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중에서도 구미호, 도깨비, 호랑이이야기악개
그래서 나도 명절에 할머니한테
할머니! 옛날에 할머니 어릴적에 어르신들이 해주시던 호랑이 얘기나 구미호 얘기 해주세요~~라고 물어봤지
그러더니 할머니께선 전쟁이후로 호랑이는 없다고
아주 단호하게 말씀해주셨어...
산에 멧돼지가 나다니면 호랑이는 없다는 뜻이라고하셨어.
농도 자주 치시고 이야기보따리꾼인 우리 할머니가
너무 단호해서 조금 실망이었어 ㅠㅠ
마을에서 전해져내려오는 이야기 꼭 듣고싶었거든
그게 사실이 아니어도.
근데 옆에서 듣고있던 큰아빠가
어머니 저 총각때 호랑이 보고 일주일동안 앓은거 기억 안나셔요~하시더라고
그래서 내가 에이 거짓말~~하니까
옆에서 할머니가 언제?? 니가 호랑이를 봤어?? 하시니
큰아빠가 아왜~~ 나 옛날에 술먹고 들어와서 일주일동안 술도 안먹고 친구도 안만나서 어머니가 엄청 걱정하셨잖아~~
그제서야 할머니는 그래.기억난다.
나는 네가 술쳐먹고 헛거보고 헛소리하는줄 알았다?
하시더라고 ㅋㅋ
큰아빠께서 1953~55년생이시고 한창 술퍼먹고 다니던 20살 초반이라고하셨으니까
1973년 즈음 강원도 최전방 어느 마을, 새벽 한두시가 되었을까
큰아빠는 여느때처럼 술을 퍼먹고 집에가려고
가로등 불빛 하나 없는 시골길을 걷고 계셨다고해.
오직 달빛에만 의존해서 집으로 가고 있는데
집에 다와갈때쯤 갑자기 등골이 서늘하더니
앞을 보니 100미터쯤 됐을까
그 앞에 엄청 큰 고양이같은게 어슬렁 어슬렁 걸어다니더래.
큰아빠는 자기가 잡아 먹히는줄 알고 그 순간 얼어서 숨도 안쉬고 그걸 지켜봤는데
숨을 내쉴때마다 입김이 허연게 달빛에 보였다 안보였다하고
특히 한발 한발 내딛을때마다 들썩이는 어깨와 허리가 너무나 압도적으로 무서웠다고하셨어.
툭툭 내밟는 손이 이만~~했대
눈에서 나오는 빛이 꼭 ‘죽음’같았대.
움직였다가는 그대로 눈이 마주칠것같아
호랑이가 지나가기만을 기다렸는데
나중에 막상 호랑이가 눈앞에서 사라지니까
더욱 무서워지더래
가로등도 없으니까 어디 숨어서 자길 먹잇감으로 지켜보고 있을지 모르잖아..
그래서 큰아빠는 그겨울에 땀을 있는대로 흘려가면서땀이 눈으로 뚝뚝 흐르는걸 한참동안 닦지도 못하시다가 삼십분은 흘렀을까
이대론 안되겠다싶어 거의 울다시피하며 집으로 냅다뛰셨대.
그리고나서는 기억이 없으시다고하셨어.
큰아빠는 하루를 앓으시다가 일주일동안은
술은 일체 입에도 안대고 밥도 먹는둥 마는둥하시더니친구들이랑 약속도 안잡고 외출도 안하셨다고했어.
눈만 감으면 마주치지도 않은 호랑이의 어슬렁거리던 눈빛과 들썩이던 어깨가 떠올라서 너무나 무서웠다고하시네.
할머니는 큰아빠가 식은땀을 흘리며 크게 앓고
일주일동안 친구도 안만나니까 어디 아프신줄 알았대.
큰아빠가 좀 진정이 되시고나서야 할머니께
그날 호랑이를 봤다고하셨는데
지금은 기억을 못하시지만 당시 할머니께선
다행이라고 하시면서 안그래도 요 며칠전에 앞집 개들이 한밤중에 다 사라졌다고하더라.
호랑이가 배가 안고파서 다행이었네라고 하셨대
아으 정말 오싹해 ㅠㅠ
나였다면 오줌지리고 그자리에서 무릎에 힘 다풀려서
뛰지도 못했을거같애..
큰아빠가 그때당시 장소 가르키면서 말씀해주시는데
너무나 선명했어.
진짜 큰 호랑이었는데 그때당시 더 공포스러웠던게 호랑이가 좀 말라보였다고하네.
그래서 큰아빠를 잡아먹을거같아서 너무너무 무서웠대.
그때 호랑이가 앞집 개들을 잡아 먹은 직후였겠지?
어떻게 소주 들이퍼부은 음식냄새가 오지게 나는
인간의 냄새를 못맡을 수가 있겠어 ㄷ ㄷ ㄷ
혹은 그 냄새가 역해서 먹이라고 생각을 안했던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