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원래 괴담 좋아해서 여기저기 떠돌다가, 디미토리까지 왔어.
내가 소설식으로 글을 쓰는 걸 좋아해서 소설식으로 글을 쓸 거야.
다른 썰에서 다루지 않는 내용도 쓸 거야.
그래서 그런데, 소설이라 생각되면 그냥 그렇게 해.
몇 킬로바이트짜리 글로 쓸데없이 싸울 생각도 없고..
미리 일러두지만, 난 거짓말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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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배를 만난 건 몇 년 전 4월이었다.
글을 쓰려고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리려니 시선이 왼쪽 아래로 향했고, 입에서 어... 하고 소리가 났다. 마치 무거운 동영상을 재생하는 컴퓨터처럼, 약간의 버벅임과 함께 그저, '아주 오랜 시간이 흘렀구나. '
정확한 날이 기억나지 않는 나는 가볍게 얼버무렸다.
그때 우리는 고등학생이었다. 나는 2학년, 후배는 1학년이었다.
기숙사생이어서 아침 기상과 함께, 운동 그리고 식사, 자습, 모든 게 끝난 뒤 잠에 들기까지 교실에서의 수업을 제외한 일거수일투족을 서로 알 수 있었다. 거의 모든 걸 지켜봤다. 사실 후배의 첫인상은 별로 친해지고 싶지 않은 느낌의 조용한 아이였다. 좋지 않은 얘기가 많았다.
여기저기에서 들렸다.
"쟤 성격 이상해. "
"몸이 엄청 아프다며? 근데 이유도 없고? 뭔가 잘못된 애 아니야?"
후배의 독특한 분위기 때문인지, 뭔지는 몰라도, 후배를 향한 시선들은 세상 밖으로 사람들에게 소문을 퍼뜨렸다. 나는 그 소문을 어디선가 주워듣고 그 후배를 피했었다. 이게 아마 봄의 끝무렵, 여름이 시작되기 전이었으니, 5월 말 정도였을 것이다.
나는 그때 괜히 '좋은 선배' 이미지를 만든답시고, 내키지도 않으면서 후배에게 시덥잖은 주제들로 말을 걸기 시작했다. 사람을 겪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이런 식으로 꾸며내서 행동하는 건 인간관계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 짓이다.
"언니는 왜 자꾸 나한테 말을 걸어요? 저 소문 안 좋은데요? 언니도 제 소문 들었죠?"
친해지기 전, 내가 자꾸 영양가도 없고, 재미도 없는 인사치레 수준의 말만 늘어놓으니 후배가 내게 톡 쏘아붙이며 했던 말이다.
"무슨 소문?"
나는 애써 웃었다. 아주 어색했을 것이다. 나는 그때 내 입이 바들거렸는지, 아니면 눈이 떨렸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들었을 거 아녜요."
정확한 얘기를 하지 않던 후배.
그래, 자신을 둘러싼 소문에 대해 직접 얘기하고 싶진 않았겠지.
"어? 아... 그거? 하하, 나는 그런 거 신경 안 써. "
"진짜로 나랑 친해지고 싶으면, 제대로 말을 걸어주세요."
하고는 후배는 짐을 챙겨 수업을 들으러 갔다. 커튼에 가려 빛이 덜 들어오는 오후 2시의 자습실, 후배가 떠난 후배의 빈자리 앞에 나 혼자 멀뚱멀뚱 서있었다. 나는 괜히 후배의 자리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포스트잇을 만지작 거리며 생각했다.
'역시 좋아보이는 선배 연기는 그만둬야겠다. '
그래서 나는 그 뒤로 후배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면 이 글은 못썼겠지.
이상하게도 그날 이후로 나는 더 자주 후배에게 말을 걸었다. 좀 더 진심으로 후배를 대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날이 지날수록 후배와의 대화가 길어졌고, 후배가 나와 얘기를 할 때면 하하 하고 소리내어 웃는 것도 많아졌다.
후배는 이국적으로 생겼다. 인도 사람 아니면 중동 사람 같은 느낌으로, 쌍꺼풀이 짙어 눈이 크고 깊은 인상인데, 호리호리한 몸 때문인지 약간 큰 교복을 입으면 독특한 분위기가 났다. 머리와 손발이 엄청 작았다. 키도 약간 작았다. 160cm정도?
후배는 이상하게 소문이 자꾸 안 좋았다. 졸업 때까지 그랬다. 아마 그 직설적인 어투 때문이 아닐까 싶다. 느긋하고, 사람 말에 크게 마음 쓰지 않는 성격인 나도 듣고 몇 번 당황한 적이 있었는데, 후배는 친하지 않고, 감정적인 사람이 들으면 한 번에 등을 돌릴 만한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그러나 그런 성격에도 불구하고, 나와 의외로 코드가 맞아서 친해지는 데에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후배가 직설적으로 내뱉은 말에 내가 공감하고, 후배의 거친 언사들은 내 속을 풀어주는 기분이 들었다. 그때의 나는 착한 아이 컴플렉스로,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고 싶었으니까. 애써 착한 척하다가 응어리진 게 많았었나 보다.
"언니, 너무 사람들에게 잘 해주려고 하지 마요."
"아냐, 나는 이게 좋아."
땡, 내가 말해야 했던 정답은, '그래, 나 좋은 사람이나 나한테 붙으라지. 뭐하러 피곤하게 잔챙이들까지 챙기고 있었나 몰라.' 였을 것이다.
후배는 으레 내가 '착한 사람' 같은 대답을 할 때면 한숨을 쉬곤 했다.
"에휴..."
그런 직설적인 성격의 후배는 다른 사람들과 다른 점이 하나 있었다. 후배는 아침, 점심, 저녁 그중 하루 두 번 차를 우려냈는데, 향이 아주 좋았다. 그중 내가 제일 좋아했던 건, 캐모마일이었다. 마실 때 가벼운 꽃향이 부드럽게 입안에 남아서 기분 전환이 되기 때문이었는데, 직접 마시는 것보다 더 좋은 건 따로 있었다.
그건 바로, 아무 생각 없이 자습실에 앉아있을 때에만 즐길 수 있는 일이다. 골골골 하고 티 보틀에 따듯한 물을 따르는 소리가 멀리 후배 자리에서 나면 얼마 안 가 자스민이며, 민트며 꽃향과 허브향이 자습실을 가득 채운다. 그럼 차 우린 거 얻어먹는다고 나는 또 후배한테 가서 말 걸고 한 잔 같이 수다 떨며 마시고...
그리고 후배에게 선물로 받은 티백 몇 개를 얻어오곤, 후배처럼 티 보틀에 뜨거운 물을 따라 차를 우려먹으며 생각하곤 했다.
"음, 맛있네. 역시 차는 후배가 잘 알아..."
글을 쓰고 보니 나는 그닥 도움이 되는 선배는 아니었다. 변명을 하자면, 물론 나도 그만큼 무언가 선물을 해줬으니, 후배가 나한테 차를 끓여줬던 거다.
이렇게 서로 차 마시고, 수다나 떨며 평온한 날을 보내던 어느날, 내가 장난삼아 던진 말에 후배가 대답을 하면서 일이 시작됐다.
"너 혹시 귀신 볼 줄 알아?"
이때 나는 괴담에 빠져 있던 터라 아무한테나 귀신 보냐고 묻고 다녔다.
"네. 보여요."
"뭐?"
일이 시작됐다기 보단, 정확히는.. 여기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됐다.
내 남은 고등학교 기숙 생활 2년을 괴담썰로 만들 만한 이야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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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괴담썰은 사람과 귀신 그리고 요괴까지 다룰 생각이야.
엄청나게 무서워서 달달 떨리는 괴담이 아니라, 읽고 나면 잔잔한 것이 마음 속 어딘가 채워지는 듯한 일상 괴담을 쓸 생각이고.
더 쓸지는 반응 보고 생각해볼게. 내가 무서운 이야기는 처음 써보는 거라 아직 확신이 없거든.
내 글의 주특기는 사람 심리 파악이랑, 묘사야. 이쪽 글 좋아하면 추천 주거나, 글에 대해서 피드백 주면 고마울 거야!
글을 쓰는 건 좋아하는데, 쓰다 보면 쉽게 지쳐서 길게는 못 쓸 듯... 짧아도 걍 읽어줘 ㅋㅋㅋㅋㅋ 폰으로 써서 더 쉽게 글을 끊게 되나 봐
그리고 여기 글 수정해서 그런지, 올려서 그런지는 몰라도 줄바꿈해둔 거 몇 배로 늘어나네... 수정하긴 했는데, 원래 이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