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아빠를 묻은 지 벌써 226일째다. 그 시간은 325,000분이고, 19,500,000초다. 물론 매분 매초 세고 있는 건 아니지만 내게 기억한다는 행위는 중요하게 느껴졌다.

엄마는 아빠를 묻은 장소를 옮겨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들이 아빠를 찾아낼 거라면서. 그런 일이 있으면 안 되잖니, 엄마는 말했다. 그들이 아빠를 찾아내면 정말 큰일이 일어날 거라고.

아빠가 얼마나 깊게 묻혀있는지 모르겠지만 1.8m까지 내려가지는 않는다. 1.2m는 되려나? 아무튼 그렇다고 해서 파내는 게 쉽다는 건 아니다. 흙이 많은 데다가 나도, 내 누이도, 엄마도 모두 피곤한 상태였다. 하지만 꼭 해야만 하는 일이다. 그렇다고 누구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감옥에 가고 싶진 않다. 우리 가족 중 누구라도 감옥에 가는 일은 없어야 한다.

아빠는 그런 일을 당할 수밖에 없었다고 그랬다. 그게 엄마의 말이었다. 아빠는 아주 질 나쁜 인간이었단다. 하면 안 되는 짓을 일삼는 그런 사람. 아빠는 우리에게 나쁜 짓을 했다. 그리고 그 대가를 치러야 했다. 우리가 다 그러하다. 나쁜 짓을 하면 대가를 치르는 게 옳다. 그것이 우리가 배운 교훈이었다. 하지만 아빠는 아니었기에 결국 땅에 묻히고 말았다.

엄마가 후진한 트럭이 구덩이에 아주 가까이 다가섰다. 엄마 말로는 상자 따위는 필요 없다고 했다. 그냥 아빠만 있으면 된다고. 그냥 몸뚱어리만 있으면 된다고. 

진작에 새 구덩이를 파놓은 후였다. 상자도 새로 준비했고.

엄마가 나를 도와 아빠를 상자에서 꺼내 트럭에 실었다. 그 사이, 동생은 열심히 구덩이를 다시 메웠다. 아빠로부터 심한 악취가 났다. 끔찍했다. 몇 번이나 울렁이는 속을 달래야 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결코 게워내지는 않았다.

새로운 구덩이는 몇 킬로미터 떨어진 곳이었다. 기존 구덩이보다 훨씬 더 깊게 팠다. 1.8m는 족히 넘을 것이다. 아빠는 그곳에서 훨씬 안전할 것이다. 누구도 아빠를 찾지 못하겠지. 그곳에서 아빠는 속죄할 것이다.

아빠는 숨을 쌕쌕이며 내 팔을 붙들고 흔들며 빌었다. 하지만 뭘 어떻게 하기에는 너무 약해진 상태였다. 우리는 수액을 갈고 상자 안 산소 공급기를 새로 교체한 뒤 조심스럽게 아빠를 그곳에 뉘었다.

"2년 남았어," 엄마가 말했다.

그리고 다시 아빠를 묻었다.


출처 https://www.reddit.com/r/shortscarystories/comments/deofg7/digging_up_my_dad_the_325000_contest
https://blog.naver.com/iamsuekim/221673901804

  • tory_1 2019.10.15 13:45

    아................................

  • tory_1 2019.10.15 13:46

    `아빠는 그런 일을 당할 수밖에 없었다고 그랬다. 그게 엄마의 말이었다. 아빠는 아주 질 나쁜 인간이었단다. 하면 안 되는 짓을 일삼는 그런 사람. 아빠는 우리에게 나쁜 짓을 했다. 그리고 그 대가를 치러야 했다. 우리가 다 그러하다. 나쁜 짓을 하면 대가를 치르는 게 옳다. 그것이 우리가 배운 교훈이었다. 하지만 아빠는 아니었기에 결국 땅에 묻히고 말았다.`


    이 문단 아니었으면, 오랫동안 병상에 누워있는 사람에 지친 가족같다..

  • tory_2 2019.10.15 14:51
    시체라고 생각하고 내려왔는데...........
  • tory_3 2019.10.15 16:04
    헐 시체가 아니었어...ㅎㄷㄷ가정 폭력범이었을까?그런거라면 진짜 벌을 제대로 주는거네ㅎㄷㄷ
  • tory_4 2019.10.15 17:22
    난 공소시효가 지나길 기다리나? 라고 생각했어 우리가족중 누구도 감옥에 가선 안된다던가 그들이 아빠를 찾아내선 안된다거나 나쁜짓을 하면 대가를 치뤄야하는데 아빠는 아니었기 때문에 땅에 묻혔다거나 그래서... 근데 공소시효가 2~3년밖에 안될거같진 않고...
  • tory_7 2019.10.16 04:03
    산소공급기가 1~2년분량의 산소가들어잇어서 그런거아닐까<br />
    가족들은 나쁜아빠를 쉽게 죽이는대신 땅에 묻어 어랫동안 고통을 주려는게 아닐까생각햇음.

    그래서 수액까지줘가면서 생명연장시키는듯..
  • tory_5 2019.10.15 17:38

    왜 안 죽이고 3년 동안 땅에 파묻는 선택을 했을까 궁금하다... 

  • tory_6 2019.10.15 18:13
    한니발 초반 에피소드 생각난다..
  • tory_8 2019.10.17 12:27
    실종신고하고 몇년 지나야 사망처리되지?? 유산땜에 그러나??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날짜 조회
전체 【영화이벤트】 허광한 주연 🎬 <청춘18X2 너에게로 이어지는 길> 단 한번의 시사회 43 2024.04.25 3720
전체 【영화이벤트】 7년만의 귀환을 알린 레전드 시리즈✨ 🎬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 예매권 증정 125 2024.04.23 4223
전체 【영화이벤트】 F 감성 자극 🎬 <이프: 상상의 친구> 예매권 증정 86 2024.04.22 4160
전체 디미토리 전체 이용규칙 2021.04.26 568584
공지 꿈글은 오컬트방에서 작성 가능합니다. 2021.02.25 264206
공지 공포방 공지 69 2017.12.18 279438
모든 공지 확인하기()
802 공포괴담 과선배를 통해 전설로만 내려오는 울학교 살인사건 11 2019.11.08 7393
801 공포괴담 [레딧] (번역 괴담) 줄리아는 똑똑한 아이였어요. 10 2019.11.08 4733
800 공포자료 신작 DAUM 공포 웹툰 추천 18 2019.11.06 4664
799 공포자료 "살려주세요" 영상에서 도움을 요청한 먹방유튜버 9 2019.11.03 8981
798 실제경험 별로 무섭진 않지만 찝찝했던 2년전에 겪었던 경험인데... 30 2019.11.03 7656
797 창작 비행기를 타고가다 불시착한 사막에서 만난 노란머리 아이 8 2019.11.02 4314
796 창작 식은 홍차를 마신 사내가 죽은 이유는 18 2019.11.01 5867
795 공포괴담 [레딧] 오늘 기분은 좀 어때요? 19 2019.10.30 4774
794 공포자료 약 3억년전부터 존재한 기생갑각류, 미친듯한 부화속도와 그 전말 15 2019.10.27 8643
793 미스테리 스산함, 이유없는 소름과 관련된 한국 설화가 있을까? 21 2019.10.23 5674
792 공포괴담 [레딧] 남자친구가 이상해 31 2019.10.22 9319
791 공포괴담 난 식인종이 아니야 10 2019.10.21 101378
790 공포괴담 [2ch] TV에서 여성이 맨홀에 떨어지는 장면을 보았다. 6 2019.10.21 6253
789 실제경험 이상한 가발때문에 귀신한테 시달린 일 80 2019.10.16 10267
788 공포괴담 [레딧] 이 이야기는 무서운 이야기가 아니예요. 19 2019.10.16 5629
787 공포자료 [펌] 홍콩 바다에서 발견된 알몸 변사체 소녀에 대한 기담 56 2019.10.15 13687
» 공포괴담 [레딧] 아빠 파내기 9 2019.10.15 5004
785 공포자료 시체로 빚은 술이라고 소문났던 사건.jpg 44 2019.10.12 14136
784 공포괴담 [펌] 영화같은 배틀로얄 꿈 괴담 이야기 (스압?주의) 32 2019.10.10 8995
783 실제경험 지하철 ㅇㅅ역에서 내가 본것은 무엇이었을까ㅜㅜ 16 2019.10.10 6459
목록  BEST 인기글
Board Pagination 1 ... 41 42 43 44 45 46 47 48 49 50 ... 86
/ 86

Copyright ⓒ 2017 - dmitory.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