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하!
오늘 거하게 체해서 비도 오는데 바깥을 걷다가, 집 주변에 있는 파출소를 보고 직접 겪었던 무서운 경험이 생각나버렸다 ㅜ
거두절미하고 짧게 써보께~!
난 결혼한 지 이제 3년 된 (마음은 여전히) 신혼(?) 토리야.
작년 여름께에, 퇴근하고 남편이랑 집에서 신나게 치맥하면서 놀던 중에 밤 11시에 전화를 받았어.
02-ㅇㅇㅇ-ㅇㅇㅇㅇ 이런 번호였어.
내가 스팸방지 앱을 깔아둔단 말야? (후후라고 있어)
스팸이면 스팸전화다 이렇게 알려주는 건데, 그 전화번호가 뫄뫄 파출소라고 뜨더라.
당황했지. 밤 11시에 파출소에서 왜 나한테 연락을?
법 없이도 산다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나쁜 짓 한 적 없는데... 또륵. ㅜ
호달달 하면서 받았어.
왠 여자 목소리가 들리는데 여기 뫄뫄 파출소래. 최모톨씨 맞녜.
네네 맞다고 그랬지. 왜그러시냐구.
지금 길거리에서 칼 들고 다른 사람 위협하던 사람을 잡았는데 그 사람 소지품에서 내 전화 번호가 나왔다는거야.
완전 놀랐어.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 했더니 여기 지금 올 수 있냐 그러시더라구.
그래서 남편한테 무섭다고 같이 가 달라고 해서 집에서 걸어서 15분 거리쯤에 있는 파출소로 찾아갔어.
파출소 앞에서 그 번호로 전화해서 밖에 와 있다고 했어.
혹시라도 이상한 사람 얼굴 보기 싫고 무서워서,
여자 순경님이 나오시더니 남편이랑 나한테 말하시더라구.
전화로 말한 것처럼 밤에 골목길에서 식칼 들고 난동을 부리던 사람을 잡아왔는데
이 사람이 가지고 있던 수첩에 당신 이름이랑 전화번호랑 적혀있어서 연락했다고.
혹시 이모모 라는 이름 들어봤냐고.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어. 도리도리 했더니 진술서?같은 거랑 볼펜 들고 나오셔서 여기 아는 대로 적어달라고 하시더라.
도대체 내 번호를 어떻게 안 건지 모를 일이었어. 뭘 더 알고 잇는지도 모르겠구. ㅜㅠㅜㅜ
후덜덜 떨리는 손으로 난 아무것도 모르는데요 엉엉 하고, 딱 내가 아는 것만 적었어.
감사하다고 그거 받고 보내주시더라.
나중에 경찰서에서 연락이 갈 수도 있을 거라고 하구.
그러고 두근두근 했던 경험을 잊고 지냈는데 정말 연락이 왔어. 혜화경찰서 형사2팀이라던가.
형사님이 출두해서 진술 한 번 더 해줄수 있냐고 하더라.
회사원톨이기때문에 주말에 나가서 진술 다시 하고 그 사람의 소지품이었다는, 그리고 내 번호가 잇었다는 수첩 사진을 드디어 봤어.
손바닥만한 빨간색 수첩.
난 그제야 뭐가 어찌된 지를 알았어 ㅠㅠ
그건 분명 내 거였어. 내가 버렸다고 생각했던...
봄 쯤에 결혼하고 신혼집 살림이 점점 불어나면서 갖고 있던 짐들을 좀 정리한다고 대청소를 했었어.
이것 저것 안 쓰는 노트들, 낡은 책들을 한 뭉터기 버리고 냉장고 정리도 하고 그랬지.
빌라에 살고 있어서 빌라 바로 앞에 있는 재활용 쓰레기 모으는 봉투에 종이류를 다 넣었던 거 같아.
그러고는 까맣게 잊었었는데...
이 사람이 폐지줍는 일을 했던지 내가 버린 수첩을 주워다 자기가 쓰고 있었던 거야.
수첩 보통 보면 맨 뒤에 자기 퍼스널 데이터 같은 거 적게 되어있짜나?
이름, 번호, 혈액형 등등... 이런 거 내가 멍충하게 하나도 안 찢고 안 지우고 버렸더라...ㅠ
그래서 나한테 연락이 왔던 거였어.
소름이 쫙 돋더라. 그 사람은 그럼 내 집도 아는 거잖아?
한동안 무서워서 집에 일찍 들어오고 밤엔 안 나가고 했었어.ㅠ
그게 어느새 1년 가까이 지나서 다 까먹고 헬렐레 밤에 산책나왔는데 이 기억이 되살아나니 무섭더라..ㅠ
톨이들도 꼭 택배 송장 다 따로 처분하고, 수첩에 개인정보 없는지 확인하고 버려. ㅠㅠ 정말이야 넘 무서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