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직접 경험해 보기 전까지는 밑바닥 인생이 어떤지 아무도 몰라. 


10년간 일했던 직장에서 갑자기 짤리고, 여자친구가 바람피는걸 잡았더니 그게 후임자였다면 사람이 생각을 좀 하게 되더라. 


젠장할, 학자금도 아직 다 못 냈는데. 


인생 이거 진짜 좆같네. 


밤새 술 좀 들이키면서 한 마흔개 되는 이력서를 보내고 거지같이 쓴 자기소개서 보내고 나서 그대로 뻗었어.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고 나서 최소한 면접 전까지는 집에서 돈을 좀 벌어보기로 했어. 


그때 든 생각이, 인터넷에서 한 한시간 동안 설문조사 답변 작성하면 5달러짜리 서브웨이 기프트카드나 뭐 그딴거 주니까 내가 할 수 있는건 그게 최선이라고 생각했어. 그게, 내가 당장 돈을 벌 만한 기술같은게 없었거든. 


그거 아니면 하루종일 컴퓨터 게임이나 했을테니까. 최소한 밥값은 내 돈으로 안 내겠구나 싶었지. 


그런 설문조사 한 5시간 하니까 거의 뻗을 지경이더라고. 예상했던거보다 더 힘들었어. 그렇게 5시간 하니까 현금이랑 기프트카드로 45달러 정도 벌었어. 


시간당 9달러 꼴이지. 전에도 이거보다 그렇게 많이 벌진 않았어. 이제 노트북 접고 하루 일을 끝내고 술집에 가서 우울함을 삼켜보자 싶었던 순간, 그게 내 눈에 들어왔어. 


그게 그렇게 눈에 띌 만한 게 아니었는데.... 근데 무슨 이유에선지 눈에 들어왔어. 내가 접속하고 있던 사이트 아래 구석에, 작은 광고 하나가 있었어. 그 단순함에 내가 끌렸는지도 몰라. 완전히 하얀 배경에 구린 폰트로 “설문조사를 하시면 현금을 드립니다” 라고 써있었어. 


최소한 하려는 말이 명확하기는 하더라고. 하나 더 한다고 뭐 어떻게 되겠어, 라고 생각했어. 나가기 전에 술 마실 돈 좀 더 긁어 모으는게 낫겠다 싶었지. 


다시 앉아서, 그 그림 링크 클릭하고 이제 다시 한 번 질문을 헤쳐나갈 준비를 했어. 처음 몇몇 질문은 간단했어. 생각해보니 질문이라기보다 정보 수집용이었던 것 같아. 내 이름, 나이 그리고 직업. 내 키랑 몸무게 묻는게 좀 이상하긴 했는데, 아예 생소한건 아니었어. 


근데 첫번째 진짜 질문은 좀 달랐어. 입이 벌어지고 눈이 확 떠지더라. 한참을 쳐다봤던 것 같애. 


이게 뭐지? 


화면에 이런 질문이 떴어. “당신이 지금 등 뒤를 돌아보고 싶은 마음이 얼마나 강합니까?”


아래에는 “전혀”부터 “극도로 강하다”까지 다섯 개의 선택지가 있었어. 


그 순간 내가 무서워해야 할 마땅한 이유는 없었어. 하지만 난 무서웠어. 숨이 가빠졌고, 등 뒤에 무슨 작은 소리라도 나는게 없나 집중했어.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어. 5분 정도 지나니까, 돌아볼 용기가 생기더라. 등 뒤에는 정말 아무것도 없었어. 난 안도감의 한숨을 쉬면서 나 자신을 보고 비웃었지.


이건 그냥 장난으로 만든거라고 생각했는데, 이왕 하는거 즐기기로 마음먹고, “중간”을 클릭하고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어. 다음에 나온건 이거였어. “당신은 왜 등 뒤를 돌아보겠습니까?” 


난 히죽대며 웃었지. 재밌네. “잘 모르겠다”라고 응답란에 치고 다음을 클릭했어. 3번째 질문은 이거였어. “당신은 비행기에 타고 있습니다. 당신 말고 비행기에 다른 승객은 단 한 명 있는데, 그 승객은 당신 뒤에 앉아있습니다. 어느 시점에, 당신이 화장실에 가려고 일어서자 그 남성이 없어진 것을 발견합니다. 비행기에 하나뿐인 화장실을 살펴봤지만 그 사람은 그곳에도 없습니다. 당신은 어떤 행동을 취하겠습니까?” 


다시 한 번, 난 그 질문을 거의 10분동안 멍청하게 쳐다봤어. 이건 뭔가 사람들이 잘 모르는 심리테스트 같은건가? 아니, 분명 그런거겠지? 그렇겠지? 


난 지난번 답과 똑같이 적었어. “잘 모르겠다.” 이번엔 진심이었어. 알 수가 없었어. 이딴 질문에 무슨 대답을 해야하는거지? 


이제 이 설문에 정신이 팔린채로 다음으로 넘어갔어. 4번째 질문은 이거였어. “당신은 잠에서 깨자 처음 보는 숲 속에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지금은 밤이고, 달빛만이 주변을 약간이나마 밝혀주고 있습니다. 약 10미터 떨어진 곳에, 작고 희미하게 불이 켜져있는 오두막이 하나 있습니다. 문을 연려있고, 한 여인이 미소지으며 당신에게 들어오라고 손짓합니다. 오두막으로 가겠습니까? 이유를 설명하시오.” 


이 질문은 지난번 질문보다 그렇게 더 이상하지는 않아서 이상한 심리 테스트같은게 아닐까 하는 내 추론은 아직까지는 유효했어. 사실 이번 질문은 대답해보려고 했어. 어디 다른 곳 갈 데도 없으니 오두막에 들어갈거다 뭐 그렇게 썼어. 


다시 클릭해서 다음으로 넘어갔어. 그러지 말껄.


점점 더 정신나간 질문들이 나왔어. 너무 잔인하거나 19금 같은 그런 종류는 아니었어. 그냥 점점 더 이상해졌어. 더 기괴해졌어. 좀 더 심리적으로 흔드는 질문들이었어. 왜 이걸 계속 붙잡고 있었냐고 묻는다면, 내가 뭐라고 확실히 답을 해줄 수는 없을 것 같아. 그냥 그래야 할 것 같다고 느꼈어. 그냥 설명할 수 없는 뭔가 난해하고 불길한 느낌이었어. 하지만 도저히 떨쳐낼 수가 없어서 계속 했어. 


그 질문들 중 몇몇은 유독 눈에 띄었어. 예를 들면, 


“어느날 자고 일어났더니 당신 방에 엘리베이터가 있었다고 가정해보자. 그 후 매일 자정마다, 약 5분간 그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며, 당신과 똑같이 생긴 사람이 모습을 드러낸다. 시간이 지날수록 엘리베이터 속 당신은 점점 더 심한 부상을 입은채로 등장한다. 당신이 계속 이렇게 살 수 있는가? 아니면 엘리베이터로 들어가 이 모든 것을 끝낼 것인가?”


그리고 또,


“호텔방 안에 있는 당신은 창문을 두드리는 급한 노크 소리에 잠이 깨었다. 블라인드를 통해 힐끗 보니, 두 눈이 없는 한 남성이 보였다. 그는 유리에 입을 대고 당신에게 욕실에 있는 그 여성을 당장 죽이라고 말한다. 당신은 그 남자의 말을 듣겠는가?”


내가 제일 싫어한건 이거였어.


“당신은 엄마와 함께 어린시절 찍은 영상을 보고 있다. 그 테이프 중 하나에서 당신의 엄마는 얼굴을 가린 침입자에 의해 잔인하게 살해당한다. 당신의 엄마는 아무 말 없이 그저 이 영상을 보고 웃기만 한다. 당신이 보기에, 이는 걱정할만한 일인가?” 


이렇게 정신 나갈것 같은 질문에 더해, 뭐랄까 불안한 일들이 실제로도 일어나고 있었어. 한 30분 즈음 했을때 누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들었어. 문에 달린 구멍을 통해서 보니 한 남자가 서있었는데, 정신없이 머리를 흔들면서 “아니야”라는 입모양을 내며 내 눈을 바라보고 있었어. 그 남자는 겁에 질린것 같아 보였어. 당연히, 난 문을 열지 않았어. 


“회계 감사관”라고 표시된 발신자로부터 열 통 정도의 전화를 받았어. 매번 메세지를 남겼는데, 그냥 누군가가 지지직 거리는 소리를 뚫고 숫자를 말하고 있는걸 녹음한거였어. 사실, 생각해보니 그게 비명을 지르고 있었던 것 같아. 


이걸 한 시간 정도 하고 있으니 정신이 붕괴해버릴 것 같았어. 나는 너무 무서워서 등 뒤를 돌아볼 수도 없었어. 등 뒤에 뭐가 있다고 믿을 이유도 없었는데 말이야. 한 번은 여기 환기구에서 약하게 긁는 소리가 나서, 소파로 막아버렸어. 


마침내, 이 설문조사의 마지막에 도달한 것 같았어. 하지만 마지막에 있는건 질문이 아니었어. 그냥 문장이 하나 있었어. 


“그들을 들이지 마세요. 그들을 믿어서는 안 됩니다.” 


마치 신호라도 받은 것처럼, 그 말을 읽고 5초만에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더 들렸어. 최대한 느리게 그리고 조용히 다시 문에 있는 구멍을 통해서 밖을 봤어. 밖에는 다른 사람이 서있었어. 이번엔 여자였고, 20대 중반처럼 보였어. 그 여자는 두꺼운 블레이저를 입고 있었어. 바깥 온도가 33도는 될텐데 말이야. 여자는 또 선글라스를 쓰고 있어서, 어디를 보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어. 결국 그 여자는 종이 한 장을 주머니에서 꺼내 문 아래에 흘려넣었어. 


고개를 숙여 그 종이를 보자 이렇게 써있었어.


“거짓말이에요. 당장 아파트를 떠나요.”


지금 그 뒤로 30분 정도가 흘렀어. 난 이제 컴퓨터 화면도, 밖에 있는 여자도 볼 엄두가 안 나. 그 여자는 아직 밖에 있어. 문 밑으로 여자 다리의 그림자가 보여. 몇 분전에 내 침실 창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어. 그 뒤로 침실 문을 의자로 막아놨어. 지금 그 문 뒤에서 뭔가 일그러진 중얼거림이 새어나오는게 들려. 


밑바닥이라고 생각했던게 그렇게 나쁜건 아니었나봐.


근데 내가 씨발 여기서 뭘 어떻게 해야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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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found an extremely bizarre internet survey


https://www.reddit.com/r/nosleep/comments/8kalgj/i_found_an_extremely_bizarre_internet_survey/



출처 - 웃대


  • tory_1 2018.12.17 18:24

    와 이런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하냐... 

    근데 그래서 돈은 줬을까?? 설문조사 하면 돈 준다고 했잖아!!

    저런 시련을 겪게 했는데 돈 진짜 많이 줘야 할거야.

    아님 저것도 설문 조사의 일부인 걸까?

    일련의 기분나쁜 질문을 받은 사람에게 갑자기 납득할 수 없는 일이 생겼을 때 그 사람이 취하는 행동 조사 같은거.

    그래서 저 상황도 다 끝나면 돈을 아주 많이 준다든가... 주인공이 너무 불쌍해서 난 이렇게 생각할래...

  • tory_2 2018.12.17 18:28

    돈내놔....

  • tory_3 2018.12.17 20:40
    미친 너무 소름돋는다........
  • tory_4 2018.12.17 20:56
    와 저거 믿어야 돼 말아야 돼ㅠㅠㅠㅠ 어느쪽을 선택해야하지ㅠㅠㅠㅠ
  • tory_5 2018.12.17 22:37
    와 가무서어
  • tory_6 2018.12.18 01:13
    으억 진짜 공포스럽고 기분나쁘다 ㅠㅠ
  • tory_7 2018.12.18 01:35
    경찰 불러!!ㅠㅠ
  • tory_8 2018.12.18 08:11
    와.... 뭔가 1408 생각난다
  • tory_9 2018.12.18 09:05
    진짜 무섭다ㅠ
  • tory_10 2018.12.18 10:28

    무서웡...ㅠㅠ

  • tory_11 2018.12.18 15:38

    돈줘 ㅠㅠㅠㅠ

  • tory_12 2018.12.18 16:22

    맞아 돈이라도 줘 무섭다 ㅠㅠ

  • tory_13 2018.12.18 16:32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1/11/28 23:03:45)
  • tory_14 2018.12.18 23:56
    그거 생각난다ㅠㅠ
    계단 밑에서 부르는 엄마, 믿지 말라며 옆에 숨어있는 엄마
    침대 밑에 뭐가 있다는 아들, 저게 내 흉내를 내고 있다고 말하는 침대 밑 아들
  • tory_15 2018.12.19 01:26
    미친 너무 무서워 ㅠㅠㅠㅠ
  • tory_16 2018.12.19 03:15
    경찰신고하자 혼자있기엔 너무 힘든거 아님?
  • tory_17 2018.12.19 13:11

    무셔...ㅠㅠ

  • tory_18 2018.12.19 17:03

    경찰 와도 경찰인지 어케 믿어 흑흑

  • tory_19 2018.12.19 21:46
    아오 무서워..
  • tory_20 2018.12.20 18:22
    이세계에 갇혀버린건가ㅠㅠ흑 어느 쪽을 진짜 골라야 하는거니 둘다 배드 엔딩 같아...
    아 근데 현금은 내놔라...금액 제대로 명시 안했을 때부터 사기 냄새가 나긴 했지만...
  • tory_21 2018.12.21 02:36
    요즘본글들중 제일무서워 상상돼서ㄷㄷㄷㄷ
  • tory_22 2018.12.21 18:08
    결말이 없엉 ㅜㅜ
  • tory_23 2018.12.31 04:43
    아 질문들 겁나무섭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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