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작은 마을이지만 있을 건 있다. 학교도, 어린아이들이 노는 놀이터도, 식재료를 사 갈 동네 마트도, 사람이 가득한 대형마트도. 대형마트엔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여자아이 도자기 인형이 만들어져서 팔리고 있다. 옥색 옷을 입고 있다. 머리는 금발, 눈은 파란색. 인형이름은 사라진 (아이이름) 인형 이었는데 사라? 마리? 그런 아주 흔한 이름이었던 것 같다. 인형은 왠지 모를 섬뜩함에 생긴 걸 자세히 보지 않았다. 어렴풋이 느꼈던 건, 창백하고 무서웠다. 진열대에 가득히 전시된 인형과 눈을 제대로 마주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인 채 사람 사이를 비집고 빠져나왔다. 그 옆엔 성인여성 도자기 인형도 같이 팔았는데 소녀 인형과는 다르게 사라진, 그런 수식은 붙어 있지 않고 그냥 이름만 있었다. 이것도 에바, 같은 평범한 이름이었는데 역시 섬뜩하게 생겼다. 검은 단발에 곱슬, 산발이었고 낡은 숄을 두르고 눈이 큰 깡마른 여자. 나이는 30대 후반 정도 같았다.

그 여자는 어느 오래된 영화 내지는 영상물에 나오는 인물이었는데 실종된 자신의 딸을 찾아 미친 듯이 헤매고 또 헤맸다. 근데 그건 영화 같지 않았고 마치 실제상황 같았다. 애초에 영화라기엔 그 여자 하나만이 계속 딸을 찾을 뿐이다. 말라죽은 풀이 가득한 벌판을 정처없이 헤매면서. 여자는 어느 순간부터 화면 너머의 나를 똑바로 응시하면서 내 딸 어디 있냐고 묻고, 딸의 이름을 부르며 정신 나간 사람처럼 돌아다녔다. 여자가 잃어버렸다던 딸은 아마 금발에 파란 눈을 가진 10대 초반의 소녀였을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마을에 이상한 소문이 돌았다. 정체모를 웬 여자가 밤마다 돌아다닌다는 거였다. 장소는 낡은 놀이터 근처라고 했다. 끊어질 것 같은 사슬에 매달린 가죽그네와 괴이한 생물의 울음 같은 것을 내뱉는 낡은 시소 두 개, 군데군데 녹이 슬고 칠이 벗겨진 정글짐이 있는 어쩐지 불길해 보이는 놀이터. 그러나 다들 그것을 괴담 정도로 믿는 모양이다. 순찰을 도는 경찰도 하나 없고, 사람들은 밤에도 아랑곳 않고 돌아다닌다. 그런데 이상하다. 나는 그 여자를 분명 보았다. 언제였지. 밤에, 놀이터 근처에서. 여자는 내 몸엔 손끝 하나 대지 않고 내 앞에서 그 큰 눈을 부릅뜨고 자신의 딸을 못 보았느냐고 몇 번을 물었다. 이상하리만치 큰 눈, 초점 없는 동공, 산발된 머리, 낡은 숄, 깡마른 몸. 영상에서 본 그대로다. 이상하다. 무섭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어디를 보는지 알 수 없는 여자의 눈을 보았다. 여자는 두 어 걸음 물러서더니 자기 머리를 쥐어뜯으며 괴성을 내질렀다. 나는 뒤돌아 도망칠 힘도, 필요도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 몇 차례 괴성을 지르던 여자는 내 딸, 내 딸, 찾지 못하면 다른 아이라도 데리고, …여기까지 들었던 것 같다. 그 뒤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그 후로 10대 초반의 소녀 한 명이 실종되었다는 얘길 들었다. 그 후로 영상 속의 여자는 더 이상 딸을 찾지 않았다. 작은 여자아이의 손을 잡고 황량한, 말라죽은 풀이 가득한 벌판을 걷고 있을 뿐이다. 행복하게 웃으며.

사람들은 어째선지 실종된 아이를 찾지 않는다. 전단지 한 장 보지 못했고, 뉴스 기사 한 줄도 보지 못했다. 다만, 소녀를 기리기 위한 인형만이 제작 되었을 뿐이다. 뉴스는 소녀를 기리는 인형이 전시 판매 되고 있다고 광고할 뿐이다. 인형 진열대에 가득한 소녀의 인형이 보인다. 카메라가 옆을 비춘다. 깡마른 여자의 인형도 함께 서있다. 이상하리만치 큰 눈이 나를 바라본다. 인터넷에선 이미 수많은 미스테리, 공포 유튜버들이 소녀와 여자의 인형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자신의 딸을 찾아 헤매는 정체모를 여자와 사라진 여자 아이에 대한 괴담. 괴담인가? 나는 영상을 봤는데. 티비를 틀었다면 모두 보았을 텐데 왜 괴담이지? 그럼 내가 본 것은 대체 무엇인가?

자신의 딸을 찾아 헤매는 영상 속 여자, 그 여자와 똑같은 내가 본 여자. 사라진 소녀, 어딘가 섬뜩하고 창백한 도자기 인형. 금발에 파란 눈을 한 옥색 원피스를 입은 여자아이.



나는 소녀가 사라지기 며칠 전 한 여자가 한 소녀의 손을 붙잡고 걸어가는 것을 보았다. 뒷모습이었지만 그 기억은 사진을 보듯 선명하다. 산발이 된 검은 머리, 어깨에 걸친 낡은 숄. 깡마른 여자의 손을 잡은 금발에 옥색 원피스를 입은 어린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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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래전에 당시 꾸었던 꿈을 소설형식으로 써뒀었는데 올려봐!
생각나는대로 쭉 적었더니 꽤 횡설수설하지만ㅎㅎ 꿈은 아직도 생생해.
여담인데 저 유튜버들중 하나가 디바제시카였어! 자주봐서 꿈에도 나왔나봐.
  • tory_1 2024.04.14 15:29
    단편영화 같다 넘 잘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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