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유머

7B9QgzUn04kM0WMGOaCsSe.jpg


안녕하세요김은숙입니다먹고살려고 시작한 드라마였는데 먹여주고 살려주고그렇게 드라마 작가로 산 지 올해로 딱 20년 되었습니다돌이켜 보면 지난 20년 동안 과분한 영광도 받았고 뼈아픈 지적도 받았습니다그래서 전 아직도 시청률 받아보던 아침 일곱 시가 되면 심장이 뛰고 떨립니다또 돌이켜 보면 한 작품이 끝나면 다음 작품으로그 작품이 끝나면 또 그다음 작품으로저는 저를 끊임없이 증명하려고 했었고그래서 첫 드라마를 시작한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단 하루도 퇴근한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미안하게도 세상 돌아가는 일과 살림은 모두 식구들의 손을 빌렸습니다최근에는 몇 년 전에 사놓았던 무선 헤드폰의 사용법을 익혔는데익혔다기보단 식구들이 다 연결해 준 다음 제 머리에 씌워준 것이 더 맞습니다암튼 남들은 다 잘만 쓴다길래 저도 써봤더니 매우 편리하였지만선도 없는 것이 내내 믿음이 가지 않아서 선을 다시 꽂는 저한테 남편이 당신은 그냥 글만 써라언제까지 쓸래하길래 그러게언제까지 쓰지생각하다가 아 그날이겠구나 싶었습니다역시나 몇 년 전 손에 익은 자판이 단종된 걸 알고 수개월에 걸쳐 같은 자판은 구해 쌓아놓고 곶감 빼 먹듯 사용 중인데더는 이 자판을 구할 수 없는 날에 드라마 그만 써야지 결심했었습니다그러던 차에 이렇게 큰 상을 주신단 소식을 들었습니다. ‘심사의 말을 읽으면서 과연 이게 나인가 무서웠습니다그러다 그 한 줄 한 줄을 붙잡고 매달려 보라는 동아줄이구나 깨닫고 너무 감사했습니다.


제가 처음 드라마를 시작할 땐 드라마가 모두 밤 10시에 시작하던 조금은 단순했던 시대였습니다하지만 요즘은 아침에 눈 뜨면 세상의 가치들이 변해 있습니다시청자의 취향은 다양해졌고 눈높이는 선명해졌습니다뒤처지지 않으려고 허덕허덕 따라잡고 있지만하루에도 몇 번씩 갈팡질팡하곤 합니다. 타고난 체력은 이미 다 끌어다 썼고 다음 생의 정신력까지 끌어다 썼으며 그다음 생의 행운까지 모두 끌어다 쓴 것 같아 두렵기도 합니다이렇게 부족한 저에게 너무나 큰상 주셔서 감사합니다정신 번쩍 들게 해주시는 후배 작가님들과 인생작을 선물해 주신 동료 작가님들길을 잃고 막막할 때마다 지도가 되어주신 선생님들께 특별히 감사드립니다.하늘 아래 새로운 것 없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푼어치 새로운 것을 찾아 늘 정진하겠습니다그러려면 달달한 것부터 좀 끊어야 하고 지금보다 더 좀 많이 걸어야 하겠지만두서없는 이 글이 마음에 걸리지만오늘은 일단 아주 기쁜 마음으로 껑충껑충 퇴근하겠습니다모두 너무 고맙습니다.

  • tory_1 2024.04.28 01:58
    소감을 외우고 다니고 싶을 정도로 기품있고 겸손해
    그 와중에 정말 우아하고 재치도 있고 말맛도 있고 멋도 있고

    작가님 작품 오래오래 하세요ㅠㅠ
  • tory_2 2024.04.28 02:02
    응원합니다
  • tory_3 2024.04.28 02:19
    진짜 읽기 쉽고 이해 잘 되고 멋있기까지 함ㅋㅋㅋ
  • tory_4 2024.04.28 03:35

    이거 전체 원문 어디가면 볼 수 있어? 구글링해도 안나와 

  • W 2024.04.28 04:04
    https://www.ktrwa.or.kr/contents/intro/2024_01.pdf
  • tory_6 2024.04.28 04:41

    진심이 느껴지는 글이다 갈수록 좋아지는 작가야

  • tory_7 2024.04.28 05:17

    마지막문단 참 좋다

  • tory_8 2024.04.28 07:03
    와 진짜 글 좋다
  • tory_9 2024.04.28 07:49
    멋지다
  • tory_10 2024.04.28 09:07
    진짜 멋있다
  • tory_11 2024.04.28 09:38
    멋지다. 공유고마워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날짜 조회
전체 【영화이벤트】 따사로운 위로, 힐링 무비! 🎬 <아침이 오면 공허해진다> 파워 공감 시사회 7 2024.05.09 695
전체 【영화이벤트】 기막힌 코미디 🎬 <드림 시나리오> ‘폴’과 함께하는 스윗 드림 시사회 26 2024.05.07 2026
전체 【영화이벤트】 우리는 지금도 행복하다 🎬 <찬란한 내일로> 시사회 15 2024.05.03 4031
전체 【영화이벤트】 전 세계 2,500만 부 이상 판매된 베스트셀러 원작 애니메이션 🎬 <창가의 토토> 시사회 16 2024.05.02 3878
전체 디미토리 전체 이용규칙 2021.04.26 572501
공지 🚨 시사, 정치, 정책관련 게시물/댓글 작성금지 2022.03.31 480425
공지 🔎 이슈/유머 게시판 이용규칙 2018.05.19 1122172
모든 공지 확인하기()
483319 이슈 애플 '아이패드 프로' 광고 공식 사과 성명 발표 ㄷㄷㄷ (매우 이례적인 일..) 4 09:44 166
483318 유머 범죄도시4를 본 미국평론가 3 09:43 124
483317 이슈 어제자 KBO 순위 + 오늘 경기 선발 투수 8 09:40 127
483316 기사 민희진 측 "하이브가 어젯밤 불법 감사"…하이브 "문제 없다" 10 09:40 213
483315 이슈 미국 보그에서 기획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화보 (feat. 켄달 제너) 6 09:40 123
483314 기사 [단독] '여친 살해' 의대생, 부모 통화 끝에 "약 놓고 와"...피해자 발견 90분 지체 1 09:38 326
483313 이슈 할부지, 푸바오도 할부지 데리러 갈래요 6 09:36 281
483312 이슈 실시간 럽스타 터진 변우석 56 09:32 1329
483311 이슈 ?? : 여자들이 약간의 고통을 즐기는 것 같기도 해요 7 09:32 388
483310 이슈 7살 아이 성추행한 80대 노인놈 (주의-영상有) 36 09:21 731
483309 기사 NCT 마크, 내년 2월 첫 솔로 앨범…싱글 '200' 깜짝 발표 12 09:16 169
483308 이슈 일본 여행 협찬 들어온거 다 까고 절대 일본 안간다고 선언한 여행 유투버.jpg 24 09:14 1440
483307 이슈 손석구 버버리 앰버서더 발탁 24 09:13 660
483306 기사 의료공백 장기화에 '초강수'…외국 의사면허자도 의료행위 가능 79 08:51 1449
483305 이슈 방탄소년단 정국 'Seven', 프랑스음반협회 '골드' 인증 획득 2 08:45 175
483304 기사 [공식] 어도어 "하이브, 심야 여직원 집 찾아가 불법적 감사…민희진 흠잡으려는 의도" 주장 (전문) 75 08:43 2014
483303 이슈 행복의나라 8월 개봉포스터 4 08:36 601
483302 이슈 카페에서 르세라핌 대신 이거 틀었는데 손님이 이 노래 누가불렀냐고 물어봄 10 08:22 3040
483301 이슈 아이폰 16 기본 라인업 진짜 이렇게 나온다면 톨들이 구매하고 싶은 색상은? 42 08:22 1463
483300 이슈 구독자수 10만 이상 여행 유튜버중 아직 일본 안간 유튜버들 34 08:21 2422
목록  BEST 인기글
Board Pagination 1 2 3 4 5 6 7 8 9 10 ... 24166
/ 24166

Copyright ⓒ 2017 - dmitory.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