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톨은 지금 25살
초등학교 5학년때 학원을 다녔어. 국영수사과를 다 가르치는 종합학원
근데 그런 쌤들 있잖아. 유독 목소리가 작고 자신감이 없어서 애들이 무시하고 수업시간 때 떠들게 되는
우리 학원 과학선생님이 딱 그런 선생님이었어
당시 30대 중반정도였고 작은 덩치+의기소침해서 아무도 그 선생님 수업시간에 집중하지 않았음
근데 나톨은 굉장히 소심하고 친구가 없었기 때문에 그냥저냥 앞자리에서 선생님이랑 아이컨택하고 수업시간에 집중해서 듣는 편이었어.
그래서 그 선생님도 나를 유독 더 챙겨줬었음
시간이 지나고 6학년 올라 갈 때쯤 그 학원을 그만두게됐고 그 선생님도 기억에서 사라져갔지
그리고 중학교 2학년 여름방학때 친구 2명이랑 영화관 오락실로 놀러갔어
나톨 고향지역이 작은 소도시여서 도시 전체에 영화관이 하나뿐이었음. 아무튼 친구들이랑 왁자지껄 오락하고 놀고있는데 갑자기 내 등을 누가 두드리는거야
뒤를 돌아봤는데 초등학교때 과학선생님인거
나도 오랜만에 보는거니까 그냥저냥 반갑게 인사하고 안부묻고 다시 친구들이랑 오락을 했지
근데 그 선생님이 몇년동안 무슨일이 있었는진 모르겠지만 행색이 굉장히 남루해졌다는 느낌을 받았었어. 이전에는 의기소침하긴 했지만 깔끔했던 것 같은데, 면도도 잘 안되어있고 옷도 남루하고 눈빛도 쾡하고
아무튼 별 신경 안쓰고 이리저리 친구들이랑 자리를 옮겨가며 오락을 하는데 다 같이 이상한 느낌을 받음
계속 그 선생님이 내 뒤를 2미터정도의 가까운 간격으로 따라다니는거야. 친구들까지 느낄정도로
순간 소름이 돋아서 친구들이랑 여자화장실에 들어감
미친거 아니야? 왜 따라다녀? 바로 튀자 등등의 이야기를 하고 나왔는데 아니나다를까 화장실 근처에서 또 그 선생이 왔다갔다 거리고 있는거;
친구들이랑 눈마주치면서 직감적으로 정상이 아니다 느꼇고 그 선생이 다른곳을 보는 틈을 타서 냅따 뛰어 영화관을 나왔어.
그리고 영화관 문이 멀찍이 보일정도의 거리에서, 친구들이랑 차에 몸을 숨겨서 영화관 문을 지켜봤는데
우리가 나온걸 눈치챘는지 그 선생도 나오더니 두리번두리번 영화관 근처에서 우리를 찾는거야
현실 소름이 돋으면서 바로 집으로 도망쳐왔어.
그 후로 그 선생을 우연히 만나거나 하지는 않았었고 당시 같이있던 친구들 만나면 “그 미친놈 소름돋았었지 ㅋㅋ” 하는정도가 되었음
근데 작년, 그러니까 24살 여름에 잠깐 본가에 내려가는 날
어머니가 케익을 좋아하셔서
터미널 파리바게트에서 케익을 사고 나오는데
마치 내가 나오는걸 기다렸다는 듯이 문 앞에 행색이 되게 남루한;;;; 중년남자가 서있는거야
나는 뭐야.. 하면서 그냥 지나치려고 하는데 갑자기 뒤에서 “저기!” 하면서 날 부르는거
그래서 기분나쁜 표정으로 뒤를 돌아봤는데
아직도 생각나 되게 불쾌한 눈빛으로 쳐다보던거
“ㅇㅇㅇ .. 맞죠?” (나톨 이름 석자 하나도 틀리지 않고 이야기함)
진짜 그 순간에 위에 쓴 모든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는거야
그리고 바로 내가 “아닌데요?” 하고 택시승강장까지 엄청 빨리 걸어감. 걸어가는동안 뒤에서 “어? 어?” 하는소리 들림
근데 나톨이 쌍수도 하고 화장이나 스타일이 진짜 엄청많이 변해서 왠만하면 잘 못알아봐
근데 그걸 바로 알아본게 소름이고
그 퀭한 눈빛이랑 남루한 행색..
시골도시 터미널 근처가 밤에 진짜 어둡고 스산한데
거기서 그 사람을 마주쳤을때의 공포가 생생함
아직도 궁금해 그 선생님은 나랑 대체 무슨얘길 하고싶었던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