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기의 뉴스 비틀기] 성인 페스티벌 논란... 행사 취소됐지만 사라지지 않은 문제들
'K-XF The Fashion'(KXF)이라는 성인 페스티벌 개최 얘기로 시끄럽다. 지자체의 반발로 개최지가 경기 수원과 파주, 서울로 옮겨감에 따라 옮길 때마다 화제가 됐다. 그때마다 언론에서는 행사 포스터를 꼭꼭 첨부한 기사를, 클릭을 부르는 자극적인 제목과 함께 게재했다.
그 포스터의 양상은 다양했다. 행사에 출연하는 일본 AV(성 행위를 노골적으로 묘사한 영상물) 배우의 이름과 얼굴이 다 나온 기사도 있었고, 여성 배우의 가슴 부위만 모자이크하거나 포스터 전체를 모자이크 해놓고서도 굳이 첨부한 기사도 있었다. '여성의 가슴은 그 자체로 음란물인가'부터 AV 배우는 이름마저 '음란'하다는 취급을 받는가, 그리고 행사 홍보 성격이 짙은 포스터를 왜 언론은 기사에 첨부하는가(당연히 무엇 때문인지는 안다)까지 생각이 미치자 머리가 복잡해졌다.
문제는 '맥락'과 '모방'
복잡한 머리를 부여잡고, 하나씩 얘기해 보자. 먼저 '여자는 되고 남자는 안 되냐'는 해묵은 질문부터. 필자는 전에 '리얼돌'을 취재하며 <혼자서도 잘하는 반려가전 팝니다>(휴머니스트)라는 책을 만났다. 저자 안진영은 섹스토이숍의 대표다. 그는 섹스토이는 팔지만 '리얼돌'로 불리는 섹스돌에는 반대한다. 섹스토이와 달리 섹스돌은 '맥락을 입고 여성을 모방'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맥락'과 '모방'이다. 절대다수가 남성으로부터 여성에게로 향하는 젠더 폭력의 양상을 떠올려보면, 젠더 지형에서 힘을 가지고 행사하는 것은 남성이라는 '맥락'이 엄존한다. 이성애 일변도의 AV는 '여성은 강간을 원한다'는 그릇된 강간 신화를 고스란히 확대 재생산한다. 불평등한 젠더 지형의 결과이자 '모방'을 부추기는 촉매인 셈이다.
반대로 일부 남성들이 반대급부로 언급하는 '여성 전용 19금 쇼'들은 어떨까. 여성이 소수자라는 '맥락'은 여전하다. 그렇다면 일련의 '미스터 쇼'들은 AV처럼 '남성은 강간을 원한다'는 신화를 확대 재생산하는가? 대개 여성은 그럴만한 힘을 가지고 있지도 않고, 행사할 의지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 쇼는 지배적인 가부장제에 맞서는 대항문화로써 기능하는 것이지, 현실에서 '모방'을 가능케 하는 촉매가 아니다.
(중략)
이참에 다시 한 번 톺아봐야 할 일들
주최사는 결국 6월에 규모를 2배 늘려 재추진할 의사를 밝혔다.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결과적으로는 주최사의 배만 불린 형국이 된다. 이 기회에 '성인 페스티벌'을 둘러싼 한국 사회의 혐오 담론과 '프레임 싸움'을 살피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천 당선인이 '후폭풍'으로 걱정하며 언급한 유튜브 채널 '노빠꾸탁재훈'이나 넷플릭스 '성+인물' 같은 콘텐츠도 되짚어 볼 일이다. AV 배우가 출연해 제작 과정을 소개하는 콘텐츠는 그저 예능의 영역으로 치부하고 말 일인지를.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47/0002431662
'K-XF The Fashion'(KXF)이라는 성인 페스티벌 개최 얘기로 시끄럽다. 지자체의 반발로 개최지가 경기 수원과 파주, 서울로 옮겨감에 따라 옮길 때마다 화제가 됐다. 그때마다 언론에서는 행사 포스터를 꼭꼭 첨부한 기사를, 클릭을 부르는 자극적인 제목과 함께 게재했다.
그 포스터의 양상은 다양했다. 행사에 출연하는 일본 AV(성 행위를 노골적으로 묘사한 영상물) 배우의 이름과 얼굴이 다 나온 기사도 있었고, 여성 배우의 가슴 부위만 모자이크하거나 포스터 전체를 모자이크 해놓고서도 굳이 첨부한 기사도 있었다. '여성의 가슴은 그 자체로 음란물인가'부터 AV 배우는 이름마저 '음란'하다는 취급을 받는가, 그리고 행사 홍보 성격이 짙은 포스터를 왜 언론은 기사에 첨부하는가(당연히 무엇 때문인지는 안다)까지 생각이 미치자 머리가 복잡해졌다.
문제는 '맥락'과 '모방'
복잡한 머리를 부여잡고, 하나씩 얘기해 보자. 먼저 '여자는 되고 남자는 안 되냐'는 해묵은 질문부터. 필자는 전에 '리얼돌'을 취재하며 <혼자서도 잘하는 반려가전 팝니다>(휴머니스트)라는 책을 만났다. 저자 안진영은 섹스토이숍의 대표다. 그는 섹스토이는 팔지만 '리얼돌'로 불리는 섹스돌에는 반대한다. 섹스토이와 달리 섹스돌은 '맥락을 입고 여성을 모방'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맥락'과 '모방'이다. 절대다수가 남성으로부터 여성에게로 향하는 젠더 폭력의 양상을 떠올려보면, 젠더 지형에서 힘을 가지고 행사하는 것은 남성이라는 '맥락'이 엄존한다. 이성애 일변도의 AV는 '여성은 강간을 원한다'는 그릇된 강간 신화를 고스란히 확대 재생산한다. 불평등한 젠더 지형의 결과이자 '모방'을 부추기는 촉매인 셈이다.
반대로 일부 남성들이 반대급부로 언급하는 '여성 전용 19금 쇼'들은 어떨까. 여성이 소수자라는 '맥락'은 여전하다. 그렇다면 일련의 '미스터 쇼'들은 AV처럼 '남성은 강간을 원한다'는 신화를 확대 재생산하는가? 대개 여성은 그럴만한 힘을 가지고 있지도 않고, 행사할 의지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 쇼는 지배적인 가부장제에 맞서는 대항문화로써 기능하는 것이지, 현실에서 '모방'을 가능케 하는 촉매가 아니다.
(중략)
이참에 다시 한 번 톺아봐야 할 일들
주최사는 결국 6월에 규모를 2배 늘려 재추진할 의사를 밝혔다.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결과적으로는 주최사의 배만 불린 형국이 된다. 이 기회에 '성인 페스티벌'을 둘러싼 한국 사회의 혐오 담론과 '프레임 싸움'을 살피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천 당선인이 '후폭풍'으로 걱정하며 언급한 유튜브 채널 '노빠꾸탁재훈'이나 넷플릭스 '성+인물' 같은 콘텐츠도 되짚어 볼 일이다. AV 배우가 출연해 제작 과정을 소개하는 콘텐츠는 그저 예능의 영역으로 치부하고 말 일인지를.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47/0002431662
원문 읽고 옴.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