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톨들아 날도 흐리고 비도 오고 해서 내가 겪은 썰 몇 개 풀어보려고 해.
별로 무섭지는 않을 거야. 소소한 이야기니까.
1
중학생 때 과외를 마치고 돌아오던 길이었어.
당시 나는 ㅁㅇㄹ 고개 근처에 살고 있었고 지하철보다는 버스를 애용했는데 이유는 별거 없었어.
집이 언덕 위에 있다보니 지하철 역에서 올라오는 것보다 ㅁㅇㄹ 고개에서 내려가는 게 더 편했거든.
암튼 그날 버스에서 내렸을 때 거의 자정이 다 돼가는 시간이었어.
얼른 집에 가야지 하고 걸음을 서두르고 있는데 누가 내 옆을 사악 지나쳐가는 거야.
인기척도 없었고, 무엇보다 기분이 이상해서 열심히 투지폰 두들기다 말고 고개를 들었는데 2미터는 족히 넘어보이는 사람이 나를 앞서가고 있더라고. 조깅하는 폼으로 말이야. 팔꿈치를 앞뒤로 흔들면서 가는데 보통 사람이 걷고 뛰고 할 때 몸이 흔들리기 마련이잖아. 그런데 그 사람 에스컬레이터 탄 것처럼 언덕을 내려가더라. 액체 흘러내리는 것처럼, 스르륵하고.
그러다 오른쪽으로 쑥 사라졌는데 말도 안 되는 게 그때 거기 아파트 짓느라 공사벽을 엄청 높이 쳐놨었거든. 그 옆으로는 단층 상가 건물이 몇 개 붙어있는데 문이 다 닫혀있었고. 골목으로 들어가려면 조금 더 내려가야만 했는데, 어디로 사라졌던 걸까. 이상하지?
2
이건 더 옛날 얘긴데, 내가 경험한 것 중에 제일 싫어하는 거야.
나톨 초등학교 적에 다니던 영어 학원이 집하고 거리가 애매해서 셔틀을 못 탔거든.
그래서 학원 끝나는 시간에 맞춰 부모님이 데리러 와주셨는데 그날은 차가 막혀서 못 오신 거야.
나톨은 당차게 혼자 집에 들어가겠다고 했고 정말 밝은 길 골라다 집까지 잘 걸어왔어.
그리고 문제는 집에 올라갈 때였어.
그때 살던 집이 상가형 주택이었는데 1층은 주차장, 2층은 법무사, 3층은 우리 집, 4층은 신혼 부부가 살았어.
나톨은 건물에 들어서자마자 발소리를 들었어. 계단 오르는 것 같은 소리.
2층은 여섯시면 사람들이 다 퇴근했고, 우리 가족은 고속도로 위에 있다고 했으니까 (나톨에게 언니가 있는데 그때 부모님과 함께 집에 오고 있었음) 아마 4층 부부가 집에 올라가고 있나보다 생각했지. 그렇게 나톨도 계단을 오르는데 위층에 발소리가 끊이질 않는 거야. 내가 우리 집 현관 앞에 설 때까지 말이야. 집 안에서 난다고 하기엔 말이 안 될 정도로 복도가 울려서 의아함에 슬쩍 윗층을 올려다봤는데, 그건 계단을 오르는 게 아니었어.
그건 천장을 기고 있는 거였어.
몸을 딱 붙이고 손바닥으로 천장을 탁탁 치면서 위로 올라가는 걸 보면서 나톨은 기겁하고 집으로 들어갔고 불이란 불은 다 켜고 가족들이 돌아올 때까지 잠도 못 자고 기다렸어. 10년도 더 지난 일이지만 나는 지금도 가끔 천장에 붙어있던 그걸 떠올리면 소름이 돋아. 계단 오르는 소리가 들리면 딴톨들도 한 번 의심해 봐 :)
3
비교적 최근 일이야.
위에 언급했듯이 나톨에겐 언니 한 명이 있는데 뮤지컬을 좋아해서 가끔 좋은 작품이 올라오면 함께 관극하곤 해.
일전에 신당에 있는 공연장에 갔을 때였어.
1막 잘 보고 인터미션 때 화장실 가려고 나왔는데 화장실 줄이 엄청 길더라고. 그래서 그냥 멍하게 서서 기다리고 있는데 삐뚜름하게 선 줄 사이에 누가 뒤돌아 서있는 거야. 나톨을 빤히 쳐다보길래 눈 맞췄다가 급하게 딴청을 피웠어. 뒤돌아 서있는 줄 알았는데 고개만 돌아가있던 거였거든. 그러니까 몸은 정면을 향하고 얼굴은 180도 돌아가있었던 거지.
그리고 같은 공연장에서 다른 공연을 봤던 날에는 춤 추는 앙상블 주변을 빙글빙글 도는 사람을 보기도 했고 오케스트라 피트 옆에서 구경하듯이 무대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사람을 보기도 했어. 음 별 건 아니지?
비가 아직도 오네.
다들 재미있게 읽었길 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