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n.news.naver.com/article/658/0000071293?sid=102
시급 1000원 안 되는 노동…“벗어날 수 없다”
지난 12일 오전 9시 부산진구 개금동 한 거리에서 만난 78세 김영숙 씨는 허리가 굽어 지치는 날까지 일하다가 단칸방에서 벗어나 손자와 함께 사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그녀의 일은 폐지 수거. 이날도 길가에 버려진 박스를 정리하고 있었다. 옆에 놓인 수레에는 폐지가 집채만큼 쌓여 있었다. 언뜻 봐도 몸무게의 서너 배는 넘을 양이었다. 김 씨는 “지나던 어린아이가 나를 보고는 꼭 개미 같다고 하더라. ‘일을 열심히 해서 그런가’ 싶었다. 그런데 어느 날 상가를 지나다 유리창에 구부정하게 리어카를 끌고 가는 내 모습이 보였는데 꼭 개미 같았다”며 웃었다.
김 씨의 출근 시각은 밤 11시. 식당이나 주점·편의점에서 음식물 쓰레기와 함께 폐지가 나오기 시작하는 때다. 리어카를 끌고 개금동에서부터 부암동을 거쳐 전포동 일대를 누빈다. 편도로 5.5㎞로 그의 나이를 고려하면 맨몸으로 걷는 데만 약 2시간 걸리는 거리다. 그러나 폐지를 모으려면 시장이나 상가 일대를 돌아야 한다. 고물상으로 가는 거리까지 합하면 왕복으로 15㎞는 훌쩍 넘는 거리를 오갈 것으로 보인다.
4, 5년 전만 해도 김 씨의 출근 시각은 동이 트기 전인 오전 6시 즈음이었다. 그러다 어느 날인가부터 수레를 채울 폐지가 점점 줄어들고, 비슷한 행색의 추레한 노인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일거리를 뺏기지 않으려 출근 시각을 앞당기다 보니 낮과 밤이 완전히 바뀌었다. 아들쯤 되는 취객에게 봉변당하는 경우는 다반사. 차에 치일 뻔한 적도 여러 번이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의 ‘2023년 폐지 수집 노인 실태조사’를 살펴보면 우리나라 폐지 수집 노인은 약 4만1876명이다. 부산에는 1641명이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폐지 수집 중 부상을 경험한 노인은 22%, 교통사고 경험률은 6.3%나 된다. 이는 전체 노인 보행자의 교통사고 경험률 0.7%(2020년 기준)의 9배에 이르는 수치지만, 폐지 수집 노인의 절반 이상이 생계 목적으로 폐지를 줍고 있어 일을 그만둘 수도 없는 상황이다.
부산 지역 폐지 수집 노인이 처한 상황은 더 열악할 것으로 보인다. 도로가 굽은 데다 비탈길도 많은 탓이다. 이때문에 목숨을 걸고 폐지를 운반하는 경우도 흔하다.
돈을 모아서 폐지 수거 일을 그만두는 게 꿈인 정인호 씨(75·연제구 연산동 )는 며칠 전 일을 떠올리면 지금도 온몸에 전기가 ‘찌릿’하고 흐른다고 한다. 그는 매일 오전 리어카에 100㎏이 넘는 폐지를 나른다. 리어카 무게까지 합하면 150㎏이 넘는다. 내리막길을 지나야 고물상에 도착하는데 도로에서 신호라도 걸리면 온몸으로 그 무게를 견뎌내야 한다. 버팀목은 걸어 다닐 때도 후들거릴 정도로 부실한 두 다리뿐. 보도로 다닐 수는 없다.
도로교통법상 너비 1m가 넘는 손수레는 ‘차’로 분류돼 인도 통행이 불법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울퉁불퉁하고 10㎝가 넘는 턱이 있는 보도에 서는 바퀴가 굴러가지 않는다.
시급 1000원 안 되는 노동…“벗어날 수 없다”
지난 12일 오전 9시 부산진구 개금동 한 거리에서 만난 78세 김영숙 씨는 허리가 굽어 지치는 날까지 일하다가 단칸방에서 벗어나 손자와 함께 사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그녀의 일은 폐지 수거. 이날도 길가에 버려진 박스를 정리하고 있었다. 옆에 놓인 수레에는 폐지가 집채만큼 쌓여 있었다. 언뜻 봐도 몸무게의 서너 배는 넘을 양이었다. 김 씨는 “지나던 어린아이가 나를 보고는 꼭 개미 같다고 하더라. ‘일을 열심히 해서 그런가’ 싶었다. 그런데 어느 날 상가를 지나다 유리창에 구부정하게 리어카를 끌고 가는 내 모습이 보였는데 꼭 개미 같았다”며 웃었다.
김 씨의 출근 시각은 밤 11시. 식당이나 주점·편의점에서 음식물 쓰레기와 함께 폐지가 나오기 시작하는 때다. 리어카를 끌고 개금동에서부터 부암동을 거쳐 전포동 일대를 누빈다. 편도로 5.5㎞로 그의 나이를 고려하면 맨몸으로 걷는 데만 약 2시간 걸리는 거리다. 그러나 폐지를 모으려면 시장이나 상가 일대를 돌아야 한다. 고물상으로 가는 거리까지 합하면 왕복으로 15㎞는 훌쩍 넘는 거리를 오갈 것으로 보인다.
4, 5년 전만 해도 김 씨의 출근 시각은 동이 트기 전인 오전 6시 즈음이었다. 그러다 어느 날인가부터 수레를 채울 폐지가 점점 줄어들고, 비슷한 행색의 추레한 노인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일거리를 뺏기지 않으려 출근 시각을 앞당기다 보니 낮과 밤이 완전히 바뀌었다. 아들쯤 되는 취객에게 봉변당하는 경우는 다반사. 차에 치일 뻔한 적도 여러 번이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의 ‘2023년 폐지 수집 노인 실태조사’를 살펴보면 우리나라 폐지 수집 노인은 약 4만1876명이다. 부산에는 1641명이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폐지 수집 중 부상을 경험한 노인은 22%, 교통사고 경험률은 6.3%나 된다. 이는 전체 노인 보행자의 교통사고 경험률 0.7%(2020년 기준)의 9배에 이르는 수치지만, 폐지 수집 노인의 절반 이상이 생계 목적으로 폐지를 줍고 있어 일을 그만둘 수도 없는 상황이다.
부산 지역 폐지 수집 노인이 처한 상황은 더 열악할 것으로 보인다. 도로가 굽은 데다 비탈길도 많은 탓이다. 이때문에 목숨을 걸고 폐지를 운반하는 경우도 흔하다.
돈을 모아서 폐지 수거 일을 그만두는 게 꿈인 정인호 씨(75·연제구 연산동 )는 며칠 전 일을 떠올리면 지금도 온몸에 전기가 ‘찌릿’하고 흐른다고 한다. 그는 매일 오전 리어카에 100㎏이 넘는 폐지를 나른다. 리어카 무게까지 합하면 150㎏이 넘는다. 내리막길을 지나야 고물상에 도착하는데 도로에서 신호라도 걸리면 온몸으로 그 무게를 견뎌내야 한다. 버팀목은 걸어 다닐 때도 후들거릴 정도로 부실한 두 다리뿐. 보도로 다닐 수는 없다.
도로교통법상 너비 1m가 넘는 손수레는 ‘차’로 분류돼 인도 통행이 불법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울퉁불퉁하고 10㎝가 넘는 턱이 있는 보도에 서는 바퀴가 굴러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