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어디를 가든, 내 머릿속엔 크리덴스 클리어워터가 재공연에서 불렀던 '프라우드 메리'의 노랫자락이 울려퍼진다.
딱히 짜증나지는 않는다. 그건 내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니까.
고모의 결혼식 때 마이크를 잡고 어설프게 그 노래를 불렀던 때가 생각난다. 모두가 함께 박수쳐주었는데.
엄마는 내 이름조차 그 노래에서 따와서 메리라고 지었다. 아무래도 내 운명인가 보다!
오늘은 자꾸 엄마와 마주치게 된다. 오늘은 딱히 할 일이 없는 날이었고, 나는 지역 쇼핑몰을 돌아다녔다.
평범한 쇼핑센터였다. 극장도 있고, 볼링장이랑 프렌차이즈 식당들도 있다.
극장 로비를 지나는데 그 노래가 들려왔다; 무슨 멍청한 전기영화 트레일러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엄마는 반대편의 평범한 카페에 앉아있었다. 혼자서, 웃으며, 그러나 약간 불안해 보이는 얼굴로.
열린 문 틈 새로, 카운터 뒤의 라디오에서, 부드럽게 '프라우드 메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고등학교 때, 그 노래를 티나 터너 버젼으로 불러서 장기자랑 대회에서 우승했던게 떠올랐다.
한 때였지만 정말 (거의) 영광의 순간이었다! 바에 갈 때면, 나는 항상 주크박스로 직행한다. 내 친구들은 질려하지만 난 아니다.
난 커피를 마시러 카페로 들어가지 않았다. 그냥 계속 거닐며, 내 발걸음을 따라 가고, 옛 일들을 곱씹어보았다.
내 인생의 큰 사건들은 다 이 노래와 연결된 것 같다. 커버 버젼도 좋긴 하다.
망치기 힘든 곡이니까. 그렇지만 역시 크리덴스의 오리지널 버젼이 최고야.
또다시 엄마를 만났다. 엄마는 약간 스트레스 받은 듯해 보였고, 싸구려 레스토랑에 홀로 앉아, 커다란 창문 너머에서 날 바라보고 있었다.
문은 모두 활짝 열려있었는데, 그 안에서 어떤 노래가 흘러나왔는지 맞춰봐라!
난 엄마한테 농담으로, 뭔가 끔찍한 교통사고같은게 나서 내가 코마에 빠지면 내게 이 노래를 틀어달라고 말하곤 했었다.
볼륨을 완전 크게 해서. 만약 그래도 내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그냥 생명연장장치같은건 다 꺼버려도 될거라고 말했다. 참 재밌다니까.
나는 계속 걸어갔다. "Rollin', Rollin' Rollin' on the river!" 내 남자친구는 이 노래를 항상 싫어라했다.
별로 좋은 징조는 아니다. 걔는 자기 개조 아우디에서 스피드메탈을 들으며 달리는걸 더 좋아했다.
가게들이 슬슬 문을 닫기 시작했기에 나는 건물을 나서 거리로 나갔다. 딱히 어디로 갈지는 마음에 두지 않았다.
정류장에 한 버스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문이 열려있다. 프라우드 메리가 어디선가 계속 작게 들려오고 있다.
승객은 우리 엄마 한 명 뿐이었다. 엄마는 걱정스러워 보였고, 뭔가 단념한 듯 보였고, 갑자기 굉장히 늙어보였다.
그러나 나는 계속 걸어갈 뿐이었다. 곧 버스의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고, 떠나갔다.
딱히 지치진 않았지만, 참 긴 하루였다. 이제 집으로 가야할 것 같다. 늦을지도 모르겠는걸. 주위엔 아무도 없다.
하늘이 갑자기 검게 물들기 시작했다.
주인공은 코마상태에서 환각을 본듯. 그리고 노래를 계속 틀어도 일어나지 않는 주인공의 생명유지장치를 꺼버렸구나.
나도 갑자기 머릿속에서 프라우드메리 재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