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경비행기를 타고 사막을 횡단한다.

사람이 아무도 없고, 밤이면 하늘 가득 휘황찬란한 은하수가 어렸을 적 보았던 그 어떤 다큐멘터리보다도 선명하게 눈에 박히는.


여기까지만 보면 참 멋진 일이다. 누군가는 평생의 로망이라고, 참 낭만적이지 않냐고 부러움의 한숨을 내쉴지도 모르지.

나도 초반에는 그 사람들과 비슷한 생각이었다. 최소한 연료탱크에 누수가 일어나서 비행기가 사막 한가운데 처박히지 않았을 때는 말이다.

그래, 

참 '낭만적이게도' 여기는 사람이 없고, 밤이면 별빛을 가로채는 인공조명의 마수도 닿지 않는 곳

- 사막이다.


다행히 목숨을 건졌어도 주위를 둘러보면 빌어먹을 모래, 모래, 모래, 그저 모래로된 지평선과 어떤 지표도 보여주지 않는 하늘.

해가 거의 다 졌을 때쯤에서야 나는 이 뭣같은 상황을 타계할 방법이 도무지 없음을 깨닫고 바닥에 대자로 드러누웠다.

성실하기도 하셔라. 저녁별들은 벌써 저만치 솟아서 빛을 발하고 있다. 


곧 있으면 낮에는 그늘하나 없이 끓어오르던 이 사막도 밤이 되면 기온이 수직으로 하강해서는 길 잃고 잠자리를 미처 구하지 못한 나그네들의 시체를 보관하는 냉동고 꼴이 될 게 틀림없다.

대자로 누워서 악에 받쳐 소리를 지르고 팔다리를 마구 발버둥친다.
곧 그만뒀다. 

마지막으로 물을 마신게 벌써 몇 시간 전이라 이젠 더 지랄할 기운도 없다.

체념한채 팔을 베고 옆으로 돌아누웠다. 가뜩이나 수분도 부족한데 내 몸은 어서빨리 요단강물에 몸을 적시고 싶은지 눈물이 마른 뺨을 적시며흘러내렸다.


한참을 흐느꼈을까. 지평선에 사람의 형체가 일렁거리는 게 보였다.

신기루겠지, 

돌아누우려는 찰나 이번에는 도무지 무시할 수 없게 그 형체가 내 이름을 불렀다.

죽기 직전에 보이는 환각한테 대답을 못해줄 건 뭐람. 나는 변덕스럽게 몸을 일으켜 나에게 다가오는 형체에게 대답했다.


"왜."


가까이 다가온 그는,

노란 머리에 사막을 행단하는 상인들이 고수하는 복장을 그대로 베낀듯 입은 어린아이였다.

아이. 


사막 한가운데서?

아이의 눈동자가 나와 마주치자 독특한 파장을 내는 구체처럼 일렁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그래... 그러니까..  니가 죽어가는 나를 데리러 온 사신이나 저승사자나 뭐 그런거냐?"


아이는 아무말 않고 빙그레 웃기만 했다.

그 다음 말을 무어라 이어야할지 모르겠어서 우리는 한동안 사막의 고요에 그대로 몸을 맡겼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정신이 흐릿해 자각하기 힘들다. 분명한 건 아까 지평선 언저리에 있던 저녁별이 지금은 내 머리위에 수직으로 떠있다는 것 정도. 

아무말이나 건내볼까 고심하던 차에


"어린왕자라고 알아?"


가느다랗고, 색색거리는 목소리로 아이가 물었다


"어른을 위한 동화니 뭐니 하는 그거말하는 거야?"


어쩐지 아이의 목소리가 익숙하게 들린다.

동화라는 말에 아이는 천진하게 웃었다. 계속 보고있으면 여기가 사막한가운데고, 내가 탈수로 쓰러지기 직전이라는 것도 잊을 정도로.


"결국, 책을 만들었구나. 그랬구나."


아이는 오래된 것을 회상하듯 중얼거렸다.


"내가 누군지 모르겠어?"


"전혀 모르겠는데."


입천장이 쩍쩍 갈라져서 아이의 물음에 대답하는 것이 점점 더 힘들어져갔다. 약간의 짜증이 나서 나는 눈살을 찌뿌렸다.


"니가 뭐, 그 어린왕자라도 된다는거야?"


아이는 다시 아무말 않고 은은한 미소만 지었다.


"정말 기억안나?"


사막 한가운데에 서있는 노란머리 아이. 하늘엔 별이 떠있고, 내 비행기는 추락했고. 물은 없어 죽어가기 직전이고.

모든 상황이 그럴싸하다고? 

그런걸 믿기엔 어렸을적 기억은 누군가가 안에 코끼리가 들었다며 보여준 바보같은 보아뱀의 그림만큼이나 아주 희미하게 바래있었다. 거기다가 나는 이미 법적으로 어른이 된 지 십년 하고도 5개월은 더 지났다.


아이는 어느새 성큼 내 앞에 다가와선 나를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금발이 잘 어울리네. 예전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여전히 예뻐."


아이의 실없는 칭찬에 나는 목숨이 경각에 달했음에도 긴장이 풀어지는게 느껴졌다. 도시의 매연에절여져서 칙칙한 갈색에 가까워진 내 머리칼이 뭐가 그렇게 좋아보인다고.

..근데 어차피 뒈질거, 칭찬 좀 듣고 죽으면 어때. 


"그래, 칭찬 고맙다. 음, ..어린왕자. 니가 어린 왕자면 여우는 어디 있니."


실없이 묻자 아이는 말없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돌아갔지."

"너도, 돌아가고 싶지않아?"


아이가 묻자 나 역시 하늘을 보며 대답했다.


"어, 엄청. 목말라 죽겠다."


"그래? 역시 그렇지?"


뭐가 그리 좋은지 아이는 헤실거리며 내 옷가지를 이리저리 들추며 원을 그리듯 뛰어다녔다.


"돌아가게 해줄께."



조금전의 폴짝폴짝 뛰어다니던 아이라곤 믿기지 않게 갑작스레 조용해진 말투로 아이가 정중히 내 손을 잡았다.

나는 될대로 되라는 듯 마른 입술에 최대한 힘을 주어 씨익 웃곤


"그래, 말이라도 고맙다."


"..아픈 건 아주 금방 없어질거야."


"그래, 고맙다니까.."

 

"가서 여우를 만나."

"어린왕자."


"..뭐?"


순식간에 무언가가 발목을 파고드는 느낌이 들고 내 시야는 천천히 넘어간다. 

바닥에 쓰러진채 나는 

나를 내려다보는 아이의 금빛 머리칼과 갈라진 눈동자, 색색거리는 숨소리가


놀라우리만큼 사막 살무사와 닮았음을 어렴풋이 알아챈다.


..

어른이 되면서, 너무 많은 것을 잊어버린 모양이다.





(-)

음 즉석 글쓰기 소재로 '사막 비행'을 골라서 뚝딱뚝딱 써봤어(( 솔직히 즉석에서 쓰느라 구멍도 많고 여기저기 이상한 비문도 많지만ㅠㅠ 좋게 봐주라ㅠㅠㅠ 고치거나 추가했으면 좋겠는 부분 둥글게 토론? 말해주면 기쁠것 같아:)


해설~~

나=어른이 되어 과거를 잊어버린 어린왕자

아이=어린왕자를 죽였던 노란 뱀
  • tory_1 2019.11.02 14:22
    ㅠㅠ아.....
  • tory_2 2019.11.02 15:24
    슬프다ㅠㅠㅠ
  • tory_3 2019.11.02 19:46
    오....
  • tory_4 2019.11.02 22:29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19/12/18 05:40:52)
  • tory_5 2019.11.02 23:56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1/09/15 23:58:19)
  • tory_6 2019.11.03 14:47
    허억 세상에나
    경비행기 사막에서 어린왕자를 바로 떠올렸지만 이런 반전이...
    색색거리는 목소리가 복선이었구나
  • tory_7 2019.11.05 23:48
    슬픈데 재밌어ㅠㅠ
  • tory_8 2019.11.09 08:41

    헉...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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