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별로 좋은 생각이 아닙니다, 벤씨. 첫째로, 우리는 행운이라는게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대한 실질적인 데이터가 별로..."
"이봐요, 그래서 할 수 있습니까 없습니까? 전 이걸 해야만 합니다."
조용한 사무실, 한숨을 푹 내쉰 유전자 기술직 직원은 의자를 훽 돌려 뒤쪽의 컴퓨터로 고개를 향했다.
그는 인간 게놈 유전자에 대한 표준 규격을 보고있었다-푸른 게놈 모형 가운데 붉게 빛나는 부분은 변형이 예상되는 부위를, 녹색으로 빛나는 부분은 변형이 연계될 부분을 나타냈다.
"봅시다. rs2981205, rs730882133, rs423454에 변형 가능한 게놈이 있습니다."
"네, 그래요, 당신 머리 좋아요, 나도 알아요. 그래서 결론이 뭡니까?"
벤은 참을성 없이 의자 위에서 몸을 비틀며 핸드폰을 불안한듯 만지작거렸다.
"인구 균형학 연구와 복권 승자, 천재지변적 사고에서의 생존자 등의 데이터를 기반하여 봤을 때, 당신을 더 운이 좋은 사람으로 만들지 모르는 20개의 유전자 변형이 발견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쪽에서는 이 유전자들이 정말로 운과 연관되어 있는지 확언할 수 없습니다. 솔직히 최근 연구 결과들에 따르면 유전자 변형의 유용성은-"
"그래요, 그래. 전 이미 권리 포기 각서 다 작성했습니다. 당신은 당신 일만 하면 되는거 아닙니까. 지금 여기 걸린게 많다고요."
"당신 이미 여기에 대고 내기를 한겁니까? 그래놓고 지금부터 행운을 바라는 거고요?"
"그런건 아니고...설명하기 힘들어요."
"그래요, 뭐, 결국 당신 유전자니까. 여기 서명해주시고, 이쪽에 규격 양식들이 더 있거든요. 이번 수술에서 변형하게 될 유전자들을 고려할 때, 고객님은 수술 이후 85% 확률로 근력 저하, 90% 확률로 운동기능 손실, 100% 확률로 지적 능력 손실, 60% 확률로 전체적인 신체 미감 및 균형능력 상실,50% 확률로 단기 혹은 장기 기억 손실을 겪으실 수 있습니다."
벤은 타블렛을 받아보고 양식을 한 번 훑어보았다. 스크롤이 끝까지 내려가자, 그는 동의의 의미로 지문 스캐너에 손가락을 가져다댔다.
마치 역기를 앞에 둔 올림픽 선수처럼, 벤은 어깨를 뒤로 편히 젖혔다.
"됐습니다."
그는 작은 목소리로 혼잣말하듯 속삭였다: "이제 다 됐어요."
"아직 다 된건 아닙니다, 벤씨. 이후 일어날 잠정적 손실의 정도를 고려할 때, 앞으로 당신이 아이를 낳고싶어 할 때를 대비하여 정자를 채취해야 할겁니다. 또한, 저희 측에서는 선택적 게놈 변형을 받으신 모든 분들께 삽입형 피임구를 추천드리고 있습니다. 2024년 SAFEG 협정에 따라, 임신 가능성이 있는 모든 성적 행위 이전에 당신과 당신 파트너는 모두 유전자 기능장애에 대한 확인을 하셔야하고요."
"그걸 모르는 사람이 요즘 어디 있답니까."
"형식적인 겁니다. 그럼 여기 샘플용 컵입니다. '샘플 체취' 시간을 좀 드릴테고요, 그동안 CRISPR균 이전이 준비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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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은 소매를 걷었다.
소매 밑에 숨어있던, 색이 약간 바란 문신이 드러났다. "제스"라는 이름이 작게 새겨진 심플한 하트 모양 문신이었다.
"약간 따끔할 겁니다...자, 준비는 다 끝났습니다. 혹시 의사를 바꾸신다면 지금이 마지막-"
"됐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기술자는 벤의 왼쪽 삼각근동맥에 게놈 변형균을 주사해 넣었다. 48시간 후면, 변형 플루가 벤의 세포들과 접촉하여 그의 DNA를 재구성 할 것이였다.
"됐습니다. 약간의 쓰라림, 어지럼증, 발열이 이틀정도 있을지도 몰라요. 감기랑 비슷하죠. 세균은 전염성은 없지만 일단 유아와 노인과는 접촉을 좀 자제하시고요. 많이 아프면 타이레놀 드시고...호흡곤란, 기절, 뭐 그런게 생기면 바로 병원에 연락하세요."
"감사합니다, 선생님."
"행운을 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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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이 지났다.
벤의 인생은,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크게 변하지 않은 듯 했다.
벤은 바리스타 일을 그만두었다. 수술 이후 얻게된 결점들, 특히 사소한 주문도 깜빡해버리는 기억력 문제는 바리스타 일에 큰 장애가 되었다.
새로운 벤은 새로이 완벽한 직장을 찾았다. 발티모어에 남아있는 몇 안되는 시립 도서관 중 하나가 바로 그것이었다.
그는 이제 하루에 한 두명의 손님만 상대하면 되었고, 그 한 두명은 대부분 벤보다 훨씬 나이가 많았다.
이제 벤은 자기 또래의 사람들보다 노인들과 더 잘 어울리고는 했다. 그가 마주한 새로운 세계의 페이스는 노인들의 그것과 닮았기 때문이었다.
벤은 새로운 삶에 잘 정착했다. 전에 없이 외로웠지만, 그 외로움마저 새로이 마주한 환경 중 하나일 뿐이었다.
새로운 친구도 생겼다. 떠돌이 개였던 '팁시'인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발치에 부딪힌 녀석을 아파트로 데려온 것이다.
강아지는 다리가 세 개밖에 없어 곧잘 넘어지고는 했는데, 둘은 금새 친한 친구가 되었다.
벤의 삶은 말하자면 평안과 지루함의 연속이었다.
도서관에서의 일이 끝난 매일 저녁, 벤에게는 약속된 일과가 있었다.
그는 문닫은 도서관에서 홀로, 가끔은 등 뒤의 배낭에서 빼꼼 얼굴을 들이미는 팁시와 함께, 아동용 도서 몇권을 세심히 골라 담았다.
쉬운 단어로 쓰여진 짧은 이야기 몇 개를 품에쥐고, 벤은 57번 버스에 올라탄다. 23번 버스로의 환승, 하차, 장기 요양원 앞.
그곳에서 벤은 엘레베이터를 타고 4층으로 올라간다-이제 벤의 다리는 계단을 쓰기에는 너무도 빈약했다-.
규칙적으로 입술 사이를 비집고 나오는 더운 숨소리와 삑삑거리는 기계음 외에는 침묵만이 가득한 방. 그곳에서 벤은 제스의 옆자리에 앉아, 조용히 동화책들을 읽어내려가고는 하는 것이다.
벤은 종종 그 자리에 앉은채로 잠에 들고는 했다.
내일은 마침내 다시 한 번 제스와 이야기 할 날이 될지도 모른다고 믿으며,
내일은 마침내 그의 행운의 날이 될거라고 믿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