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공포방에 글 처음 써봐서 혹시 문제 있으면 둥글게 지적 부탁할게.
내가 중학교때 겪었던 일인데 생각해보면 여러모로 현실공포라서 여기에 적어.
중학교 3학년때 우리반에 애매한 문제아가 있었어.
담배피고 수업시간에 잠은 자는데 애들한테 삥을 뜯거나 폭력을 휘두르는 일은 없는 애매한 문제아.
시키면 숙제도 해가긴 하고 졸업해야 겠다는 의지는 있는 애여서 애들이 가까이 지내지는 않아도 특별히 무서워하지는 않는 애였는데,
걔네 집이 부자였어서 그런가 주변에 같은 날라리들 무리 중에서 좀 리더격인 애였어.
여튼 걔가 사람을 때려서 징계받은 적은 없었는데 어느날 갑자기 학교에 안나오는거야
같은 반이었던 다른 친구 한 명은 얼굴이 눈탱이 밤탱이가 되서 학교에 왔는데. 그래서 애들이 다 '아, 드디어 사람까지 패는구나'했어.
한 일주일 정도 지나고 그 문제아 리더가 등교했고, 눈탱이 밤탱이가 된 애는 날라리 무리에서도 왕따처럼 지내더라.
근데 이상하게, 맞은 애를 불쌍하게 여긴 여자애들이나 다른 애들이 말을 걸려고 하면 그 날라리 무리에서 막는거야.
대놓고 큰 소리로 "얘랑 같이 지내면 옮는다.", "더러우니까 가까이 하지 마라" 이러면서.
평소에 사람을 저렇게 괴롭힌 적은 없었는데, 대체 무슨 짓을 했나 싶었지만 애들은 그냥 그러려니 했어.
그 날라리 무리가 이제 좀 무섭게 느껴지기도 했고, 맞은 애도 원래 질 안 좋은 애였으니까.
그렇게 지내다가 중학교 졸업을 하고 맞은 애는 다른 지역으로 고등학교를 갔다고 들었어.
나는 중학교 근처 인문계 고등학교에 갔는데, 그 날라리 남자애도 같은 학교에 같은 반이 되었어.
출석번호대로 앉았는데 내 대각선 옆에 앉게 되서, 어쩌다보니 말도 트고 대화도 좀 하게 되었는데
좀 궁금한거야. 사람 패는 일은 없었는데 걔는 왜 팼나 싶어서.
근데 걔가 하는 말이 진짜 무섭더라.
맞은 애가 주말에 공짜 밥 먹으러 가자면서 종종 교회에 데리고 갔대.
근데 자기가 아는 교회처럼 기도하는 곳이나 십자가가 있는 교회가 아니고 좀 사무실 같은 느낌에 안쪽 방에는 기도실이 있는 구조.
그럼 거기 목사님이라고 하는 사람이 애들한테 짜장면 같은 걸 사주고 대화도 하고 가고 그랬대
근데 계속 다니다 보니까 이상했더라는거야 은근히 같은 의미로 해석될만한 말들을 반복해서 하고
싫다는데도 계속 같이 기도하자고 하고.
특히 이상한거는 자기들은 불량청소년이잖아? 서로 자기들이 날라리인거 알고 있는데 그걸 괜찮다고 자꾸만 합리화하려고 했다는거야
그것도 다 신의 뜻이고 우리는 다 이해한다는 식으로, 근데 자기 입장에서는 그게 너무 웃겼대.
어른이면 그러지 말라고 해야하는 거 아니냐는 생각도 들고, 마치 자기들이 집안이 안 좋아서 불량아가 된 것 처럼 말한다고
더 이상했던건 자기 빼고 다른 날라리들은 그걸 또 고개를 끄덕이면서 듣고있었다는거야
자기는 귀기울여 듣질 않아서 구체적으로 뭐라고 설교했었는지는 정확히 기억은 안난대
근데 다른 애들은 그 얘기를 엄청 열심히 듣고 있었다고.
그러다가 언제는 기도가 시작할 시간에 맞춰서 밥을 먹은 적이 있었나봐.
신도들이 많지는 않고 한 10명 조금 넘게 있었는데, 그 맞은 애가 기도를 같이 하자고 했대.
다른 애들은 갈까말까 조금 망설였는데, 얘는 오기도 생기고 이게 사이비인걸 대충 눈치채서 뭔 소리하나 들어보자고나 하고
'야 까짓거 기도 좀 하자, 우리 죄를 용서해주신다잖아'하고 비꼬면서 기도하는 곳에 갔대.
가서 보니까 아주 가관이라고 하더라, 신한테 기도를 하는게 아니고 그 목사님한테 고민상담 하듯이 죄를 털어놓으면
그 목사는 무조건 신은 자비로운 분이라 다 용서하고, 이것또한 신의 뜻이고, 죄인이 있으니 우리가 선인의 소중함을 안다느니
진짜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막 해댔대. 걔는 너무 황당했다는거야.
그래서 다 들으라고 옆 친구한테 '이거 완전 사이비 아니냐? 사이비 같은데?' 이렇게 중얼거렸대.
그러니까 사람들 다 쳐다보고 맞은 애는 하지 말라고 말리다가 계속 사이비라고 사이비다 이단이다~ 이러니까
화나서 먼저 얘한테 달려든거야. 근데 얘가 원래는 싸움을 좀 잘하는 애였나봐,
얘기 들어보니까 일방적으로 팬 것 같더라고. 그러면서 나한테 단체로 싸움 났을 땐 무조건 한 놈만 잡아서 패라고;;;; 알려줬어.
어디서 많이 들어본 얘기겠지만 그것보다 효과가 좋은게 없다고.....
여튼 그렇게 되서 얘네 부모님이랑 맞은 애 부모님이랑 오셨나봐. 난장판되서 사람들은 기도하다 말고 집에 가고....
목사가 막 설교하려고 하는데 얘네 부모님은 오자마자 그 사무실이 사이비 같다는 걸 눈치 채셨나봐.
하긴 무슨 사무실 같은데서 기도를 한다느니 하니까 이상하지;;; 여튼 괜히 엮이기 싫다면서
그냥 경찰 부르라고 했더니 목사가 버럭 화를 내면서 이런 일에 경찰이 개입하면 안되느니 뭐라느니 계속 개소리를 했는데
얘네 부모님은 아 그냥 경찰 불러요. 이런 식이었고.... 맞은 애 부모님도 경찰은 안된다고 하고.
근데 그 날라리 무리 중 한 명 때문에 다른 부모님들 귀에도 이 얘기가 들어가고, 결국 얘 혼자만 5일인가 정학 먹었대.
정학 받을 때, 방과후에 그 날라리 친구 몇명이 걔네 집 가서 놀고 그랬는데
그러면서 자기들이 왜 그렇게 말도 안되는 말에 귀를 기울였는지 자기들도 모르겠다는 얘기도 했다고 그랬어.
그게 뭐하는 사이비였는지는 자기도 자세히 모르고, 자기는 원래 신이나 귀신 같은거 눈에 안 보이면 일단 안 믿는다고
그러면서 나보고 너 중학교 졸업앨범 보면 ㅇㅇㅇ 이라고 있는데... 하면서 그 날라리 무리 중 한 명 이름을 말하더라
걔는 다른 반이었는데, 오늘 집에 가서 앨범 보고 이름하고 얼굴 꼭 외워뒀다가 나중에 거르라는거야.
자기들 무리에서 그 맞은 애는 이미 좀 쓰레기? 가까이 하면 안되는 취급을 했었는데 그 ㅇㅇㅇ은 뒤에서 몰래 연락하고 있었다고.
ㅇㅇㅇ도 그 사이비 무리에 가담했을 지도 모르니까 피하라고 하더라고.
얘도 중간에 내용이 기억이 안나는지 토막토막 잘라먹었는데 예전 기억이라 나도 구체적인 건 기억이 안나 ㅠㅠ
요즘 신천지 때문에 사이비 종교가 언론에 나오고 하니까 생각나서 써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