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식이는 한강 이남 최고의 삼겹살 전문가다. 10년간 남의 가게에서 설거지 보조부터 홀서빙까지 섭렵했다. 이제 손님 팁이 언제 어떻게 나오는지까지 알 정도다. ‘이제 너도 네 가게 해야지’라는 주위 권유도 있고 결혼도 앞둬 돈 많은 정육 도매 회장님을 소개받아 투자를 받아냈다.
성공 확신이 들었지만, 아무래도 대여보단 투자가 낫지, 싶었다. 대여는 갚아야 하지만, 투자는 잘 되면 지분만큼 나누고 망하면 그냥 미안해하면 되기 때문이다. 쩐주는 민식이에게 선뜻 지분과 인센티브를 약속했다. 그래야 민식이가 영혼을 갈아 넣을 것이기 때문이다. 친구들은 ‘상장사도 아닌데 지분 큰 의미 없다’고 했지만, 질투라 여기고 밥을 샀다.
결과는 대박. 민식이가 개발한 야전삽 위에서 구워주는 삼겹살 덕분에 가게는 인스타 성지가 됐고, 젊은 요식업 CEO로 ‘유퀴즈’까지 나갔다. 그런데 문제는 가게가 아무리 잘 돼도 쩐주가 가져가는 돈이 더 많았다는 거였다. 못마땅했고 이 점포를 내 걸로 만들어야 했다. 변호사는 회장의 약점부터 캐오라고 귀띔했다.
경리를 꼬드겨 정육 도매상 회계장부를 훔쳐보고, 형님의 단골 골프장과 룸살롱을 은밀히 알아봤다. 뭐라도 잡히면 터뜨릴 생각? 전혀 없다. 힘들 때 시드 대준 고마운 형님 아닌가. 다만, 조용히 만나 ‘애인 있는 거 형수님이 아시냐?’, ‘도박하는 거 교회분들이 알면 얼마나 실망하겠냐’며 걱정해주고 ‘가게 넘기시라’고 제안만 할 생각이었다. 과연 민식이는 어떻게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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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식이의 최대 실수는 투자를 받은 거다. 아파트와 차, 시계를 팔아 사업을 했더라면 잉여는 모두 내 차지가 된다. 남의 돈은 독이 묻어 있어서 늘 무서운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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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벌넘이네 민식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