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되게 어렸을 때 이야기야.
아마 5~6살정도였을껄?
명절에 친척언니오빠들이랑 모여서 자주 공포영화를 보거나 게임을 했는데
공포영화를 볼 땐 무서워서 혼자 이불 뒤집어쓰고 있다가 잠들고 그랬어.
나는 막내였고 다들 초등학교 고학년 쯤 될 정도로 나이 차이가 좀 있었거든.
뭐 여튼, 비디오가게에서 빌려온 '폰' 이란 영화를 보기로 했었어.
어른들은 다들 장보러 나가계셨고, 우리끼리 방문닫고 불끄고 딱 공포영화 보기 좋은 분위기를 조성했지.
그 당시에 비디오를 넣으면 그 저작권에 대한 이야기하는 영상있지?
정확하게 기억 안 나지만 그 날아다니는 비디오 모양 캐릭터 나오고 어길 시 징역 몇 년! 이런거 도장 찍히고ㅋㅋ
보통 그게 먼저 나오고 영화가 시작하잖아?
딱 그게 지나니까 아무래도 공포영화다보니 다들 좀 긴장하고 집중한 상태로 화면을 쳐다봤어.
근데 까만 화면에 하얀 글씨로
지금 걸려오는 전화를 받지 마시오.
라고 뜨더라고?
당시엔 다들 폰이면 전화에 관한 공포영화니까 원래 저런 문구가 있는건가? 생각 했던 것 같아.
근데 마침 바로 티비 옆에 집전화가 울리는거야.
그러니까 다들 조금 놀란 채로 서로 얼굴만 쳐다봤지.
눈치보면서 누구 한 명이 대표로 좀 받아봐라 하는 느낌.
다들 아무 말 없던 상태에서 내가 "나 무서워" 라고 하니까
갑자기 시선이 막내인 나로 꽂히더니
나를 막 발로 밀면서 나보고 받으라는거야! (이 사람들이..)
"톨아~ 무서운거아니야~ 엄마한테 전화온거야 받아봐!" 하면서;;
나는 억지로 전화 앞까지 밀려났는데
막 울면서 무섭다고 전화 받기 싫다고 했어.
마침 전화가 딱 끊기고 화면이 바뀌면서 영화가 시작되는데
바로 또 이어서 전화가 오는거야.
뭔가 전화 받지말라는 글자가 써진 화면이 없으니까 갑자기 무서운 분위기도 사라져서 그냥 내가 받았지.
외삼촌이더라고? 장 다 봤는데 너네 배고프면 치킨 사갈까? 라고 하셨어..(이 내용이 아직도 기억나네)
그러고 우린 뭐 좋다하고 언니오빠들이 혹시 방금 전 전화도 외삼촌이 한거냐고 물어보라해서 물어보니까
외삼촌은 응? 아니? 하시는거야.
혹시나 내가 어리니까 삼촌이 말을 잘못 알아들은건가 해서 막 언니오빠들이 전화 뺏어서 직접 몇 번이나 확인했어.
방금 전에 전화 안거셨어요? 저희안받아서 다시 거신거아니에요? 이런식으로.
그러고 전화 끊자마자 제일 큰 오빠가 아까 그거 뭐야? 다시 한번 확인해볼까? 하면서 비디오를 감았어.
비디오를 감고 저작권 내용도 지났는데 그 검은 화면이 안 나오더라고.
몇 번을 확인했는데도 안 나와서 다들.. 뭐지 하고 벙찐 상태로
그냥 계속 영화를 이어봤던 기억이 나네..
언니한테 예전에 이런 일 있던거 기억나? 하니까 어!!! 기억나!! 이러더라고.
말하기 전엔 까먹고 있다가 내가 말하니까 기억이 난다네..
그걸 어떻게 까먹는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