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제 주위의 물건이 마음대로 움직여요."

당신이 제 앞에 나타났을 때, 그리고 다짜고짜 이런 말을 했을 때,저는 웃고 말았어요. 당신이란 사람은 참 무뚝뚝하고 둔감할 것 같은 인상이었거든요.

당신은 제가 웃는 걸 보고 말했어요.

"당신은 이런 일에 대해 아는 게 많다고 들었어요."

저는 그 말에 그렇다고 대답했죠. 창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어요. 번개도 덩달아치며 우중충한 분위기를 끌어내고 있었죠. 빗방울이 흘러내리는 창문 너머에선 우리 모습은 실루엣으로만 보였을거에요. 그 실루엣은 흡사 서로 언쟁을 벌이는 모습으로 비춰졌겠죠.

저는 초능력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에요. 당신이 아시다시피, 요즘 세상엔 초능력이란게 흔하디 흔하죠. 통제를 못하는 사람도 흔하고, 통제가 대단하다 못해 지나쳐서 수 킬로미터 밖에도 자유롭게 영향을 미치는 사람들도 있어요.

당신은 제가 도와줄 수 있을거라고 말했죠. 그래서 저는 고개를 끄덕였어요. 저는 초능력을 통제하지 못하는 인간들만 전문적으로 상담하는 상담사니까요. 많은 사람들이 당신과 같은 기대를 가지고 제게 오곤 했죠.

초능력은 심리 상태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상담만으로도 큰 도움이 돼요. 하지만 당신은 다른 상담사들은 효과가 없었다고 했어요. 오히려 그럴수록 더 난폭하고 잔인하게 힘이 뻗어나갔다고 했죠.

그렇지만 그 날. 저와 당신이 만났을 때 물건들은 움직이지 않았어요. 당신은 그 모습이 놀라웠고, 제가 다른 상담사들과 다르다고 했죠.
얼마든 값을 치루겠다는 당신에게 저는 상담 비용을 면제해 줬어요.

첫날 당신에게 전 물어봤어요. 언제부터 이런 일이 있었나요? 당신은 대답했죠.

"지난 3월에 공원을 산책하다가....."

옆을 지나가던 시츄 한마리가 갑자기 하늘로 치솟아 날아가버렸다고 했죠. 저는 그 공원에 대해 알고 있었어요. 분수에는 돌고래 모양 조각상이 있고, 바닥 타일을 밟으면 소리가 울렸죠. 그 공원에서 파는 핫도그는 정말 맛있어요.

어떤 계기가 그 공원에 있을 지 모른다며 다시 힌 번 공원을 찾아가봤어요. 공원에선 아무 일도 없었죠. 벌벌 떠는 당신에게 저는 괜찮다고 말하며 손을 잡아줬어요. 긴 머리가 매력적인 당신은 고맙다고 했죠.

하지만 제가 음료수를 사러 잠시 떨어진 사이 당심 주변의 물건들이 다시금 요동치기 시작했어요. 옆을 지나던 아이 하나가 공중에.떠서 내려오지 못하고 있었고, 분수의 울타리가 뽑힌 채 빙빙 돌았죠. 타일들이 부서져서 하늘로 날아올랐어요.

그 위험한 소란 속에서 당신은 패닉에 빠져 어쩔 줄 몰랐죠. 당신은 그 때를 회상하면 이렇게 말해요. 제가 그 때 뛰어들지 않았다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지 상상도 하기 싫다고.

전 주저없이 당신에게 달려갔었죠. 당신은 사방에 날아다니는 물건들이 절 맞추지 못하도록 기도하는 것 같았어요. 제게 닿은 것들은 없었죠. 기적처럼 저는 당신을 끌어안았고, 당신을 진정시키기 시작했어요. 당신이 숨을 가다듬을수록 주변의 물건들이 떨어지는 게 보였겠죠.

당신은 말했죠. 고맙다고. 그런 말을 듣고파서 한 일은 이니었어요. 그 뒤로 우린 쭉 붙어다니게 됐고, 당신과 저는 사랑에 빠졌죠.

당신. 이 글은 언젠가 제가 뜻하지 않은 사고로 일찍 죽었을 때, 당신이 저를 그리워하지 말았으면 해서 쓰는 글이에요.

이 글을 쓰는 지금 순간, 당신은 회사에서 컴퓨터를 두드리고 있지요. 언제부턴가 완전히 염동력이 사라진 당신은 항상 제게 고마워하고 있어요.

당신. 그 동안 주었던 감사에 보답해 이 글을 남겨요. 당신은 염동력자가 아니에요. 지금 뿐민 아니라 먼 옛날부터, 당신 주변의 물건들이마음대로 움직일 때도 당신은 염동력자가 아니었어요.

공원에서 처음 당신을 봤을 때, 전 사랑에 빠졌죠. 하지만 커리어우먼인 당신이 저와 이루어질 확률이 얼마나 되겠어요? 아마 당신은 그 무렵 직장에 있는 멋진 이와의 미래를 공상하고 있었겠죠.

상담에서도 그런 말을 했었지요. 결혼까지 생각했던 이도 이 통제불가능한 힘 때문에 도망쳤다구요.

그래요. 맞아요. 당신은 그 힘을 결코 통제할 수 없었을거에요. 어떤 상담사가 와도 그랬겠죠. 당신. 사실대로 고백하자면 전 염동력자에요.

그 때 몇개월 동안이나 당신 주변을 맴돌며 집안의 물건들을 조종해왔는 지 몰라요. 당신이 공원에서 날려버렸다 생각한 시츄도 사실 제가 날려버렸어요.

당신이 제게 반했던 그 순간에도, 저는 당신의 숨소리에 맞춰 물건들을 서서히 떨어트렸죠. 당신이 제 덕분에 피했다 여겼던 모든 불행들은 저로 인해 이루어졌어요.

이제 당신이 퇴근할 시간이에요. 당신은 아무것도 모르는 얼굴로 돌아와 소파에 앉겠죠. 저는 방에서 천천히 나와 당신을 끌어안을거에요.

언젠가 제가 죽는다면 당신은 이 편지를 읽어볼 수 있겠죠. 그 때 창 밖에는 비가 내리면 좋겠어요. 그 때 빗방울이 흘러내리는 창문 너머로 당신은 편지를 읽겠죠. 그 흐릿한 실루엣은, 저를 그리워하는 것처럼 보일거에요.

저도 당신이 그리울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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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m.dcinside.com/board/lilyfever/402059?headid=50

뭔가 레딧 괴담 분위기가 나서 가져와봤어.
  • tory_1 2019.06.02 14:32
    으으..스토커...존싫!
  • tory_2 2019.06.02 17:24
    우오아악 현실 공포... ㅅㅂ 내가 저 여자면 존나 비명지르고 튈 듯.. 이미 죽은 사람이라 뭘 더 하진 못할 거라ㅠㅠ
  • tory_3 2019.06.02 17:52

    으으으으 사랑하면 그사람이 행복해지길 바래야지 왜 소유하려 드는거야 ㅠㅠ 징글맞은 K-감성...............

  • tory_4 2019.06.02 19:57
    분위기는 퍼온 톨 말대로 레딧풍이고 딱히 K-감성은 아닌 것 같은데... 어디나 사랑과 소유욕 구별 못하는 사람은 널렸으니
    암튼 죽고 나서야 편지를 보게 하다니 비난도 책임도 다 싫다는 식의 행동 진짜 소름이네 공포를 이용해 의지하게 하는게 요새 한창 말 많은 그루밍 성폭력 맥락이라 소름 두 배다
  • tory_5 2019.06.02 20:05

    2222 징글맞은 K-감성,,,,

    4톨은 취좆하지말아주라

    아닌것같으면 굳이 대댓안달고 댓글로 달아도될거같아;;

    전체느낌이 레딧풍인거랑 감성이랑 무슨상관인가싶네

  • tory_6 2019.06.03 13:13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3/01/28 01:15:09)
  • tory_9 2019.06.03 15:50
    @6

    K감성 그거슨 노란장판감성..........한남감성........ 왜안만나줘감성........ 호감가진 상대에게 음습하게 스토킹하고 그 사람의 기분이나 의견은 전혀 아랑곳안하고 지 맘만 생각하는 감성..........

  • tory_11 2019.06.03 22:19
    @6 코리안”맨”감성..... 인체학적으로 이게 맨으로 분류되는게 맞는지 잘몰겟지만 ^^
  • tory_6 2019.06.04 13:09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3/01/28 01:15:09)
  • tory_7 2019.06.03 13:53
    우와.. 가스라이팅 쩐다...... 지금 이슈되고있는 정신과의사 ㄱㅎㅊ 생각나게 하는 글이네. 자기 사적 감정을 위해 의료면허을 이용해서 내담자를 속이고 지 이득만 챙겼다는 점에서.
  • tory_8 2019.06.03 14:24
    ** 별 *같고 ***같은 ****가 다 있네
  • tory_10 2019.06.03 18:03

    진짜 욕만나온다.....

  • tory_12 2019.06.04 01:26
    ㄹㅇ 가스라이팅이네 공포심 느낄만한 일 저질러 놓고 의지하게 만들고 결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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