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무서운 귀신 이야기는 아니고 신기 있는 동기 이야기야.
남편이 자대배치 받기 전 훈련소에 같이 있었던 동기래. 이 동기를 A라고 할게.
이 A가 어떻게 유명해지게 되었냐 하면 총쏘는 훈련을 A가 거부했대.
얼차려를 당한 다음 총을 들긴 했는데 곧 총을 떨어뜨리고 안 쐈대. 결국 그날 맞았다고 하네.
밤에 A는 밤새 끙끙 앓았다는...의무실에 가도 원인불명이라고 했다고 하더라구.
그런데 밤새도록 앓은 A의 손바닥과 팔에 온통 작은 상처가 나 있더래. 이제 막 딱지가 맺히기 시작하는...
교관이 불려 왔는데 교관을 딱 보더니 귓속말로 뭐라고 했대. 무슨 말을 들었는지는 교관이 결코 안 가르쳐줬다고 하네.
깜짝 놀란 교관은 A를 데리고 중대장에게 데리고 갔대. 그때부터 이 A는 관심사병이 되어 모든 훈련에서 열외.
혹시나 자해할까봐 항상 A주변에 교관이 붙어 있었다고 하더라구. 나중에 연대장에게까지 호출당해서 점 봐줬었대.
나중에 왜 상처가 났는지 A가 이야기해주는데 A에게 깃든 신은 다툼을 싫어하는 신이래.
거기에 반하는 행동을 하면 신이 A에게 벌을 내린대.
그날 총 쏘는 훈련을 거부했던 것도 그 이유였고 억지로 총을 들긴 했는데 그게 신의 맘에 안 들었었나봐.
1. A의 이야기
A가 어렸을 때 굉장히 아팠다고 해. 온갖 병원을 돌아다니다가 마지막에 무당에게 데리고 갔는데 무당이 그러더래.
동업자라고. 너도 순탄한 삶을 살지는 못할 거라고. 그 뒤로 그 무당에게 대충 굿이나 제령하는 방법을 배웠대.
A가 군대에 막 왔을 때는 이미 신기가 절정을 찍고 내려가는 쯤이었다고 하네.
점을 봐줄 땐 아무것도 안 물어보고 얼굴만 본대. 얼굴이랑 손금.
손금도 두 손으로 물 뜨듯이 가볍게 웅크린 손자세를 취하라 해서 한번 흘끗 보고 만대.
A가 말하길 진짜 잘보는 사람은 사람이 대략 언제 죽을지조차 다 알고 있대.
하지만 천기를 누설하면 안되기 때문에 다른 식으로 이야기를 해준다고 하네.
예를 들자면 좋은 일을 많이 하라던가...이런 식으로...그래야 저승에 갔을 때 벌을 덜 받기 때문에.
2. A가 봐준 점 이야기.
훈련 막바지에 시간이 좀 많이 남아서 A가 이것도 인연이니 한번 봐줄게 했대.
그러더니 제일 먼저 어떤 동기 얼굴을 한번 보고 너 10대 때 물과 관련해서 사건이 있지 않았냐고.
그 동기가 어떻게 알았냐고. 어렸을 때 집 근처 개울에서 놀다가 물에 빠져서 죽을 뻔 했다고.
그러더니 A가 말하길...너랑 물은 상극이니 오래된 물 근처에 가지 말라고.
30대 초반에 한번 더 사고가 있을 거고 또 한번 있을텐데 그건 지금 안 보인다고 하더래.
동기 왈. 그럼 샤워도 하면 안돼?라고 물었대.
A가 그건 아니고 오래된 물 즉 바다라던가 호수나 시냇가같은 곳엔 가지 말라고 했다네.
(남편이 이 말을 하면서 설명하길 바다는 태초부터 있었고 호수도 오래된 곳이여서 그런 곳을 가지 말라고 했대)
바람둥이 동기한테는 넌 평생 외로울 거라고.. 그래서 그 동기가 나 지금 여친 있는데?라고 하니 싱긋 웃으면서 글쎄라고 했대...
그리고 또다른 동기한테는 너한텐 3명의 여자가 보이는데 넌 그 여자를 다 잡지 못할 거라고. 결혼 못할 거라고.
내가 이 이야기를 믿을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남편 때문이야.
남편 차례가 왔을 때 A가 남편 얼굴을 한번 흘끗 보고 뭐가 궁금하냐라고 물어봤대.
남편이 물었던 건...나 결혼은 할 수 있겠나?였다고...(남편은 그때까지 한번도 연애나 썸조차도 없었음)
A가 남편 얼굴을 한번 유심히 보더니 하는 말이 넌 평생 두명의 여자가 있다고. 둘 중의 하나와 결혼할 거라고 하더래.
남편은 3n살까지 정말 나 포함해서 딱 두 명의 여자가 있었어. 내가 두번째야, 첫번째는 한달만에 끝났다는.
남편이 키도 크고 잘 생긴 편인데 진짜진짜 그 흔한 썸도 없었어. 오래 살아보니 남편이 왜 썸이 없는지 이해가 가더라.
누가 자기 좋아하는지도 모르고 눈치도 없고 결정적으로 여자에게 관심도 없었음. 남중, 남고, 공대, 남초회사...유흥 싫어함. 집돌이.
첫번째 인연은 거래처 직원인데 적극적으로 대쉬해서 처음 사귀었다고 하더라구. 그때가 32살...또르르..
두번째가 난데 나와는 친구로 알고 지내다가 연애하고 결혼했다는...
그리고 A가 말하길...둘째가 잘돼. 이 말 한마디를 했대.
남편이 첫째는?이라고 물었더니 첫째는 아무 이야기 안하고 둘째가 진짜 잘돼 이 말만 되풀이 했다네.
(나는 지금 임신 중. 둘째도 낳아야 하나?;;)
A가 마지막으로 한 말은 너는 평생 돈 걱정 안하고 살거라고 더이상 나에게 물어볼 말도 없을거라고..
남편이 그럼 나 돈 많이 버냐?라고 했는데 그게 아니라 적게 벌면 적게 쓰고 많이 벌면 많이 쓴다고 본인에게 만족하는 팔자라고..
그때 다른 동기가 남편 어깨를 탁 치면서 그거 좋은 말이라고 하더래.
돈이라는 건 많으면 많은 대로 적으면 적은 대로 걱정이 있길 마련인데 그런 걱정이 없어서 좋다는 뜻이라고.
그래서 그런가? 남편이 욕심이 없어. 지금도 딱히 뭔가 걱정거리도 없는 평온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는...
남편의 인생은 평생 잔잔한 파도야. 설령 큰 파도가 있었더라도 본인은 그걸 작은 파도처럼 생각하는 거 같더라구. 순탄 그 자체.
3. 군대에는 귀신이 있는가, 없는가.
원칙적으로는 없대. 군대가 남자들이 99%라 양기가 엄청 강하기 때문에 그 양기를 뚫을만한 귀신은 없다는 이야기야.
문제는 군대 부지가 굉장히 싼 이유가 폐가가 있거나, 오래된 공동묘지거나, 산중턱을 밀면서 무덤 한두개는 가볍게 민다고..
그렇다 보니 귀신이 존재할 수 밖에 없는 땅에 부대가 들어선다는 거지.
거기서 보는 귀신은 진짜래. 왜냐하면 그 강력한 양기를 뚫고 나타날 정도의 엄청 강한 귀신이면 그 귀신은 보일 수 밖에 없다네.
들었을 땐 재밌었는데 막상 글로 쓰니 재미가 없네. 신기한 이야기를 들었다고 생각해줘.
구 ㅇㅋ 공포방에서 몇 년전에 내가 쓴 글을 가져왔는데...
저 글을 쓴 당시에 첫째 임신 중이었는데, 정말 생각지도 못하게 둘째가 태어나서 지금 n살이야.
아직까지는 저 분 말이 다 맞아. 예상치도 못한 둘째도 태어나고 남편도 여전히 순탄순탄.
이 순탄이라는 게 남편이 돈을 많이 번다던가 그런 게 아니라 중요한 순간에 나와 아이들 때문에 커리어 포기하고
지방으로 이직했는데 전의 회사보다 더 오래 다닐 수 있는 회사고, 연봉도 조금씩 오르고 있어서 남편은 만족하고 있어.
남편이 일하는 계통이 은근 박봉이고 오래 못 다니는데, 전화위복이 된 셈이지.
돈도 저 동기분이 말한 것처럼 아주 잘 살거나 하진 않은데 별 부족함 없이 살고 있다는.
몇년 전 글을 보고 나도 신기해서 다시 가져와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