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405100600011
80대 노부부가 사는 주택 창고에서 불이 났을 때 가장 먼저 도착한 것은 119구급대였다. 2023년 12월 첫날, 고향 제주로 2년 만에 다시 돌아온 임성철 소방교(당시 29세·순직 후 소방장으로 특진)도 제주동부소방서 표선구급대 구급대원으로 현장에 출동했다.
제주의 한 대학 응급구조학과를 졸업한 임 소방교는 불을 끄는 진압대원이 아닌 ‘119구급대원’으로 소방관 일을 시작했다. 그는 2019년 5월 경남창원소방본부 소방관 채용해 합격해 구급대원으로 활약한 ‘경력직’이었다.
소방공무원 중 구급 업무는 신속 정확한 응급환자 처치와 병원이송이 주요 임무다. 구급대원에 응시하려면 의사·간호사 면허증 또는 응급구조사 1급 자격증을 취득한 뒤 병원 등에서 응급의료업무를 2년 이상 수행한 경력이 있어야 한다. 필기시험 과목에도 응급처치학개론이 포함돼 있다. 의학적 전문지식이 필요한 모든 구급대원은 경력 채용으로 뽑는다.
오전 1시 8분, 소방호스로 불을 뿌리던 임 소방교 머리 위에 있던 창고 처마가 갑자기 무너져 내렸다. 처마 무게는 8950㎏. 온몸이 콘크리트 더미에 깔린 그의 오른팔은 소방호스를 잡은 채 마지막까지 불이 난 창고를 향하고 있었다.
현장을 목격한 소방대원들이 손으로 잔해를 들어 올리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유압기 등 구조 장비를 동원해 오전 1시 14분 구출했지만 숨진 상태였다. 그가 착용했던 헬멧은 콘크리트 낙하 충격으로 깨져 있었다.
불을 끌 수 있는 펌프차에는 지휘를 담당하는 선착대장과 운전대원을 제외하면 진압대원은 1명뿐이었다. 인원이 부족해 구급대원인 임 소방교가 진압대원 역할까지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런 유형의 사고가 처음도 아니었다. 1997년 10월 전북 정읍의 한 마을 농협창고에서 발생한 화재 현장에서 불을 끄던 소방관이 무너진 콘크리트 구조물에 머리를 맞아 사망했다. 당시 사고도 창고 처마 구조물이 붕괴하면서 발생했다.
일선 소방관들은 구급대원으로 화재 진압 경험이 부족한 임 소방교가 건물 벽 붕괴 가능성을 미처 예측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화재 진압 대원은 가스나 위험물 분석, 화재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다양한 전술적 지식을 습득한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