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하라 사건’이 중국 여성들의 분노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다. 가수 구하라(27)가 전 남자친구에게 성관계 동영상으로 협박을 받았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 중국 네티즌들이 ‘리벤지(보복) 포르노’를 규탄한 한국 ‘혜화역 시위’를 지지하고 있다고 SCMP가 10일 보도했다.
SCMP는 많은 사람이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 등에서 한국 여성의 용기를 높이 평가하고 있고, 이 사건이 중국에서 올해 초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여성들 사이에서는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찍히는 성관계 영상 문제에 관해 활발한 토론이 진행됐다.
중국 네티즌이 주목한 것은 지난 6일 한국에서 열린 다섯 번째 혜화역 시위다. 서울 종로구 혜화역 일대에서 개최된 ‘편파 판결·불법 촬영 규탄 시위’에는 여성 6만명(주최 측 추산)이 모였다. 이날 시위에서는 전 남자친구에게 성관계 영상을 메신저로 전해 받고 협박당했다는 구씨의 주장이 언급되며 리벤지 포르노 처벌 강화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리벤지 포르노는 보복을 목적으로 헤어진 연인의 성 관련 사진·영상을 유포하는 것을 뜻한다.
이와 관련한 시나닷컴의 기사는 웨이보에서 6500번 이상 공유됐고, 3만 개가 넘는 ‘좋아요’를 받았다고 SCMP는 전했다. 한 네티즌은 웨이보에 "여성이 자신의 권리를 위해 목소리를 낼 수 없다고 누가 말하는가. 그들은 자신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자발적으로 조직됐다. 그들은 정의의 자매이며, 더는 성폭력과 몰래카메라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라며 시위의 의의를 높게 평가했다.
중국판 카카오톡인 위챗에선 시위를 중국 사회의 모습과 비교해 쓴 글이 올라와 화제가 됐다. 한 네티즌은 위챗에 "용감한 한국 여성이 소리치고 있는 슬로건은 우리를 격려하고 있다"며 "아마 우리가 비슷한 환경에서 차별받았고 피해를 봤으며 모욕을 당해왔기 때문일 것이다"라고 썼다.
그러나 일부 네티즌은 이와 관련 여성이 조심해야 하는 일이며, 남성과 무모한 사진이나 영상을 찍으면 안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는 10년 전 중국 온라인에서 유명 연예인의 성관계 사진과 영상이 퍼졌을 때 대중의 반응과 확연히 다른 모습이라고 SCMP는 전했다. 2008년 홍콩 영화배우 진관희(에디슨 첸)와 여성 연예인 10여 명의 적나라한 모습이 찍힌 사진·동영상이 유출돼 논란이 일었다. 그러나 당시 대중에게 가혹한 평가를 받은 쪽은 유출의 피해자인 여성 연예인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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