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번역 주의
10위(꼴찌) : 그린북
못 만든 영화는 아님. 연기도 좋고 페이싱도 좋고 꽤 잘 만들어진 영화지만
걍 흑인 남성과 친구가 되면서 인종차별을 조금 덜 하는 방법을 배우는 인종차별적 백인남자의 이야기임.
흑인 캐릭터는 내면이 전혀 탐구되지 않음.
영화 마지막에는 이 외로운 흑인이 백인 가족 홀리데이 디너에 초대되고,
백인 가족들은 흑인 친구를 사귀기 때문에 보는 사람의 기분을 좋게 하고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지만...
인종차별주의는 단순히 남에게 친절을 베푼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님.
실제 세계의 문제들은 무시했지만 그린북은 인종을 주제로 한 영화라고 자부하면서 보는 사람의 내면을 훈훈하게 만들도록 되어있음.
이는 관객들에게 해를 끼치는 방향임. 크래쉬 이후 최악의 작품상 수상작.
수상했어야 할 영화 : 스타 이즈 본
9위 : 아티스트
이 영화가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을 받았다는게 이제와 생각하면 좀 놀라움.
장 뒤자르댕은 무성영화의 주인공으로 멋지게 활약했고 베레니스 베조는 매력적이고, 개는 웃김.
하지만 아티스트는 시간의 풍파를 견딜만한 요소가 아무 것도 없음.
달콤하고 재미있지만 결국 지금은 거의 아무런 인상도 남아있지 않음.
수상했어야 할 영화 : 트리 오브 라이프
8위 : 킹스 스피치
킹스 스피치는 구리거나 못만든 영화는 아님.
훌륭한 영화이지만, 실제 마스터피스인 소셜 네트워크를 시상식 시즌 내내 어떻게 이길 수 있는지에 대한 나의 반감과 분리가 안됨.
이건 그냥 당신의 감정을 자극하는 오스카 무비 중 하나고,
유권자들은 일종의 병에 걸린듯 기술적 성과나 주제, 사회적 임팩트같은 요소들은 무시하게 됨.
아 생각하니 또 열받으려 함. 어쨌든 킹스 스피치도 괜찮은 영화이긴 함.
수상했어야 할 영화 : 소셜 네트워크
7위 : 버드맨
버드맨은 정말 어떤 것도 아닌 쿨한 노래같음.
감독 이냐리투의 촬영감독 루베스키의 야심찬 드라마가 원샷처럼 연출되고, 꽤 아름답게 만들어졌음.
그런데 스토리가.. 슈피히어로 영화와 소셜 미디어, 그리고 퇴물 배우들, 그리고 뉴욕 씨어터, 그리고 비평가 등등..
너무 많은 것들에 대한 장광설처럼 느껴짐.
괜찮은 스크립트지만, 연출과 연기가 이 영화를 더 살렸음.
수상했어야 할 영화 : 보이후드
6위 : 아르고
아르고는 축제 서킷에 갑자기 나타난 영화로, 훌륭하게 만들어졌고, 아주 강력하고, 정말 재미있는 스릴러물이었음.
벤 애플렉의 연출도 화젯거리가 돼서, 그는 갑자기 '실버 라이닝 플레이북'의 데이빗 O 러셀,
'링컨'의 스필버그, '장고'의 타란티노, '제로 다크 서티'의 비글로우와 경쟁하게 됨.
그러다 벤 애플렉은 아카데미 감독상 후보에서 충격의 스넙을 당했는데,
이게 유권자들이 이 영화를 1위 자리에 올려놓도록 더 자극했다고 생각함.
어쨌든 아르고는 2012년 작품상 후보 중 최고의 영화는 아니었지만, 되게 좋은 영화 중 하나였음.
"이기지 않았어야 했지만, 이긴 것도 괜찮아"라고 생각하는 수상작 중 하나.
수상했어야 할 영화 : 링컨
5위 : 스포트라이트
스포트라이트는 개좋은 영화임.
보스턴 지역에서 널리 발생했던 로마 가톨릭 사제들의
아동 성학대의 조사와 보도에 대한 톰 매카시의 스릴있는 드라마로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같은 마스터피스와 같은 비중으로 얘기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정말 좋음.
정말 말도 안될만큼 섬세하게 만들어진 영화 제작.
액션 마스터피스 '매드맥스'가 수상하지 못한다면, 스포트라이트가 받아서 다행이었던 해.
수상했어야 할 영화 : 매드맥스 퓨리로드
4위 : 셰이프 오브 워터
'문라이트' 작품상 수상한지 1년만에 아카데미가 '셰이프 오트 워터'로 '안전한' 선택을 했다고 말하는 비판은 정말 이해 안됨.
이 영화는 보안이 강한 실험실에서 피쉬맨과 사랑에 빠진 후 말그대로 '피쉬맨'을 훔치는 언어장애를 지닌 청소부의 이야기임.
그들은 섹스와 모든 걸 함. 이건 기이한 영화임! 그리고 이게 작품상을 수상한거임.
이 영화에 나오는 기술력은 델 토르 커리어 사상 최고 수준이고, 연기들 정말 뛰어남.
장애인이든 게이든 흑인이든, 미국에서 아웃사이더들에게 매일 불리하게 작용하는 제도적 폭력에 대한 아름다운 우화.
넌 다르다, 그렇지만 그게 중요한 전부다,라고 말하는 영화.
스크립트, 샷 구성, 스코어, 연기 등 모든 것이 조화롭고, 이런 영화가 작품상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아직도 신기함.
수상했어야 할 영화 :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3위 : 노예 12년
2013년 오스카 시즌 내내 노예 12년은 작품상을 타지 못한다는 정서가 감돌았음.
왜냐하면 보기 힘든 영화니까.
확실히 보기 불편한 영화이지만, 바로 그래서 중요한 영화였음.
작가이자 감독 스티브 맥퀸은 솔로몬의 이야기를 매우 생생하고 직접적인 묘사로 따라가며 관객들이 노예의 입장이 되게끔 함.
이것은 영화 제작자로서 스티브 맥퀸이 갖고 있는 재능과 배짱에 대한 증거임.
그는 미국 노예 이야기를 만든다면 제대로 만들고 싶었음.
이 주제는 가슴이 찢어질만큼 고통스럽지만, 그렇다고 이 영화는 관객들의 감정적인 리액션을 뽑아내겠다고
단순히 노예 스토리에 기대려하지도 않는 영화임. 촬영은 정밀하고, 연기, 음악 다 좋음.
이 영화는 필름메이킹에 있어 기념비적인 작품이고, 영화적 힘과 다양성을 증명하는 영화임.
이 해는 완전히 다른 종류의 필름메이킹 마스터피스였던 영화가 또 있었음 : 알폰소 쿠아론의 그래비티.
수상했어야 할 영화 : 노예 12년
2위 : 문라이트
문라이트가 작품상을 수상했다는 건 아직도 믿겨지질 않음. 봉투 게이트 때문은 아님.
크래쉬가 브리크백 마운틴을 제치고 작품상을 수상한지 10년이 지났을 때,
그리고 수많은 "괜찮은" 정도의 영화가 말그대로 마스터피스들을 제치고 수상한 이후
아프리칸 아메리칸으로서의 삶에 대한 야심찬 성장 인디 영화가
할리우드에서 꿈을 꾸는 사람들에 대한 매우 컬러풀한 (또한 매우 하얀) 뮤지컬 영화를 제치고 작품상을 수상했다는 사실은 정말 놀라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나 '허트 로커'같은 영화들의 배짱있는 우승이 연상됨.
강렬하고 공감을 불러일으키면서도 매우 구체적인 이야기를 다룬
베리 젠킨스의 뛰어난 능력은 흔히 승리할 수 있다고 여겨지는 관습을 허물었음.
역사상 가장 놀랍고 흥분하게 만드는 작품상 수상작 중 하나.
수상했어야 할 영화 : 문라이트
1위 : 기생충
문라이트처럼, 난 기생충이 2010년대 마지막 작품상을 수상했다는 사실이 지금도 놀라움.
영어 영화가 아니어서만은 아님. 21세기 최고의 영화 중 하나이기 때문임.
오스카가 이렇게 올바른 일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음.
자본주의, 부의 불평등, 그리고 신분 상승의 신화에 대한 그들의 신랄한 영화로
오스카 당일 밤 봉준호와 제작팀이 여러차례 무대에 오르는 모습을 보는게 정말 좋았음.
기생충은 최근 영화들 중 연기, 기술 등 모든 게 가장 빈틈없이, 그리고 치밀하게 제작된 영화 중 하나임. 심지어 진짜 재미 있음.
이 영화가 완벽한 영화라고 말하면 너무 과장된 걸까? 내가 알게 뭐임.
기생충은 완벽한 영화고, 2010년대 오스카 작품상 수상작 중 최고임.
수상했어야 할 영화 : 기생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