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토리들 사연에 비하면 전혀 무섭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개인적으로는 소름 끼쳤던 기억이라 한 번 적어봐. 다른 글을 보니 현실공포글도 많은 것 같아서.
아마 흥미진진하진 않을 것 같아. 글을 재밌게 쓰는 재주는 없어서...ㅠㅜ문제시 알려줘 자삭할게
내가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제목 보면 알듯이 블로그에 관련한 이야기인데.
지금은 비공개로 돌려놨지만 중학생 때의 나는 어떤 소년만화에 한창 빠져있었어.(당시에는 메이저)
그리고 나는 그림을 그려서 덕질을 하는 소위 '그림러'였기 때문에 그와 관련해서 블로그에 팬아트도 올리고, 니코ㄷ 영상을 번역해서 서투르게 자막도 올리고 했었어. 그러는 사이에 블로그 이웃도 차차 늘었었구. 지금은 거의 없지만.
그러던 어느 날 올린 글에 전부 다 하나씩 댓글을 달아주시는 분이 나타났어.
편의상 간단하게 A씨라고 할래.
A씨는 그 만화에 대해서 엄청난 마니아였고, 캐해석이나 스토리 떡밥 추리 등의 얘기를 엄청 긴 장문으로 길게 길게 써주셨었기 때문에 나는 어린 마음에 감동해서 덩달아 답문도 정성들여 쓰고 서로이웃이 되어서 친구가 되자고 했어.
거기까지는 좋았는데.
어느 날 부터인가 내 성별과 나이를 묻더라고.
나는 그 당시만 해도 다른 서로이웃들과 했던 것처럼 '반말 모드'를 하자는 것인 줄만 알고 솔직하게 알려줬어.
그러자 A씨는 자기는 20대 중반의 남자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편하게 오빠라고 부르라고 했음.
그 때 내 닉네임(이니셜이었음)이 이름이냐고 물었어서 내가 별 생각없이 그렇다고 했더니 대뜸 말했어.
A씨 - 혹시 이름이 OOO인거야?
나 - 어떻게 알았어요?
A씨 - 그냥~ 그럴 것 같더라고
지금 생각해 봐도 내 이름이 이니셜 하나로 바로 유추될 수 있는 건지 모르겠어. 내 이름이라 그런지 객관적인 판단이 안 서.
흔하다면 흔한 이름일 수도 있겠지만. 시험 응시장이나 사람 많은 곳에서 호명할 때 나랑 비슷하거나 같은 이름의 사람이 한 명쯤은 있거든.
그리고 그 후로는 점점 안부글이나 블로그 일상 글에서 내가 관심도 없는 정치 관련 글이나 자기 일상을 미주알 고주알 시시콜콜 말하기 시작했어.
북한이나 대통령 이야기 같은 것 말이야...
정확히는 기억 안나는데 되게 별의 별 얘기를 다 했던 것 같아.
제일 많이 했던 건 대한민국의 군사력 이야기였던 것 같아.
북한의 군사력을 무시할 수 없다, 미국은 우리를 도와주는 것 같지만 사실 제일 나쁜 건 미국이다 뭐 이런 얘기... 내가 제대로 기억이 안나서 이렇게 쓰지만 댓글상으로는 엄청 세세하고 길게 쓰더라. 무슨 알지도 못하는 총이나 탱크명도 세세하게.
솔직히 관심도 없고 부담스러워서 점점 제 답변은 단문이 되어가고, 급기야는 답글을 거의 달지 않게 되었어.
그랬더니 안부글로
"요즘 블로그 운영을 잘 안하는거니?"
"보고싶다... 너랑 만화얘기 하고싶어."
"(니코동 링크를 가져와서) 이거 재밌는 것 같은데 블로그에 올려봐도 재밌을 것 같아."
"(북한돼지 뉴스 링크를 가져와서) 오늘자 뉴스 봤어? 내가 저번에 얘기했던 게 적중한 것 같아."
이런 말을 올리는데, 어릴 때라 그랬는지 나는 지금의 내가 보기에 정말 한심한 등신 천치였던 것 같어.
순간 마음이 약해져서 다시 답글도 달아주고 그랬거든.
그 후에 또 어느 날은 나보고 어느 지역에 사는지 묻는거야. 알려주기는 그 당시의 나도 꺼려졌는지 어느 도에 사는지만 알려줬는데 또 그거 가지고 굳이 추측댓 달길래 왜 그렇게 알고싶어하냐고 했어.
"직접 만나고 싶으니까 그렇지~"
직접 그 말을 하고 나서는 티를 내는거야. 우리 진짜 만나서 얘기해보면 어떨까? 라던지 전화번호 알려달라는 식으로...
하루는 내가 예체능계 고등학교에 붙어서 좋다~ 라는 식으로 글을 썼는데 실친이나 다른 이웃들은 그냥 축하해 줬는데 A씨 혼자서
"OOO도에 있는 예고하면 OO밖에 없지않아? 맞지" 이런식으로 굳이 학교도 추측하려고 드는 것까지 너무 거슬렸어.
그래서 어린맘에도 존나 거부감이 들고 점점 기분나빠서, 솔직하게 비밀답글로 말해버렸어.
이러저러해서 부담스러워서 서로이웃 끊고싶다고.. 그랬더니 자기가 부담스럽게 한거냐며 앞으로 이상하게 행동 안할테니까 자기 차단하지 말아달래.
근데 이러니까 더 기분나쁘고 속이 울렁거리는 기분이 들어서 차단했었어.
그 뒤로도 메일인가 쪽지가 왔는데, 솔직히 무시하고 지우는 성격은 지금도 못되어서 읽어본 적이 있어. 자기가 남자는 맞는데 그 외에 알려준 건 사실 다 구라고, 너한테만은 솔직하게 말해줄게 라고 했는데 메일도 아예 답장없이 차단해서 그 이후 부분은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 몰라.
속였다는 게 나이를 속였다는 걸까? 어쨌든 지금 생각해도 너무 기분나쁘고 불쾌한 남자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