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감옥 한켠에 앉아 있었다. 멀리에선 경비들의 발소리가 들렸다. 아마 내 목숨을 앗아가려 하겠지. 내 사형이 어떤 방법으로 될 진 모르겠지만 매우 오래 걸리리란 건 확실했다. 고통이 엄청나리란 것도. 무엇보다도, 기괴하고 잔인한 방법으로 집행될 것이다. 왕의 말을 거역한 이들을 잔인하게 사형하는 장면은 전세계로 송출된다고 들었다. 왕은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었다.
곧 도착한 경비들은 말 없이 나를 긴 복도로 끌고 갔다. 공포스러운 비명소리가 들려오는 수십 개의 문을 지나, 경비들은 아무것도 적히지 않은 문을 열고 나를 밀쳐 넣었다. 문이 닫히고 보니, 안쪽에는 손잡이가 없었다. 아니, '아무것도' 없었다. 벽도, 천장도, 바닥도 모두 흰색이었다.
적막감이 감도는 가운데, 나는 다른 비명소리들에 비하면 운이 좋은 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뭐, 어쩌면 이 '감각 제거실'은 날 미치게 만들고, 시청자들에게 즐거운 방송을 제공해줄 수 있겠지. 하지만 마지막 순간만큼은 아무런 감각 없이 죽음을 느낄 수 없길,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난 운이 그리 좋지 못했다.
한 시간? 두 시간, 아니 세 시간쯤이 흐르고 마침내 일이 벌어졌다. 벽과 천장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너무 천천히 움직인 나머지 그동안 내가 알아채지 못한 걸까? 온통 새하얀 이 방은 방향조차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넓어 보였던 이 방이 갑갑할 만큼 좁아졌다는 건 확실했다. 그리고 난 내 사형이 감각 제거가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난 벽들에 갇혀 으스러지게 될 운명이었다.
...이런, 이건 예상치 못했는데.
몇 시간쯤이 흐르고 나서 벽들은 매우 가까워져 있었다. 양 팔을 활짝 벌리지 않아도 벽이 손에 닿아 왔고, 허리를 펴고 서 있을 수조차 없었다. 벽들은 계속 나에게로 전진했다. 난 벽에 기대어 반대쪽 벽을 힘줄이 솟도록 밀어봤지만 벽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예상했듯, 방은 계속 줄어들며 나를 조여 왔다.
줄어드는 방 안에 갇힌 압박감과 공포는 이루 말할 수 없이 끔찍했다. 내 배와 등에 차가운 타일 벽이 닿고, 위에선 천장이 끝없이 내려와 내 머리를 누르겠지. 다리를 펼 수도 없을 거고, 어깨마저 무거운 천장에 짓눌리겠지. 그렇게 몇 시간 동안 뼈가 으스러지는 극한의 고통 끝 '와그작'. 비참한 죽음이군.
나는 가슴에 파고들 듯이 다리를 껴안은 채, 머리를 무릎에 파묻고 있었다. 벽이 계속 밀려들어 왔다. 양 쪽의 벽은 어느새 무릎에 닿아 무릎뼈가 으스러질 듯 아파왔다. 사방으로 잔뜩 눌린 채 가쁜 숨을 쉴 때마다 심장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고통이 극에 달한 그 순간, 벽의 움직임이 멈췄다. 천장도 더 이상 내려오지 않았다. 한 줄기 희망이 보였다. 어쩌면, 누군가 구하러 온 걸지도 모른다. 운이 좋다.
...이건 며칠 전까지의 이야기다. 지금 난 벽들에 갇힌 채, 저리다 못해 감각을 잃은 팔다리를 털끝만큼도 움직이지도 못하고 숨만 간간이 쉬고 있다. 극한의 굶주림 끝에 숨이 멎기만을 기다리며.
...이런, 이건 예상치 못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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