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안녕 귀엽고 깜찍한 토리들.
나도 내가 겪어본 일화를 몇개(두개) 풀어볼게.
참고로 난 해외톨이고 겪은 일들도 지금 사는 나라에서 겪었음.

1 폐참호 탐험
내가 사는 나라의 한 지방에는 2차 세계대전때 만들어진 방공호가 모여있는 지역이 있는데 그 중 몇몇은 관광지로 개방되어 있어서
아무나 그냥 막 들어갈 수 있어. 소문에는 아직도 폐쇄되어 있는 참호 및 방공호에는 비행기며 무기들이 숨겨져 있다곤 하는데.. 암튼 개방되어 있는 곳들은 안에 전등을 달아놔서 밝고, 군데 군데 2차 대전 당시 실제로 썼던 도구들이나 대포들도 전시해 놔서 전혀 무섭지 않은 분위기야.
대신에 아무래도 전쟁때 시설이라서 여기저기 미로처럼 얽혀있고 유령 괴담도 좀 있고 그렇지.
어느날 낮에 나는 남친이랑 거길 갔었어. 남친은 그 지역 출신이라서 나한테 이런 저런 이야기 해주면서 대략 한시간 좀 넘게 둘이서 그 지하 방공호를 헤매고 다녔어.
근데 꽤 오래, 멀리 돌아다녔는데도 사람을 한명도 못 만났어. 그래도 다른 관광객 한두명은 마주칠법도 했는데 말이지.
그렇게 한참 걷다가 지쳐서 드디어 지상으로 올라왔는데, 아무 생각없이 앞서 가는 남친 등을 보다가 이상한걸 깨달았어.
검은 티셔츠를 입은 남친 오른쪽 어깨에, 마치 하얀 분필 자국처럼 아주 뚜렷하게 사람 손바닥 자국이 찍혀있었어.
손가락 마디며 지문까지 보일 정도로 선명하게..
처음엔 남친이 자기 어깨를 왼손으로 짚었나?했지만 그 손바닥 자국은 손가락이 위로 가게, 즉 뒤에서 누가 바로 짚은것처럼 나 있었어.
남친은 내 손자국이 아니냐고 했지만 그 손자국은 내 손보다 훨씬 컸고.. 대체 누가 그런 손자국을 찍었던 걸까?

2 폐병원 숙박
이건 1번 이야기랑 다른 지방으로 여행 갔을 때 이야기야.
남친이 바빴기 때문에 내가 숙소를 정했는데 난 그 지역을 가본 적이 없어서 그냥 인터넷에서 적당히 괜찮아 보이는데를 골라서 예약을 했어.
근데 막상 가보니까 생각보다 더 외진 곳이었고, 호텔 바로 옆이랑 앞에는 이상하게 빈건물이 많았어.
그리고 호텔에 들어섰는데 구조가 좀 희한한거야.
딱 봐도 원래는 다른 용도의 건물을 호텔로 개조한 분위기였지.
그래도 그날 밤에 늦게 도착한지라 너무 피곤하고 그래서 그냥 별 생각을 안했어.
그리고 밤에 잠을 자려는데 이상하게 남친이 불을 끄고 싶어하지 않는거야. 티비도 안끄려고 하고..
난 원래 여행을 가면 불을 켜고 자는 걸 좋아해서 (쫄보) 항상 불을 끄려고 하는 남친이 웬일인가 싶어서 솔직히 좀 좋았지 ㅎㅎ
근데 엄청 피곤한데 이상하게 잠이 잘 안오는거야.
보니까 남친도 비슷한 눈치였어.
그래서 둘이서 그냥 재미도 없는 티비를 새벽 한시가 되도록 보는둥마는둥 하다가 어느틈에 잠이 까무룩 들었나봐.
근데 침대 발끝에 옷장이 있었는데, 그 쪽에서 쿵쿵 하고 두드리는 소리가 났어.
그러더니 누가 구두소리를 또각또각 내면서 복도를 가로질러 가는 소리가 났지. 그러더니 바퀴같은게 드르륵드르륵 굴러가는 소리랑 무언가가 부딪치면서 달그락거리는 소리, 사람들 발소리 같은게 났어.
나는 잠결에 누가 굉장히 늦게 체크인을 했거나 호텔로 돌아왔나보다 하고 생각했어. 우리 옆방 (즉, 옷장 쪽 벽 너머의 방)에 들락거리나보다 하고..
하지만 다음날 아침 일어났을 때 문득 깨달았어.
우리 방은 건물 가장 끝 방이어서, 옷장 너머 벽은 그대로 건물 외벽이었고
복도는 두꺼운 카펫이 깔려있어서 구둣소리가 또각또각 나거나 캐리어를 끄는 바퀴 소리 같은건 안난다는걸..
그때부터 난 무서웠는데, 이런 이야기를 하면 남친이 무서워할까봐 꾹 참았어. 그때 약간 남친이 공황장애가 있을때여서 예민한 시기였거든.
그리고 그 날도 하루종일 나가서 놀고.. 밤이 됐는데 이제 숙소로 가야하는데 정말 가기 싫더라구 ㅠㅠㅠㅠ
다행인건 남친도 어쩐지 숙소로 가자는 말을 안하고 이미 가게들도 다 닫아서 텅빈 시내를 빙글빙글 돌면서 운전을 하는거야. 평소라면 얼른 가서 쉬자고 했을텐데 그날은 남친이 그렇게 자꾸 다른 길로 새는게 좋아서 아무말도 안했어.
그러다가 결국 시간이 너무 늦어서 할 수 없이 숙소로 돌아왔지.
그 전날처럼 모든 불과 티비를 다 켜놓고, 남친이 담배를 피우러 간다고 나갔어.
근데 남친이 나간지 1분도 안됐는데 갑자기 바깥에서 어떤 여자가 정말 크게 소리를 질렀어.
비명이라고 하기도 뭐하고 그렇다고 어떤 뜻이 있는것도 아니고 그냥 큰 소리. 우와아아아악!!뭐 이런 느낌?
내가 놀래서 핸드폰을 떨어트렸을 정도라서 뚜렷하게 기억해.
그리고 그 소리가 남친이 담배를 피우러 나간 방향에서 들려서
나는 남친이 무슨일이 있나 하고 나가보려고 일어섰는데
갑자기 문이 벌컥 열리더니 남친이 들어왔어.
그래서 내가 지금 소리 들었냐고 하니까 남친이 들었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내가 무슨 일이냐고 하니까 남친이 그냥 술취한 사람들인데
큰소리가 나서 내가 무서울까봐 그냥 방으로 서둘러 돌아왔다고 했어.
그리고서 둘이 또 어젯밤처럼 좀 뭔가 찝찝한 기분으로 불을 다 켜놓고 잠이 들었지.
다음날 체크아웃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내가 장난처럼 사실은 그 호텔이 무서웠다고 했어.
그랬더니 남친이 정색을 하면서 나도 들었냐고..
그래서 뭘 들었냐고 하니까 밤새도록 옷장 너머에서 누가 계속 뭐라고 이야기를 했다는거야. 여럿이서 대화하는 소리가 밤새 들렸다고.
그래서 자긴 옆방 사람인가 했는데 말했듯이 우린 건물 끝방이었고, 다른 쪽 방은 빈방이었어 (체크인 할 때 그 방이랑 우리 묵은 방을 보여주면서 선택 할 수 잇다고 했거든).
그리고 둘쨋날밤에 났던 그 큰소리.. 남친이 담배를 피우러 나갔는데 막 불을 붙이는 순간, 호텔 맞은편 빈 건물에서 그 소리가 났대. 아무도 없는, 유리창도 다 깨진 빈 건물에서.. 그래서 담배도 안 피우고 서둘러 돌아왔고
내가 무서워 할 까봐 밤새 들렸던 대화 소리라든가, 그 소리가 빈건물에서 났다고 안하고 취객이 지른 소리라고 둘러댔던거였어.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 찾아봤는데 그 호텔은 예전 그 지방의 종합병원이었던 폐건물의 일부를 인수 개조해서 만든 호텔이었어.
호텔 주변에 있던 다른 폐건물들은 팔리지 않은 그 병원의 나머지 부지와 건물들이고, 호텔 옆에 있던 커다란 굴뚝과 작은 건물은 병원에 딸려있던 소각장이었던거야.
나중에 찾아보니 유튜브에 이미 haunted place라면서 그 호텔 후기도 올라와있더라구..—;;;;
이 이야기의 교훈은 그거지. 예약하기 전에 사전 조사 철저히.

쓰고보니 안무섭구먼..
  • tory_1 2018.09.20 07:46

    아냐..무서워...진짜 예약이나 이사등 사기전에는 사전조사는 철저히...ㅇㅇ 불변의 진리인듯

  • tory_2 2018.09.20 07:46
    오우 오싹했어 톨아..!!
  • tory_3 2018.09.20 08:02

    섬짓한 경험들이다 ...

  • tory_4 2018.09.20 08:44

    으어어 진짜 무섭다ㅠㅠㅠ

  • tory_5 2018.09.20 08:52
    타국에서 겪은 일이라 더 무서웠을 것 같아ㅠㅠ 오싹..
  • tory_6 2018.09.20 09:16
    우와 토리가 담담하게 써서 더 무섭다 ㅠㅠㅠ
  • tory_7 2018.09.20 09:56

    아니 어떻게 그런 곳을 영업을 해 ㅠㅠㅠㅠㅠ

  • tory_8 2018.09.20 10:33

    귀신들린 호텔이면 그게 또 영업포인트더라고. 일부러 그걸 보러 오는 손님도 있는데 토리네는.........ㅜㅜ

    사전정보수집은 중요하네

  • tory_17 2018.09.23 04:05
    2222 전세계 오컬트 좋아하는 사람들이 일부러 예약해서 보러옴
  • tory_19 2018.09.25 20:17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4/03/09 15:33:27)
  • tory_21 2018.09.29 15:03
    와 그렇겠다.. 영업이 되려나 했는데 그런거 좋아하는 사람들은 찾아가겠구나 ㅠㅠ 암튼 글 너무너무 무서워 흑흑흑....
  • tory_23 2018.10.02 21:00
    영화 샤이닝에 소재인 실제 호텔도 그런 공포 관광(?) 코스있다함
  • tory_9 2018.09.20 11:30

    좀처럼 들을 수 없는 외국 귀신이야기라 더더더더 무서워ㅠㅠㅠㅠㅠㅠㅠㅠ

  • tory_10 2018.09.20 14:03
    무서워ㅠㅜㅠㅠㅜㅠ
  • tory_11 2018.09.20 15:48

    ㄷㄷㄷ

  • tory_12 2018.09.20 15:55
    빈건물 으으 으으으으...
  • tory_13 2018.09.20 18:50

    와 무서웠겠어....

  • tory_14 2018.09.21 23:05
    헐 아니야... 완전 충분히 무서웠어..........
  • tory_15 2018.09.22 01:39
    소오름....
  • tory_16 2018.09.23 01:19

    뭐? 나지금 개소름돋았어.....뭐가 안무섭냐규 ㅠㅠ

  • tory_18 2018.09.24 14:19
    어느 나라인거야?앍으면서 핵궁금ㅎㅎ
  • tory_20 2018.09.27 12:09

    하으씨........................ 겁나무섭자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 tory_22 2018.10.02 00:25
    곤지암 영화보다 이게 훨 무서워;;;;;
  • tory_23 2018.10.02 20:58
    히익 뜻밖의 공포체험했네 ㄷㄷ
  • tory_24 2018.10.07 06:14
    아냐 진짜 무서웠어....
  • tory_25 2019.07.11 14:02

    개무서운데... 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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