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연말에 있었던 일입니다.
회사 선배로부터 초대를 받았습니다.
"연말연시에는 고향으로 내려가는데, 괜찮다면 우리 집에서 같이 새해 맞이할래? 재밌는 행사가 있거든.
한 번쯤 보여주고 싶었어."
그 사람은 나보다 연상이었는데 너무 편하게 대해주는 사람이었고, 입사했을 때부터 여러 가지로 귀여워해 주셨습니다.
일로도 개인적으로도 많이 보살핌을 받았고, 이곳저곳 데려가 주기도 했지만, 멀리까지 가자고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모처럼의 귀성길이고 가족끼리의 연말연시에 방해가 되지는 않을까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신경 쓰지 않아도 되니까 오라고 하셔서, 나는 고향에 돌아갈 예정도 없었기 때문에 초대에 응하기로 했습니다.
얘기를 들어보니, 12월 29일~31일에 선배의 고향에서는 행사가 있는데, 송년 행사를 겸해 그것을 보러 오라는 것이었습니다.
회사는 29일에 마무리를 하고 휴가가 시작되는 건 30일부터입니다.
행사에 대해서 조금 더 물어보니
"우리 마을에서 매년 열리는데, 마을 사람들 중에 한 사람이 선택되면, 그 사람을 위해서 열리는 행사야. 0시가 지나면 시작하니까 정확히는 30일~설날까지 사흘 동안 열리는 거야."
"심야에요? 그렇게 늦은 시간에 어떤 걸 하는 거예요?"
"그건 직접 볼 때까지 기대해. 올해는 우리 어머니가 선택되셔서 나랑 아버지랑 너무 기뻤어."
"그러셨어요? 잘은 모르겠지만, 그런 때 제가 있으면 역시 방해가 되는 게 아닐지..."
"괜찮아괜찮아, 우리 가족들은 상관 안 할 거야. 한가한 곳이니까 마음 편히 와도 돼. 쉬는 건 30일부터니까 첫날부터는 못 보겠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몰랐지만 왠지 흥미롭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그 행사에 대해 궁금해하는 것을 알아채고는
"혹시 처음부터 보고 싶으면, 29일 일 끝나자마자 바로 가는 것도 괜찮지. 나도 처음부터 보여주고 싶고.
일 년에 한 번뿐이기도 하고, 올해는 겨우 우리 어머니가 선택받으셨으니까."
라고 했습니다.
가능하면 그렇게 해보고 싶었지만, 너무 호의에 기대기만 하는 것도 좋지 않다고 생각해서 결국 30일에 가기로 했습니다.
선배는 조금 안타까워했지만 내 맘을 이해해주어서 30일부터 1일까지 선배의 집에서 지내기로 했습니다.
당일, 아침 9시.
선배의 차를 타고 목적지로 향했습니다.
선배의 고향은 우리가 살고 있는 곳에서 차로 3시간 정도 걸렸습니다.
가는 길에는 느긋한 마음으로 대화를 하면서 어떤 행사일까 기대감이 커지고 있었습니다.
얼마 정도 가서 경치가 바뀌었을 때, 선배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어제, 비 온 거 알아?"
선배 말처럼, 전날 29일은 밤늦게까지 비가 내렸습니다.
엉뚱하게 흐름을 끊는 말도 아니고, 일상적인 화제였지만, 어딘가 모르게... 위화감이 느껴졌습니다.
"늦게까지 오더라고요. 오늘은 그쳐서 다행이네요.
행사에 비가 와도 괜찮을까요?"
"뭐, 괜찮아. 어젯밤에는 예정대로 진행됐어. 사실은 말이야, 나 어제부터 내려갔어서 좀 피곤하네.
회사에서 바로 집으로 내려가서 밤중에 그거 하고 끝난 뒤에 다시 여기로 너 마중하러 올라온 거잖아. 지금 엄청 졸려."
그렇게 말하고 크게 하품하는 선배에게는 좀 전에 느꼈던 묘한 위화감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일상적인 대화를 하며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12시 정각쯤 되는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차에서 내려, 선배의 집으로 눈을 돌린 순간,
흠칫 놀랐습니다.
선배의 본가는 오래된 저택처럼 넓은 집이었는데,
집 앞 마당에 웅덩이가 있었습니다.
잉어를 기르는 연못과 같은 크기로.
자연적으로 저렇게까지 크게 생길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거기 있던 것은 몇 번을 봐도 부자연스럽게 느껴졌습니다.
흙탕물을 채운 욕조 같은,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이건 대체 뭐지... 그런 생각으로 어리둥절해 있으니
"이것도 행사에 관계된 거야~ 일단 떨어지지 않게 조심해. 꽤 깊으니까."
라고 했습니다.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일단 집 안으로 안내를 받았습니다.
집안으로 들어서자, 안쪽에서 여자가 달려 나왔습니다.
"늦었네. 아, 이 분이, 손님?"
선배는 그렇다고 대답하며 나를 향해, 그 여자가 어머니의 언니라고 알려주었습니다.
인사를 끝마치고 점심 식사를 차려놓으셨다며 안쪽으로 안내를 받아 점심을 대접받았습니다.
식후에는 거실에 있던 선배의 아버지와도 인사를 나누고, 선배가 옛날에 쓰던 2층 방으로 안내되었습니다.
방에 들어가서 한숨 돌린 후 문득 창밖을 보다
어떤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웃에 집이 몇 채가 보였는데, 마당에 큰 구멍이 있는 집이 몇 채 있었습니다.
웅덩이가 아닌, 텅 비어있는 커다란 구멍이 뚫려있었습니다.
신경이 쓰여서 선배에게 물었습니다.
"아~ 그건 선택받기를 기다리는 집이라는 거지. 구멍이 없는 집은 한 번이라도 가족 중에 누군가가 선택받았거나, 지금은 필요하지 않다는 거고.
선택받은 집은 아까 봤듯이 구멍에 물을 채워서 커다란 웅덩이가 되는 거야. 선택받은 사람은 일이 많아. 어머니도 지금 준비하시느라 집에 안 계시는 거고."
지금 생각해보면, 이때부터 어딘가 이상한 공기가 감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선배의 설명을 들어도,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는 짐작이 되지 않았습니다.
애당초 축제를 보는 기분으로 즐길 수 있는 행사라고만 생각했었는데, 뭔가 이상할 것 같은 느낌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그런 실례되는 말을 꺼내지는 못한 채, 나의 지나친 생각이기를 바랄 뿐이었습니다.
그날은 행사가 시작될 때까지 느긋하게 있게 되어서,
전날 거의 잠들지 못했던 선배는 잠들었고, 나는 선배의 이모님과 얘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밤이 되고 저녁을 먹고 목욕을 마친 후, 행사가 시작하기를 멍하니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 사이, 선배 어머니의 모습은 단 한 번도 보지 못했습니다.
11시를 지났을 무렵, 상황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넷이서 시시한 잡담을 하고 있었는데, 전화가 울렸습니다.
10분 정도 얘기를 하시던 이모가 전화를 끊고, 선배와 선배인 아버지에게는
"슬슬 준비해야 되니까 다녀와"
라고 하셨고, 나에게는
"ㅇㅇ씨는 여기 있어요. 나도 같이 있을 거니까"
라고 했습니다.
아무것도 몰랐던 나는 "네" 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자, 선배가 욱한 표정으로 이모님께 다가갔습니다.
그리고 어째서인지 갑자기 험악한 분위기가 되어 두 사람이 말다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모, 어제도 집에 남아있었잖아요. 왜 그러세요?"
"몇 년 전부터 누누히 말해왔잖아? 나는 인정할 수 없어. 그렇게 꼭 할 거면 너희들끼리 하라고."
"겨우 어머니가 선택받았는데 아직도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어? 이모도 선택받았었으면서. 오늘도 엄마는 계속 준비하고 있는데."
"나는 너희들과는 달라. 됐으니까 빨리 가기나 해"
나는 상황이 이해되지 않아서 갈 어찌할 줄 몰랐고,
낮에 느꼈던 불안감이 점점 커져갔습니다.
잠시 두 사람의 말다툼이 계속됐지만, 선배가 시계를 보더니 입을 다물었고, 그제서야 말다툼은 끝이 났습니다.
잠자코 보고 있던 선배의 아버지는 도중에 먼저 나가버리셔서 초조해진 선배는 허둥지둥 나갈 준비를 하고 현관으로 향했습니다.
"어제보다 더 힘이 난다~ 지금부터 어떤 일이 있을지 기대해!"
나에게 그렇게 말한 선배가 나갔습니다.
선배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된 그 순간, 갑자기 이모님이 서둘러 현관 열쇠를 잠그고, 내 손을 잡고 거실로 끌고 갔습니다.
그리고 내 얼굴을 바라보며,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얘기하기 시작했습니다.
"ㅇㅇ 씨,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잘 들어요. 벌써 0시가 지났네. 이후 1시가 되면, 어떤 일이 시작돼요. 이대로라면 당신은 희생자가 되는 거고."
생각지도 못한 말이었습니다.
"네? ...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모르겠어요..."
"자세한 건 나중에 얘기할게! 어쨌든 지금은 해결하기 위한 얘기를 해줄게요. 이렇게 되어버린 이상, 당신은 그 행사를 보지 않으면 안 돼요. 1시가 되면 2층으로 가서, 창문으로 밖을 보도록 해요. 무슨 일이 있어도, 마지막까지 보지 않으면 안 돼요. 단, 말을 걸거나 해서는 안 돼요. 그저 보고, 듣기만 하면 돼요."
"듣다니요? 듣다니 뭐를 말인가요? 대체 무슨 일인 거예요!!!"
"노래.. 그 사람들이 부르는 노래를 듣는 거예요. 반드시 마지막까지 듣지 않으면 안돼요. 귀를 막거나 하지 않고 끝까지. 알겠죠?"
이젠 뭐가 뭔지 모르겠고, 그저 울고만 싶었습니다.
어째서 터무니없는 일에 휘말리게 된 것인지..
어찌해야 좋을지..
머리가 지끈지끈 거렸습니다.
이모님이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괜찮아요" 라고 해주셨지만, 누구를 믿어야 할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 사이에도 점점 시간은 다가오고..
결국, 이모님이 말씀하신 대로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점점 심장이 터질 것처럼 뛰기 시작했습니다.
어쩌지... 어쩌지.......
그러는 사이에 1시가 가까워졌고
이모님이 어서 2층으로 가라고 재촉을 하셨습니다.
같이 가주실 수 있는지 부탁드려봤지만, "나는 어디 안 가고, 여기 있어요. 노래가 끝나면 바로 내려와요. 모쪼록 아까 말했던 것을 잘 지켜야 해요." 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도망가고 싶은 발걸음으로 등 떠밀리듯 2층으로 올라가 낮에 있었던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창밖을 볼 수가 없었고,
그저 웅크리고 앉아 떨고 있었습니다.
너무 싫어
무서워
그런 생각뿐이었습니다.
5분... 10분...
얼마나 그렇게 앉아있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습니다.
너무너무 길게 느껴졌습니다.
문득, 무언가 들리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얘기하는 소리? 고함소리?
나는 무의식적으로 창으로 다가가, 밖을 내다봤습니다.
창밖, 그 웅덩이 주위에 어느샌가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습니다.
아이도 어른도, 여자도 남자도.
10대로 보이는 아이, 대여섯 살 정도의 아이도, 50세 정도의 고령자... 스무 명 정도가, 아니 어쩌면 더 많을지도 모릅니다.
그 사람들은, 방금 전까지 비라도 맞은 듯 옷도 몸도 흠뻑 젖어있었습니다.
꼼짝도 않고, 전원 물웅덩이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무슨 말인가를 하고... 있다.... ?
겁에 질려 굳은 채로 그 광경을 보고 있으니,
점점 확실히 들려왔습니다.
불길하게 들리는 그 소리에 당장이라도 귀를 막고 싶었지만, 이모님의 말을 믿고, 필사적으로 버티고 있었습니다.
이윽고, 그것이 무엇인지를 알았습니다.
노래였습니다.
이모님이 말씀하신 대로, 확실히 노래를 부르고 있는 것이 들려왔습니다.
몇 사람의 목소리가 묘하게 뒤섞여 기분 나쁜 멜로디가
노이즈같이 머릿속에 울리고 있습니다.
들리는 가사는 이랬습니다.
돌아갈 수 없는 아이는 어디에
돌아갈 수 없는 아이는 연못 속에
돌아갈 수 없는 아이는 누구인가
돌아갈 수 없는 아이는 ㅇㅇㅇ
(누군가의 이름?)
개구리의 아이는 어디에
개구리의 아이는 연못밖에
개구리의 아이는 누구인가
개구리의 아이는 ㅇㅇㅇ
(여기에는 내 이름이 들린 것 같습니다)
돌아가지 못하는 아이는 어찌하나
돌아가지 못하는 아이는 울고 있네
개구리 아이는 어찌하나
개구리 아이는 울고 있네
이런 가사가 두 번 반복되었습니다.
전원이 흠뻑 젖어서 웅덩이를 바라보며 노래하고 있었습니다.
아무도 크게 소리를 내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고, 내가 있는 방과도 거리가 있을 텐데도, 그 노래는 분명하게 들려왔습니다.
정말 비길 데 없는 공포였습니다.
노래가 두 번 반복되는 동안, 후들후들 떨면서 그 광경을 바라봤고, 그 노래를 계속 듣고 있었습니다.
두 번째 노래가 끝나자마자, 정적에 휩싸인 그 순간에
한 사람이 얼굴을 들어 내 쪽을 봤습니다.
그건 얼굴 가득 미소를 띤 선배였습니다.
아까까지는 너무 어두워서 몰랐는데, 잘 보니 선배의 아버지도 그곳에 있었습니다.
단 한 사람. 나를 올려다보며 웃고 있는 선배에게,
나는 아무런 반응도 할 수 없었습니다.
잠시 그대로 있었는데, 갑자기 다른 쪽을 보더니
어딘가로 걸어가버렸습니다.
그러자, 주위 사람들도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해, 줄줄이 선배의 뒤를 따라갔습니다.
끝났다....
나는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넋을 놓고 있었습니다.
빨리 이모님 계신 곳으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그저 멍한 채로 머릿속이 빙빙 돌아 의식을 잃을 것 같았던 그때, 이모님이 2층으로 올라와주셨습니다.
"끝났네요. 많이 무서웠죠.. 잘 견뎠어요. 이제 괜찮아요. 이제 괜찮아."
그렇게 말하는 이모님 품에 안겨서
서러움이 폭발한 나는 엉엉 울어버렸습니다.
이제부터 뭘 해야 될지,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습니다.
잠깐의 시간이 흐르고 조금 진정이 된 나는
이모님에게 의지하여 거실로 돌아왔습니다.
시간은 벌써 2시를 넘겨있었습니다.
"ㅇㅇ씨, 안심하고 있을 시간이 없어요. 그 애랑 그 애 아빠는 오늘은 더 이상 이곳에 오지 않겠지만, 좀 전의 의식이 한 번 더 있을 거예요."
"... 네...?"
"이번에는 3시에. 노래 내용도 아까 것과는 조금 달라질 테고. 여기서 우물쭈물하고 있으면, 다시 그 사람들이 웅덩이에 모일 거예요. 그러면 더 이상 되돌릴 수 없게 되는 거예요."
"말도 안 돼... 어떻게 해야 되는 거죠? 저는.... 대체..."
"침착해요. 지금 우리 집으로 가요. 이 마을을 나가서 조금만 더 가면 있으니까. 하지만, 가지고 왔던 것들은 포기해줘요. 가지고 돌아가면 오히려 위험하니까.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합시다. 자, 어서 가요."
그 말대로, 나와 이모님은 집을 뛰쳐나와 조금 떨어진 공터에 세워져있던 이모님이 차에 올라타고 그 마을을 빠져나왔습니다.
어디를 달려도 똑같은 경치로 보여, 미로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기분이었습니다.
1시간쯤 달려 겨우 이모님 댁에 도착했습니다.
안으로 들어가 어떤 방으로 안내되었는데
그 방 안을 보고 다시 공포가 온몸으로 퍼졌습니다.
밥상만 덩그러니 놓여있는 그 방, 벽 한쪽 면은 천장까지 부적이 빽빽이 붙어 있었습니다.
이상하다고 밖에 생각되지 않았습니다.
혹시... 나... 속고 있는거 아닐까...
이모님도 뭔가...
엄청난 일에 가담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런 생각이 머리를 스쳤습니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의미를 알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되니, 나 자신 이외의 사람에 대해 불신감이 더해져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내 마음을 꿰뚫어 보기라도 한 듯, 이모님이 말했습니다.
"복잡한 생각이 들겠죠, 무섭기도 할 거고. 하지만 이 방이 아니면 얘기를 할 수가 없어요. 미안해요. 참아줘요."
이모님은 나를 천천히 밥상 앞에 앉히고
자신은 바로 건너편에 앉았습니다.
그리고,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여기부터는 이모님의 얘기를 중심으로 적겠습니다.
거의 그대로입니다.
"어디부터 얘기를 시작해야 할까... ㅇㅇ씨는 처음에
그 애가 뭐라고 했길래, 왜 그 마을에 온 거예요?"
"매년 재밌는 행사를 하니까, 보러 오라고 했어요.
마을 중 한 사람이 선택받아서, 그 사람을 위해 열리는 거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어머니가 선택... 받으셨다고....."
"기간은 사흘이고, 오늘은 이틀째라는 건 들었어요?
첫날부터 오지 않겠냐고는 하지 않던가요?"
"그렇게 말했어요. 첫날부터 보여주고 싶으니까 그렇게 하자고 했었는데, 제가 거절했거든요. 너무 신세 지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해서..."
"그랬구나... 그 애가 말한 건 전부 맞아요. 그건 매년 선택된 사람을 위해서 열리는 거고, 올해는 그 애 엄마가 선택됐어요. 첫째 날부터 보여주고 싶다고 했던 건, 특별한 의미가 있기 때문이고요."
"무슨 말씀이신지...?"
"ㅇㅇ씨, 오늘 한 번이라도 그 애 엄마의 모습을 본적 있나요? 보지 못했죠? 그건 둘째치고,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아무것도 듣지 못했죠? 당연하죠. 그 애의 엄마, 그러니까 내 동생은.. 죽었으니까. 몇 년 전에."
"... 네?.........."
"그 애가 학생일 때인데, 벌써 한참도 전이죠. 그러니까, ㅇㅇ씨가 그 얘기를 듣었을 때도 처음부터 그 애의 엄마는 없었다는 거예요."
"그런... 하지만... 그럼 선택받았다는 건 무슨 얘기예요? 아까 그건 뭐죠?"
"그건 죽은 사람을 되살리기 위한 거예요. 선택받았다는 건, 살아 돌아올 기회를 얻었다는 것이고요.
매년, 죽은 사람 중에 한 사람이 그 기회를 얻게 되죠.
다만, 그것을 가족들이 원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거고요.
원할 경우에는 정원 같은 곳에 커다랗게 구멍을 파서 그 의지를 보여야 하죠."
"선택된 경우, 모르는 새에 구멍에 물이 차서 큰 웅덩이가 완성돼요. 1월 2일부터 12월 1일까지. 긴 시간이 걸려요. 그래서 선택받은 자의 가족은 29일~31일(30~1일)까지 3일간, 좀 전의 그런 걸.. 하는 거죠.
그리고 1월 2일까지 물은 없어지고, 다시 시간이 걸려서 다른 사람이 선택되는 거예요"
"아까, 노래를 들었잖아요. 끝까지 들었죠? 어떤 내용이었는지 말해볼래요?"
앞에 썼던 가사를 이모님에게 얘기했습니다.
이모님의 얘기로는 이렇다고 합니다.
돌아갈 수 없는 아이는 어디에
돌아갈 수 없는 자는 연못 속에
돌아갈 수 없는 아이는 누구인가
돌아갈 수 없는 자는 ㅇㅇㅇ
(선택된 죽은 사람의 이름)
개구리의 아이는 어디에
개구리의 아이는 연못밖에
개구리의 아이는 누구인가
개구리의 아이는 ㅇㅇㅇ
(희생되는 사람의 이름)
돌아가지 못하는 아이는 어찌하나
돌아가지 못하는 아이는 울고 있네
개구리의 아이는 어찌하나
개구리의 아이는 울고 있네
"선택된 죽은 사람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희생될 누군가에게 3일간 노래를 듣게 하지 않으면 안 돼요. 그 애가 첫날부터 보여주고 싶다고 말한 건 그 때문이고요. 노래는 1시부터 2시, 3시부터 4시 사이에 각각 내용이 바뀌면서 두 번씩 불러요. 사흘 동안 6가지 내용의 노래를 총 12번 부르는 거죠. 아까 ㅇㅇ씨가 들은 건 세 번째 노래예요"
"6번째, 그러니까 12번째 마지막 노래를 들려준 뒤에, 그 사람을 웅덩이에 밀어 넣는 거죠. 기어올라오게 되는 건 그 사람이 아닌, 선택받았던 죽은 사람.
희생이 된 사람은 두 번 다시 돌아오지 못해요. 그렇게 해서, 살아있던 누군가를 대신해서 죽었던 누군가가 돌아오는 거예요"
"그렇다고는 해도, 요즘 사람들은 제사를 지낸다는 생각으로 형식적으로만 하는 게 대부분인데. 최근 몇 년 동안 정말로 되살리려고 한 것은 이번뿐이에요. 그 애만 유독 그러고 있다는 게 맞는 말이겠네요. 그 애는 엄마를 고집하고 있어요. 몇 년이 지나도 끊어내지 못하고 있네요."
"자기 엄마가 선택됐다는 걸 알게 됐을 때부터, ㅇㅇ씨 얘기를 하기 시작했어요. 어째서 ㅇㅇ씨가 선택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 애는 당신을 희생해서 엄마를 살려낼 작정이었던 거지. 원래라면, 두 번째 날에 온 시점에서 성립되지 않았을 테지만. 사흘간 어느 하나라도 빠지면 안 되니까요. 하지만, 비가 내리면서 잘못되기 시작한 거예요."
"노래를 포함해서, 이 모든 일을 개구리의 노래 라고 부르고 있어요. 원래는 옛날부터 신으로 모시고 있는 무언가에 관계되어 있어요. 죽은 사람을 되살리는 일인 만큼, 영혼이라던가 하는 차원이 아닐지도 몰라요. 그 무언가는 비를 좋아한다고 전해지고 있어요. 사흘간, 하루라도 비가 내리는 중에 개구리의 노래를 행하게 되면....."
(이 부분만.. 얼버무리셨습니다)
"어쨌든 어제 비가 비가 내려서, ㅇㅇ씨가 첫 째 날에 없었다는 것이.. 의미가 없어진 거죠. 원래대로라면 일이 끝난 사흘째에 진행되었어야 하는, 그 애의 엄마가 어제 시점에서 그 웅덩이에 들어가 있었으니까. ㅇㅇ씨가 처음으로 봤을 때도, 아까 노래를 부를 때도, 웅덩이 안에서 가만히 당신을 바라보고 있었던 거예요. 엄마가 준비를 하고 있다는 건, 그런 의미였던 거예요."
"아마, 앞으로도 그 애는 포기하지 못할 거예요. 언젠가 다시 선택되기를 계속 기다리면서. 그러니까 그 집 웅덩이가 없어지는 일은 없겠죠."
얘기를 듣는 것만으로는 의문이 다 풀리지는 않았지만, 더 물을 수가 없었습니다.
만약 그랬다가는...
제정신으로 있을 수 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날 밤은 이모님 집에서 보냈고, 아침이 밝자 우리 집까지 바래다주셨습니다.
헤어질 때, 이모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어제로 새해가 되었지만, 앞으로 1년간은 비에 젖으면 안 됩니다. 비가 오는 날은 외출 자체를 하지 마세요.
생활하는데 많이 불편하겠지만, 반드시 지켜야 해요.
1년이 지나면 괜찮아지니까. 혹시 뭔가 걱정되는 일이 생기면 내가 있는 곳으로 와요. 무서운 일을 겪게 해서 너무 미안해요. 잘 있어요."
휴일이 끝난 뒤, 얼마간 선배는 회사에 출근하지 않았습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고 연락이 왔었다고 합니다.
나는 그 해에 회사를 그만뒀습니다.
이모님께서 충고하신 대로 비 오는 날에는 절대밖에 나가지 않았기 때문에 일을 계속할 수가 없었습니다.
갑자기 비가 올지도 모르기 때문에..
1년정도 부모님댁으로 돌아가 외출을 하지 않았습니다.
내가 회사를 그만두면서 선배가 복귀해서
지금도 그 회사에 다니고 있다고 합니다.
아직까지 얼굴을 마주 볼 엄두가 나지 않네요.
지금, 나는 평범하게 생활하고 있습니다.
출처 https://blog.naver.com/inopapa
아마 그렇겠지??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