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는 흉몽이 좀 잘 맞는 친구가 있어.
오래 알고 지냈지만 1년에 한 두번 연락할 정도의 친구야.
나는 올해 6월 초에 국내 여행으로 바다가 있는 곳으로 놀러 갈 예정이었고, 요트투어까지 예약을 끝낸 상태였지.
여행 하루 전날 회사에서 야근하고 있던 내게 오랜만에 그 친구한테서 전화가 왔어. 올해 첫 연락이었지.
아무 생각 없이 반갑게 받은 전화에서 그 친구가 그러더라구.
'너, 물 있는 곳 절대 가지 마라.'
무슨 소리냐고 했더니 바로 전 날 꾼 꿈에 대해 이야기를 해줬어.
나와 그 친구, 그리고 다른 친구들 여럿이 해외에 있는 바다로 놀러갔는데 잘 놀고 있다가 갑자기 내가 물 속에서
물뱀? 같은거에 물려서 바다에 그대로 빠졌다는 거야.
나를 건져냈지만 숨을 쉬지 않았고, 엠블런스를 불러 이동했지만 결국 죽었다고.
그러면서 꿈에 그 친구가 넌데, 니 얼굴인데 이 꿈을 무시하고 말을 안할 수가 없더라고.
이게 다른 친구면 그냥 에이, 개꿈이네 하고 넘길테지만 이 친구의 흉몽은 은근히 잘 맞는 편이고
예전에도 이 친구와 좀 이상한 일을 겪었던 터라 무시하기가 쉽지 않더라고.
그 친구가 이어서 말하길,
꿈 몇개를 더 꾼 거 같은데, 다른 꿈은 전혀 기억 안나고 이것만 너무 생생하게 기억 나더래.
꾸고나서 일어난 것이 새벽 5시 쯤이었는데, 그 꿈을 꾸고 나서 식은땀과 함께 온 몸을 벌벌 떨고 있었다고......
나는 이 친구한테 바다가 있는 곳에 놀러간다고, 그리고 요트를 탈 예정이라고 전혀 말한 적도 없고,
sns도 하지 않기 때문에 이 친구는 전혀 모르는 상태였거든. 게다가 이 전화가 올해 이 친구와의 첫 대화였으니까......
친구가 몇번이고 당부하더라.
절대 계곡이나 바다가 있는 곳을 가지 말고, 혹시 모르니 차도 조심하고 모든걸 다 조심하라고.
같이 여행가는 친구A한테 이걸 말했더니, A도 찝찝하다며 결국 요트예약을 취소했어.
그래도 여행은 가야하니까 예정대로 여행을 갔는데,
우연인지 참 묘하게도 다음 날부터 온다던 비가, 여행 첫 날 그것도 요트를 예약한 그 시간부터 폭우가 쏟아지더라.
여행가서는 바다 근처에도 아예 안갔고, 친구의 꿈 이야기를 무시하지 않아서인지...무사히 여행에서 돌아왔어.
그런데 말야.
그 친구 말이, 꿈은 저게 다가 아니래.
그 뒤의 꿈이 자기도 너무 무서워서 차마 입 밖으로 꺼낼 수가 없대. 이 친구는 겁이 그렇게 많은 친구가 아닌데 그러니까 나도 무섭더라구...
만약 내가 여행에서 무사히 돌아오고, 한 동안 아무 일이 없다면
그 때 꿈의 뒷 이야기를 물어봐 달라고 했었어. 지금은 말할 수 없다고.
이 친구를 알고 있는 다른 친구에게 상담했더니, 굳이 좋은 이야기가 아닌데 들을 필요 있냐고
안 물어보는게 좋을 것 같다고 해.
이걸 이대로 묻지 않고, 지나가는 것이 좋은 걸까?
3주가 지난 지금은 아직까지 사고가 나거나 하지 않았어.
최근 너무 이것저것 일이 있어서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최고조인 상태거든 ㅠㅠ
근데 어제 이 친구한테 여행 잘 갔다왔냐고, 요즘 괜찮냐고 연락와서...꿈 뒷 이야기 궁금하냐고.
멘탈 안좋은 상태라 일단 지금은 준비가 안됐다고 하긴 했는데 궁금하긴 해...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