에 따른 이상기후현상에 따라 직격탄을 맞고 있다. 세계적 와인산지로 유명한 이탈리아 북동부 지역의 경우, 최근 높아진 기후로 포도 속 당분이 더 빨리 알코올로 발효되면서 와인 맛이 달라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 지역 농업연구소 조사에 의하면 1990년대 최고 기온이 섭씨 35도 이상인 경우는 한두차례였던데 비해 올해는 13일을 넘기면서 포도맛이 변했다. 이에따라 일부 와인 생산업자들은 포도농장을 지금보다 해발고도가 높은 지역으로 옮기기도 했다.
세계적 와인 산지로 유명한 프랑스 보르도 지역 포도밭 모습. 봄철 서리, 이어진 여름 대폭염과 가뭄으로 포도 생산량이 급감한 프랑스는 와인 농가들에게 와인 비축량을 20%까지 늘릴 수 있게 허용했다.(사진=프랑스 관광청)
기후변화에 따른 와인 생산량 감소 문제는 올해 유례없는 북반구 대폭염을 겪은 이후 유럽 지역에서 계속 우려하던 문제다. 영국 가디언 등 외신들에 의하면, 이탈리아와 프랑스, 스페인 등 세계 주요 와인산지에서 포도 수확량이 급감해 슈퍼마켓에서 파는 보급형 와인의 가격까지 30% 이상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프랑스 와인 생산을 관리, 감독하는 국립원산지품질연구소(INAO)에서는 지난 6월, 와인 농가들에게 연간 와인 생산량의 20%까지 비축할 수 있도록 허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와인생산량 급감에 대비하라는 조치다.
세계적 와인 산지로 유명한 프랑스 보르도 지역의 경우엔 봄철 서리와 여름철 폭염 및 가뭄 피해로 생산량이 40% 이상 감소했다. 화이트 와인 산지로 유명한 프랑스 동부 알사스 지역도 서리와 가뭄피해로 생산량이 급감했고, 스페인 북부 전역도 와인 생산량이 40~60%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제포도와인기구(OIV)도 전세계 와인 생산량이 전년대비 8.2% 이상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빵과 포도주는 카톨릭 교회의 성찬예식에 없어선 안될 중요한 성물로 여겨져서 중세 유럽 사회는 포도의 생산량 변화에 매우 민감했다. 16세기 소빙기 현상으로 와인 생산량 및 생산시기가 급변했고, 이것이 종교개혁의 한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하기도 했다.(사진=아시아경제DB)
유럽에서 와인 생산 감소에 더욱 민감한 것은 와인이 단순한 사치성 주류에 그치지 않고, 역사 속에서 유럽인들의 삶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어온 음료이기 때문이다. 크리스트교가 공인된 이후, 중세시대 동안 와인은 카톨릭 교회의 예식에 쓰이는 '주님의 피'로 쓰였으며, 이로 인해 기후 변화에 따른 포도 생산량의 급격한 변화는 신의 징벌로 인식되기도 했고, 사회변동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특히 와인 생산량 변화는 16세기 종교개혁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16세기 극심해진 소빙기 현상과 달력 오차 누적 등의 문제로 포도 생산량이 급감하고, 포도 수확시기가 예년에 비해 보름이상 차이가 나는 변화가 발생하자 카톨릭 교회의 권위가 크게 약화됐었다. 특히 와인 소비량이 컸던 부활절 시기에 와인을 생산할 포도 조달조차 어려워지면서 민심은 극도로 흉흉해졌었고, 교회는 대중적인 신뢰를 잃게 됐다. 이로 인해 보다 정확한 달력을 만들고자 달력개정운동이 일어나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달력인 그레고리우스력이 1582년 제정되기도 했다. 이 달력개정운동 당시 논쟁의 대상이 된 '지동설'은 유럽의 과학혁명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와인 생산량의 변화가 사회 변혁으로 이어졌던 셈이다.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hm&sid1=104&oid=277&aid=0004344916
헐안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