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은 좀비가 나오는 영화를 좋아했다.
부모님은 어린아이가 이런 끔찍하고 잔인한 영화를 봐선 안 된다며 그를 몇 번이고 타일렀지만 그의 좀비 사랑을 막을 수 없었다.
폴의 좀비 사랑은 유별났다. 또래 친구들은 크리스마스 선물로 장난감을 달라고 말할 때 폴은 실제로 좀비를 보고 싶다고 말할 정도였다.
"폴, 산타클로스한테 그런 소원을 비는 어린이는 너밖에 없을 거란다."
"그렇지만 좀비는 정말 멋진 걸요!"
하지만 산타가 폴의 소원을 들어줬을 때, 폴은 자신이 얼마나 끔찍한 소원을 빌었는지 알 수 있었다.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 아버지가 내일이 크리스마스인데 그만 케이크 사오는 걸 깜빡했다고 말했다. 얼른 시내에 있는 케이크 가게로 가서 폴이 가장 좋아하는 초코 케이크를 사오겠다고 했다. 그 얘기를 들은 어머니도 같이 나가겠다고 했다. 폴도 따라나가려고 했지만 부모님은 거절했다. 빠르게 갔다올 테니 집에서 기다리라고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부모님은 돌아오지 않았다.
폴은 부모님이 언제 돌아올까 창문 너머만 하염없이 바라봤다. 마침내 창문 너머로 부모님의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폴은 놀라서 비명을 지를 뻔했다. 그들의 몸은 상처투성이였고, 얼굴이 흉측하게 파여있었다. 영화에서 본 좀비와 똑같은 모습이었다.
폴은 급하게 부모님 방으로 들어가서 방문을 잠그고 침대에 몸을 숨겼다.
산타 할아버지. 소원을 취소하고 싶어요. 평생 선물을 안 받아도 되니까 제발 제 소원을 다시 들어주세요! 부모님이 좀비가 될 줄은 몰랐어요!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저벅, 저벅 발소리가 났다. 그때 아버지가 집에 부모님이 없을 때 위험한 일이 생긴다면 경찰에 신고하고 이 서랍을 열어보라고 말했던 게 생각났다. 폴은 급하게 침대에서 빠져나와 서랍 문을 당겼다. 거기엔 권총이 하나 들어있었다.
지금은 정말 위급 상황이었다. 하지만 폴은 좀비라고 해도 사랑하는 부모님을 쏠 순 없었다. 그렇다고 자신이 좀비가 되고 싶지도 않았다.
결국 폴이 할 수 있는 거라곤 자신의 머리에 총구를 겨누는 것 뿐이었다. 탕- 흐려지는 의식 속에서 부모님의 대화 소리가 들렸다.
"벌써 폭죽을 터뜨리면 어떡해. 서프라이즈를 망칠 뻔했잖아."
"자기야. 진정해. 아직 우리 왕자님은 나와보지 않아서 모를 거라구. 잠깐, 그보다 나 폭죽 안 터뜨렸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