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20년전쯤에 내가 초등학교 5학년때 겪었던 일임

그때 내가 다녔던 초등학교는 학교 옆에 바로 장터같은 게 있어서 어머님들이 자주 장보러 오셨고 학교 앞으로 2분만 걸어가면 새로 생긴 학원이 있어서 거기에 다니게 되었음

그때는 막 밤 늦게 마쳐서 늦으면 애들 차에 태워서 보내주는데 난 집이랑 학원이랑 거리가 가까워서 한번도 차에 타본 적이 없음
학원에서 집까지 걸어서 10분정도 걸렸나 그랬던 거 같은데 우산없으면 비 맞으면서 돌아가고 그랬음

그날도 뭐 보충수업인가 한다고 밤 10시인가 마치게 되었고 난 밤 10시에 불 다꺼진 아무도 없는 거리를 걸어갔음

그날따라 왠지 평소로 가는 길이 아닌 다른 길로 가보고 싶은거야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그냥 다른 길로 가도 어차피 집이 나오는 방향이라 가로등 불빛이 거의 없는 캄캄한 골목길에 홀린듯이 들어가게 되었음

한 중간쯤 왔을까 저 멀리서 검은 형체가 엄청 느린 속도로 걸어오는 게 보였음
정말 엄청 느린속도로 좌우를 비틀비틀 거리면서 걸어오길래
처음엔 뭐지? 술 취한 아저씨인가?하고 나도 걷는 속도를 줄이다가 제자리에 멈춰서 자세히 살펴보니 가로등 아래에 있는데도 얼굴이 없는 전신이 까만 형체인데 좌우로 뭔가 묵직한 검은 봉지? 같은걸 들고있는거임

그러면서 아주 느리게 비틀거리면서 다가오는데 거리가 점점 나하고 가까워지길래 그때 내가 멈춰있던 자리 바로 옆에 좁은 주택가가 있어서
진짜 순간 거기로 도망칠까? 달릴까? 온갖 생각이 다드는데 지금 달리면 바로 따라잡힐 거 같은거야

그래서 얼어붙어가지고 어쩌지 이러고 있는데 저 멀리서 뭔가 소리가 들려서 뒤를 돌아보니

장보고 돌아오는 길인지 한손에 대파랑 음식재료같은게 가득 담긴 하얀 봉지를 든 어떤 아주머니랑 그 아들로 보이는 내 또래 남자아이가 내 뒤에서 걸어오는데 단 2초? 3초만에 저 멀리서 내가 있는 자리를 지나 내가 들어갈까 망설였던 주택가로 들어가면서 남자아이가 나를 힐끔 쳐다보길래 그때 정신차리고 나도 그 일행인척 바로 따라서 들어갔음

그 모자는 주택가로 들어서자마자 바로 옆에있는 불꺼진 주택 대문을 열고 들어갔고 남자아이는 뒤돌아서 나를 째려보면서 문을 닫았음

그러자 주변이 소리하나 없이 고요해지더라 안에 들어간 모자가 집 문을 열고 들어가는 소리도 걸어가는 소리도 더이상 안나고 지금 움직이면 걸릴 거 같아서 대문에 몸을 감출만한 공간이 조금 있길래 거기에 딱 붙어서 숨었고 그 형체가 지나가길 기다렸거든

조금 기다리니까 그 형체가 느릿느릿하게 지나가더라고 가로등 불빛에 생긴 그림자가 지나가는 거 보고 바로 뛰어서 골목을 벗어났음

벗어나니까 환한 세탁소 불빛이 보여서 조금 안심함

그러다 한번 더 좌우로 살펴보고 아무도 없는 거 확인한 뒤에 곧바로 달려서 집까지 도착했음

집에 와서 방금 있었던 일을 천천히 떠올려보니까 조금 이상한 점이 있더라고 그때는 편의점 같은 것도 없었고 근처에 마트도 없어서 학교 근처 장터에서 장본거라면 거긴 8시인가 9시면 바로 문닫아버려서 캄캄한데 그 늦은시간에 장을 보고 돌아왔다는 게 이상했음

내가 좀 촌같은 지방에 사는데 그때 9시 이후면 대부분 불 다 꺼지고 문 닫아서 어디서 쉬다 올만한 장소도 없었거든
근데 밤 10시 넘은 시간에 어린 남자아이를 데리고 돌아다니는게 것도 문도 다 닫아서 장도 못보는 시간에 어디서 장을 보고 돌아온건지 이상했음

그리고 아주머니랑 남자아이가 무표정에 입 꾹 다물고 있었는데 얼굴에 파란빛이 감돌았던게 인상 깊었음
어두운데 얼굴은 퍼렇게 빛나더라고

그 모자가 들어갔던 주택도 가만 생각해보니 내 친구가 사는 집인거야. 친구랑 나랑 반이 다른데 반이 있는 층이 달라서 자연스럽게 못본지 꽤 됐거든. 암튼 그 친구네 집인게 생각나서 나중에 알아보니까
친구는 외동이라 남자 형제가 없고 가족들도 일찍 잠들어서 밤 10시면 다 자고 있었을 시간이래. 대문 빗장도 걸어 놓는데 어떻게 문이 열리냐고 하더라

난 그날 어떻게보면 나를 구해준 그 남자아이한테 고맙다고 인사하고 싶었는데 누군지도 어디 사는지도 모르니까 지금도 그날 일을 떠올릴때면 무서우면서도 한편으론 날 구해줘서 감사한 마음으로 살고있음
딱 맞춰서 나타나준게 신기하더라

그 검은 형체는 대체 뭐였는지 모르겠음

내 눈앞까지 다가왔을때 가로등 불빛 아래라 얼굴이 보여야하는데 얼굴도 없고 전신이 다 까맸고
그 형체가 양손에 들고있던 검은 덩어리도 뭐였는지 모르겠음
묵직한 무언갈 들고있길래 검은 봉지인가 했는데 봉지라면 흔들렸겠지 그건 안움직였거든
  • tory_1 2023.04.22 07:24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3/07/27 10:24:11)
  • tory_2 2023.04.22 11:17
    진짜 뭐였을까 그 모자가 예전에 살았던건가.. 허허
  • tory_3 2023.04.23 03:27
    으앙 무서워......뭐였을까 그 사람들..
  • tory_4 2023.04.23 17:10
    최근에 무서운 이야기에서 들은건데 귀신보는 사람들 중에 귀신이 티비에 푸른 빛 쏴서 연출하는 것처럼 실제로도 퍼렇게 보이는 경우도 있다던데.
  • tory_5 2023.04.23 23:22
    늦은 밤시간에 낯선 길로 가는 거 위험하다...
  • tory_6 2023.04.24 17:22

    무서워ㅠㅠㅠ

  • tory_7 2023.04.26 00:50
    무섭다
  • tory_8 2023.04.26 10:35
    얼굴이 파랬다니까 도깨비인가싶다
  • tory_9 2023.05.02 14:22
    헉ㅜㅠ그래도 별 일 없었어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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