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때처럼 야자를 마치고 집에 와서 씻고 잘 준비를 마쳤지.
야자가 11시에 끝났고
집에 와서 씻고 누웠으니 대략 12시가 안 되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
가족 모두가 잠이 들어 있어서 집은 고요하고 조용했어.
지금 같았으면 자기 전에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렸을 텐지만
그 때까지만 해도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어.
나 또한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핸드폰도 없는 어두운 내 방 침대에 정자세로 누워 잠에 들 준비를 했지. (나는 잘 때 완전 정자세로 누워야 잠이 와!)
아주 조용하고 캄캄한 방에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곧 잠이 들려는 찰나.
내 방 벽 너머
거실 어딘가에서 어떤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어.
탁. 탁탁. 탁
이런 소리였어.
우리 집 바닥은 나무합판을 조립해놓은 바닥이라 이따금씩 저절로 나무들이 뒤틀리며 탁. 탁. 하는 소리가 들렸었 때문에, 처음엔 별다르게 생각하지 않았어.
그런데 그 빈도가 이상하게 빠르고 불규칙적으로 났고,
기분 탓인지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가, 멀어졌다가 하는 거야.
당시 내 동생은 질풍노도의 중3이었는데,
동생 방과 내 방은 마주보고 있었어.
동생이 그 때 당시 컴퓨터게임에 미쳐가지고
가족이 모두 잠든 밤에 몰래 컴퓨터를 하는 일이 많았어.
동생과 내 방에선 거실을 가로질러야만 컴퓨터가 있는 방에 갈 수 있었기 때문에 나는 동생이 몰래 컴퓨터 방에 들락날락 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지.
(아까 말했듯이 거실 바닥이 나무합판이라서
걸을 때마다 바닥에서 삐그덕, 탁 소리가 가끔씩 나기 마련이었거든.)
그래서 나는 일어나기도 귀찮고,
밤에 부모님을 깨우기도 싫었기 때문에
컴컴한 방에 누운채로
“00아. 컴퓨터방 가지마.” 라고 말했어.
동생 들으라고.
그런데도 자꾸 탁. 탁. 탁 소리가 들리는 거야.
나는 그 후로도 두 세번 더 ‘누나 아직 안잔다.’ 라던가 ‘ 빨리 자.’ 라는 말을 했어.
그런데...
동생의 대답은 없고 탁.탁. 거리는 소리만 점점 가까워지는 거야.
그 소리가 점점 가까워져서
내 방 바로 앞에서 소리가 나는 것 같은 거리감이 느껴질 때부터는 가슴이 막 쿵쾅쿵쾅 뛰더라.
(소리가 난지 10~15분 정도 지났을 때야.)
난 이미 그 소리에 온 신경이 집중되어있는 상태였어.
내 방 문은 열려있었는데,
그 정체불명의 소리가 이제는
아주아주 가까이에서 나는게 분명하게 느껴졌어.
그 소리가 동생의 발걸음 소리라면
분명 어둠 속이라도 실루엣이라도 보였을 거잖아?
그런데 전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거든.
진짜 그때부터 막 온몸이 달달 떨리고 그 때 내가 동생과 방을 바꾼지 얼마 안되서 괜히 방을 바꿨나 우리집에있던 귀신이 방 바꿨다고 노했나 별 생각이 다 들었어 ㅠㅠ
아무것도 안보이는데 소리는 계속되고...
그런데 진짜 점점 소리는 계속 가까워져서 탁. 탁. 소리가 이제 내 방 바닥, 내 책상, 의자에서도 나는거야..... (바닥에선 바닥소리, 의자에선 그 푹신한 의자위에 올라가는 둔탁한 소리, 책상에서는 유리 위에 올라가는 소리 각각 다 다르게 났어.)
난 뜬 눈으로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리가 너무 무서워서
혹시, 쥐 같은 건가? 하는 생각을 막 하기 시작했어.
(우리 집은 아파트 14층이라 그럴 일은 없었겠지만
쥐를 생각하는것이 차라리 마음이 더 나았을정도 ㅜㅜ)
그렇게 머리속이 빠르게 돌아가고 있는데 갑자기
내가 누워있는 침대 이불 위, 내 발치 쪽에
뭔가가 톡 올라온 느낌이 드는 거야.
아니. 느낌이 아니고 정말 뭔가가 올라왔어.!
그 순간 진짜.. 사람이 너무 놀라면 아예. 미동조차 할 수 없다는 것을 느꼈다...
머릿속에는 별 생각이 다 들었지.
하필 얼마 전에 난생처음 가위도 눌려봐서 방을 진짜 다시 바꿔야되나 생각하고 있었거든. 진짜 귀신인가 ㅠ 귀신이 내 발치에 올라온건가 지금 ㅠ 왜 말을 안하지 ㅠ 별생각을 다했어.
그렇게 몸은 경직된 채로 오만 생각을 하고 있는데 (진짜 그 때라도 이불 던지고 안방으로 달려갔어야 했어)
그 순간
알 수 없는 묵직한 무언가가
내. 왼쪽 뺨에. 훅. 올라왔어..!!!
(여기서 무슨 표현을 해야 될지 모르겠는데 내 얼굴을 ‘강타’한 느낌이 더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진짜 그 순간 너무. 너무 놀라고 무서워서 한밤중이라는 사실도 잊고, 있는대로 비명을 질렀어.
그리고 바로 그 무언가를 손으로 확 쳐내고 방 밖으로 뛰쳐 나갔지. 가위에 눌린건 아니었으니까 몸은 바로 움직여졌는데 너무 놀라서 눈물도 나더라.....
먼 안방에서 주무시던 엄마가 비몽 사몽으로 왜 왜!! 소리치며 나오셨어.
나는 덜덜 떨면서 엄마한테 말했지.
“뭔지 모르겠는 커다란 게 내 얼굴에 올라왔어.”
그 때의 나로선 최선을 다한 설명이었지.
엄마가 뭔데. 뭔데. 하며 내 방 불을 켜셨고, 나는 너무 무서워서 방 안을 쳐다보지 못하고 멀찍이 서있었어.
그런데 엄마가 내 방에 들어가시고는
갑자기 매우 심각한 표정으로
“아빠 좀 불러와”하시는 거야.
나는 뭔데, 뭔데, 하면서도 차마 그것을 확인할 용기는 없어서 안방에서 주무시던 아빠를 깨워 아빠를 불렀지.
이윽고 엄마가 아빠를 보고는 진짜 심각한 표정으로
“저게 왜 여기에 있어.” 이러더라.
나는 부모님들의 이 이상한 반응들이 더 무서워져서
정말로 그 어떤것도 예상할 수 없었어....
그런데 아빠가 약간 멋쩍어하며
“어, 저게 왜 여기에 있지.” 하는 거야.
그 때 난 용기를 내서 보고야말았지.
내 침대 베개 위에 사뿐이 앉아있던...
작고 빨간 개구리를
너무 비현실적인 광경이라 나는 이게 꿈인지..생시인지....? 도저히 분간이 안 되는 상황이었어...
하얀 배게 위에 앉아있는.. 새빨간 개구리...???
아빠가 바로 그 개구리를 손으로 잡았는데
거실 불을 켜보니 거실에도 작은 개구리가
바닥에 한마리, 쇼파에 한마리 있었어.......
알고 보니 그 날 시골에 사시던 아빠 친구들이 보양식으로 먹으라고 개구리를 몇 마리 잡아서 아빠에게 선물해줬던 거야..
아빠는 일단 받아놓고 다음날 강에 풀어줄 요량으로 일단 집에 가져와 베란다에 둔 거지.
개구리들은 얼기설기 얽혀있는 망 주머니 안에 있었는데
그 날 밤 망 주머니가 풀리면서 베란다에 있던 개구리들이 탈출.... 집 안을 돌아다녔던 것... 내가 혼자 20~30분간 벌벌 떨었던 그 탁. 탁. 소리를 내며 뛰어다녔던거지 ㅠㅠㅠㅠ
그 중 한 마리는 내 방으로 들어와 내 침대 위를 올라와서 내 얼굴에까지.......
그 밤에 집안 곳곳 눈에 보이는 개구리들을 하나씩 잡아서 (아빠가) 다시 망에 집어넣었는데
원래 개구리가 총 몇 마리였는지 그 누구도 몰랐기 때문에 이게 다 잡은건지, 집안 어디에 더 있는건지 몰라서
나는 그 날 밤잠을 설쳤다고 한다...
그 이후로 거의 한달 간은 집안에 개구리가 있을 것이라는 걱정에 불안해하며 지냈고 마찬가지로 한동안 난 내 침대에선 못 잤어. 하하하
ㅋㅋㅋㅋㅋ 진짜 결과적으론...정말 귀신은 아니어서
다행이었지만...
벌써 5년도 넘은 이야긴데 아직도 생각하면 내 볼에 닿았던 그 느낌이 생생히 나ㅠㅠㅠㅠㅠ으아ㅜㅜㅜㅋ큐ㅠㅠ 가족들은 아직도 그때 얘기를 하며 웃지만 나는 진짜 악몽같은 일이었다 ㅠㅠㅠ
문제있으면 말해주라 빛삭!!!!
으악 나 개구리 트라우마 있어서 개구리인게 밝혀지니까 얼굴에 닿은거 상상되고 더 소름 쭉쭉 끼친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 개구리보다 귀신이 나아ㅠㅠㅠㅠㅠㅠㅠㅠ ㅅㅂ 개구리 진짜 너무 싫어ㅠㅠ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