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 위험이 너무 커서 댓으로 달게..
오픈 위험이 너무 커서 댓으로 달게..
ㅇㅇ.. 말 안 해줬어. 그 일로부터 십 년도 더 지났는데 아직도 말 안해줘. 사는 지역도 옮겼는데 캐묻기도 뭐해서 그냥 묻고 살아.
가끔 주택가에 덜렁 있는 절 알지? 옆집이 그런 절이 됐는데, 거기 스님들이 내가 살던 집을 사셨어. 절이 됐겠지. 아님 스님들만 사시는 집이 됐든가. 나중에 지나가면서 슬쩍 보니까 감나무는 잘랐더라. 아까웠어...-ㅁ-
무던한 게 최고 같아. 정말로...;
응.. 안 그래도 기가 세다는 말은 많이 들었어. 그 친구도 나랑 같이 잘 때는 아무 문제 없었다고 그랬고...; 혼자 잘 때만 문제였다고 했던 걸 보면 오래된 집+잘 보고 잘 듣는 친구의 조합이 최악이었던 것 같아.
혼자 사는 동안 별일 없었다니 다행이닫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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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오래된 집에서 자랐어. 얼마나 오래됐냐면, 집 뒤에 수도가 있고 화장실이 옛날 재래식 화장실인 그런 집이야. 한국에서 손에 꼽히는 큰 도시인데다 딱히 빈민가도 아닌데 어쩌다 보니 그런 집에서 쭉 살았네. 아마 싸서 그랬을 거야.
집은 방 네 개, 거실 겸 마루, 부엌 두 개.. 하지만 집주인은 방 사이를 막아서 임의로 집을 분리했고, 세입자를 따로 받았어. 굉장히 옛날 방식이라 설명해줘도 톨들은 이해를 못할 거야. 그냥 크고 오래된 주택이라고만 생각해. 어차피 그 집에서 세들어서 산 건 우리집 밖에 없던 날들이 훨씬 많았어.
아무튼 그 집이 얼마나 오래됐냐면, 마당에 있는 석류나무 키가 우리집 지붕을 넘어설 정도로 오래됐어. 석류가 풍년으로 열릴 땐, 큰 바구니로 네다섯 바구니가 나올 정도로 큰 나무였지. 그 옆엔 목련이 있었고, 대문을 사이에 두고 감나무도 있었어. 매년 여름이면 그 나무들이 그늘을 드리워서 집은 에어컨 없이도 굉장히 시원했어.
난 그 집에서 십 년도 넘게 살았고, 온갖 일을 다 겪었어. 가정폭력, 부모님 간의 불화, 사망, 뭐... 그런 거. 그러다 내가 성년이 됐을 쯤엔 그 집엔 나 밖에 안 남았어. 난 고아가 돼서 부모님이랑 살던 집에 계속 살고 있었지.
그런데, 나한테는 뭐든 잘 보고 잘 듣는 친구가 한 명 있었거든. 걔랑은 고등학생 때부터 친했는데, 우리 부모님이 계실 땐 우리집에 못 오다가(여자애가 외박하는 거 아니라고 아주 싫어하셨어) 나 혼자 남고 나서는 종종 와서 자고가고 그랬단 말이야.
그때는 날씨 좋은 초여름이었던 것 같아. 나는 대학생이었지만, 친구는 대학을 안 갔어. 저녁 내내 같이 놀고 밤에 우리집에서 자고, 아침이 돼서 나는 학교에 가고 친구는 좀 더 자겠다고 집에 남았어. 다녀왔더니 친구가 얼굴이 퍼래져서는 가위에 눌렸대.
"내가 온갖 가위를 다 겪으면서 자랐는데 이런 가위는 처음 겪어 봐. 내가 누워서 자는데 웬 남자가 나랑 같이 가자, 하면서 내 팔을 잡고 끌어당기는데... 몸이 쑥 꺼지면서 땅 밑으로 끌려들어가는 느낌이 나는 거야. 비명지르면서 깼는데 팔이.. 그 잡혀서 땅 밑에 끌려갔던 팔만 허옇게 질려서 차갑고... 어휴..."
난 그냥 웃었지. 걔가 워낙 그런 걸 잘 겪는 애라서... 걔도 별로 신경 안 썼어. 우린 또 같이 놀았고, 걘 또 우리집에서 잤어. 다음날 나는 또 학교에 갔고, 걘 우리집에서 계속 잤어. 다녀왔더니, 이번엔 글쎄 유체이탈을 경험했다는 거야.
"자다가 눈이 번쩍 떠졌는데, 너네 집 천장이 내 코앞에 있지 뭐야. 놀라서 몸을 뒤집었더니 내가 이불 다 차고 자고 있는 게 보이더라."
난 그 집에서 십 년 넘게 살면서 한 번도 그런 걸 경험해 본 적이 없거든. 그래서 신경 안 썼어. 걔도 자기 집에서도 눌리는 가위에 유체이탈 꿈이라 그러려니 했고... 또 같이 놀고, 우리집에서 또 잤어. 아침에 난 또 학교를 갔고... 걘 더 잤어. 3일 연속이지.
그런데 다녀오니까 얘가 오늘은 어제나 그제보다 더 안색이 안 좋은 거야. 왜 그러냐고 물으니까, 나더러 하는 말이...
"너 이 집에서 대체 어떻게 혼자 사냐? 이 집에서 다신 혼자 안 자."
이러는 거야. 난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잘 살고 있었거든, 그 집에서. 이상한 걸 경험한 적.. 이라곤 어릴 적에 한 번 정도? 머리 좀 커지고 나서는 그냥 집인데... 별 일 없었는데... 걘 치를 떨면서 다시는 이 집에 안 온다고 하고 그대로 자기 집에 갔어. 그리곤 내가 이사를 할 때까지 다신 안 왔어. 놀아도 밖에서 놀고, 자도 걔네 집에서 자고.
난 최근까지도 그게 걔가 신경이 예민해서 그랬던 거라고 생각했거든. 쭉 아파트에서만 살던 애가 갑자기 오래된 주택에서, 창문에 나무 그림자 어른어른하는 집에서 자니까 그런 걸 겪었다고 말이야.
근데... 공포방에서 온갖 글을 읽다가 갑자기... 그 오래된 집에, 쬐끄만 마당에 나무가 세 그루나 있는 집에 쥐도 없고, 바퀴도 없고, 날벌레도 없고, 어느날 부터는 맹꽁이도 없었던 게 생각나지 뭐야. 아빠 아프신 다음부터는 집에 방역도 못했는데... 이상하지.
내가 많이 둔해서 잘 살았나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