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에서 이 얘기가 나왔는데 틀린 부분이 있길래 쪄봄)
HBO랑 <빅 리틀 라이즈> 제작자들은 안드레아 아놀드한테 시즌2 제의를 하면서 아놀드에게 전권을 위임함. 말로만 위임한 게 아니라 촬영감독도 아놀드가 원하는 사람으로 교체해주고 아놀드가 원하는 대로 제작진을 꾸리게 해줬음. 그러나 HBO와 쇼러너인 데이비드 E. 켈리는 중요한 사실을 아놀드에게 알려주지 않았음.
결국 일이 터졌는데, 후반작업 중에 시즌1의 감독이자 시즌2의 제작자 중 한 명인 장 마크 발레에게 지휘권이 넘어간 거임. 이유는 시즌1과 시즌2의 비주얼 스타일을 일치시키기 위해서였음. 그니까 모든 촬영이 끝난 마당에 아놀드의 작업물을 가져다가 시즌1의 장 마크 발레 스타일로 바꿔버린 거.
아놀드는 전혀 모르고 있었지만 사실 발레가 후반작업 중에 시즌2로 복귀하는 건 이미 예정된 일이었다고 함. 쇼러너인 데이비드 E. 켈리는 연출자의 개성보다는 일관된 스타일을 중요시하는데, 시즌1에서 발레랑 작업하면서 그의 비주얼 스타일과 특유의 톤에 신뢰를 갖게 되었음. 그리고 시즌2에서도 그 스타일과 톤이 유지되길 바랐던 거.
문제는 당시 발레는 HBO의 다른 시리즈인 <몸을 긋는 소녀>에 전념하고 있었고, 제작자들은 그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줄 여유가 없었음. 결국 시즌2 감독으로 아놀드를 고용했는데, 발레가 연출하진 않더라도 후반작업으로 시즌1과 비슷한 톤으로 쉽게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던 거임.
아놀드한테 이런 계획을 공유하지 않은 것과 별개로 또다른 문제가 있었음. 아놀드의 연출 스타일을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한 상태로 아놀드를 고용해버림. 예전에 발레가 시즌2 감독으로 아놀드를 지지하면서 자신과 아놀드의 작업 방식이 얼마나 유사한지 설명했었는데 사실 둘은 비주얼 스토리텔러로서 아주 달랐던 거. 혹자는 발레를 포함한 제작자들이 아놀드의 연출작을 보긴 했는지 의심된다고 함.
HBO와 제작자들이 아놀드가 시즌2랑 너무 동떨어진 스타일로 연출할까봐 걱정했다고 보기도 힘든 게, 제작자들은 프로덕션 기간 동안 촬영에 거의 간섭한 적이 없다고 함. 오히려 세트 보고서에 따르면 "glowing"이라면서 칭찬했다고...
심지어 시즌2 촬영이 종료된 후에는 아놀드가 유럽인 편집자를 고용해서 런던으로 돌아가 편집하길 원하자 그것까지 허용해줬음. 그러니 아놀드는 당연히 자기가 여전히 책임자인 줄 알았던 거.
아놀드가 편집을 시작했을 무렵 HBO와 켈리는 문제가 있다고 봤고, 아놀드가 에피소드 1개도 채 편집을 끝내기 전에 <몸을 긋는 소녀>를 마무리한 발레가 편집을 지휘하게 됨. 또한 발레가 편집을 맡으면서 발레 주도하에 17일간의 추가 촬영도 진행되었음.
이런 갑작스러운 변화에 대해 이유를 묻자 HBO가 보낸 성명
"안드레아 아놀드가 없었다면 <빅 리틀 라이즈> 시즌2는 없었을 것이다. 우리 HBO와 제작자들은 그녀의 작품이 매우 자랑스럽다. 여느 TV 프로젝트와 마찬가지로 책임 제작자들은 이 시리즈에서 협력하여 일하고 있으며, 우리는 최종 작품이 그 자체를 대변한다고 생각한다"
(추가촬영 관련된 이런저런 이야기는 생략)
안드레아 아놀드는 인디와이어에 코멘트하길 거절했지만 측근에 따르면 이 경험으로 인해 비통해하고 있다고 함. 참고로 안드레아 아놀드는 여성 인디영화 감독으로 <아메리칸 허니: 방황하는 별들의 노래>로 유명함.
기사에서도 지적된 부분이지만
할리우드에서 가장 힘있는 여배우들이 이끄는 + 여성 문제를 조명하는 시리즈에 여성 인디 감독을 고용해놓고선, 어떤 논의도 없이 자신의 작업물이 전임 남감독 스타일로 개조당하는 걸 지켜보게 만든 건 정말 어처구니없는 일이라고 생각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