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그 일 이후로 한 번도 부모님께 장난을 친 적이 없다. I never pranked my parents again after the incident.> 

https://redd.it/5xprxr



원 작성자의 허락을 맡고 번역해서 가져오는 글! 불펌 방지를 위해 덧글로 옮길게 ^ㅇ^ 
  • W 2018.04.07 01:43
    그 일이 일어났을 때 나는 11살이었다.


    어린아이였어도, 그 후 일어난 일들을 겪으며 뭔가 잘못되었다는 사실은 알았다.

    부모님은 단 한번도 그 이야기를 다시 꺼내지 않았지만, 항상 그 일은 내게서 떠나지 않았다.

    내가 구태여 떠올리지 않으려고 애쓴 기억이라고는 말하지 않겠다.

    그 기억은 항상 내 마음속 한 구석에서 머물렀으니까. 제대로 긁지 않으면 사라지지 않는 간지러움처럼.


    성인이 되고 나서야 무슨 일이 일어날 뻔한 것인지 서서히 깨닫게 되었고, 그 선명한 기억들이 다시 슬금슬금 기어들어왔다.

    지난 몇 년 동안 나는 수없이 옛날에 살았던 집을 인터넷으로 찾아보았지만 여전히 그 집이 그 자리에 있다는 것만 알게 되었을 뿐이었다.

    겉모양은 그 때와 똑같았고 겉모양을 봐서는 우리가 황급히 쫓겨난 후로 그 누구도 들이지 않은 것 같았다.


    모든 것이 기억난다.

    하지만 살갗에 와 닿는 끔찍한 공포심 덕분에 대부분의 호기심은 억눌려 있었다.

    부모님은 돌아가셨고 더 이상은 부모님의 대답을 들을 수 없지만,

    우리 모두가, 특히 엄마가 겪었던 일을 생각하면 그것이 최선인 듯하다.

    지금은 나 뿐이다.

    그래, 어쩌면 그 당시 조사했던 경찰관은 아직 살아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절대 그 곳에 돌아가지 않을 것이고 그 사람도 나를 두 번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까, 내가 말한 것처럼, 나… 그리고 여러분 뿐이다.

    마음 깊은 곳에선 벌써 이 일의 끝을 볼 수는 없을 거라는 판단을 내렸지만,

    혹시 누군가가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알아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 글을 적는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른대도 좋다.

    적어도 여러분은 내 이야기를, 그리고 이 일 이후로 내가 부모님께 절대 장난을 치지 않았는지를 알게 될 테니까.
  • W 2018.04.07 01:44
    부모님은 매일같이 열띤 말다툼을 하며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아빠가 그 즈음 직장을 잃었다는 것은 별 영향을 끼치지 못했고,

    엄마는 어느 날 우리 가족이 루마니아로 이사갈 거라는 말을 꺼냈다.

    나는 루마니아가 무엇인지조차 알지 못했지만 다른 곳으로 이사 가고 싶지 않았다.

    친구들을 이 곳에 내버려 두고 새로운 곳에서 아는 사람 하나 없이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사실이 싫었다.

    그런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극도로 초조하고 불안했다.


    엄마는 그 곳에서 엄마가 현지 조사를 해야 한다는 것을 설명했다. 영화 제작이었던가, 그런 관련된 일이었다.

    나는 엄마에게 얼마나 오래 그 곳에서 지내야 하는지 물었지만 엄마는 대답을 하지 못했다. (안 한 걸지도 모른다.)

    아빠도 그 사실에 화를 냈지만, 아빠는 다만 엄마에게 모든 것을 의존해야 한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였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루마니아의 작은 마을로 이사했다.

    그 당시 크고 화려한 도시에 적응되어 있던 나의 눈에는 새 동네는  

    맞아, 난 참 버르장머리 없는 꼬마였단 건 인정하지만, 모든 상황이 다 최악이었다. 집안 상황이 제일 나빴다.

    부모님 사이는 여전했고, 혼자 있는 시간에는 할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제대로 영어를 할 줄 몰랐기에 학교 생활은 끔찍했다.

    내가 금방 내가 왔던 곳으로 돌아갈 거라고 생각했던지 선생님들도 내게 큰 신경을 쓰지 않았다.


    결국 울며 도와달라고 전화하는 그런 전형적인 형태로 끝나게 될지 몰라도,

    나는 내가 할 만한 일은 가출하는 것밖엔 없다고 생각했다.

    부모님이 내게 신경쓰게 할 유일한 방법이었다.

    나는 생각했다.

    봐, 어쩌면 부모님이 내 기분이 지금 어떤지 알아차리고 다시 우리 나라로 돌아가게 될 수도 있잖아.

    나는 어떻게 이 일을 실행할 것인지, 그리고 내가 얼마나 영리한지에 대해 생각하며 이틀을 보냈다.

    당연하게도 '실제로' 가출을 감행해서 모든 고행을 겪고 싶지는 않았으므로,

    나는 가출한 '척'만 제대로 할 생각이었다.
  • W 2018.04.07 01:45
    @W
    왠지는 몰라도 전에 살던 사람들이 남겨두고 간 물건들로 가득한 오래된 다락이 있었다.

    그 사람들이 이사간 곳이 어딘진 몰라도 쓰잘데기 없는 물건들이 너무 많아 두고 간 것 같았다.

    엄마는 내가 다락에 올라가지 못하게 했다.

    다락은 너무 습하고 먼지도 많고, 내 조그만 손보다도 큰 쥐나 수많은 벌레들로 가득할 거라는 이유였다.

    엄마 말대로, 다락은 한동안 청소를 안 한 듯하기는 했다.


    엄마 몰래 다락을 탐험하던 어느 날, 나는 작고 까만 옷장을 발견했다.

    아니, 옷장이 아니라 상자 같은 거였나?

    정확히 기억할 수는 없지만, 숨기에 완벽한 장소를 찾아냈다는 사실엔 변함이 없었다.

    그 후 이틀 동안 나는 가방에 숨겨 놓았던 간식거리와 감자칩, 탄산음료 두어 병을 가져왔다.

    이 '계획'의 나머지는 부모님이 미끼를 무느냐 물지 않느냐에 달려 있었다.


    내 침실은 일 층에 있었다.

    나는 창문을 열어 놓고, 침대 시트를 엉성하게 묶어 만든 밧줄을 창문 밖으로 내던져 걸쳤다.

    나를 찾던 중, 부모님은 내 가방과 부츠와 가장 두터운 옷들이 사라진 걸 보고 내가 정말로 가출했다고 생각할 터였다.

    실은 부모님 위에 숨어 있는 중일 테지만.


    모든 경우의 수를 꼼꼼하게 생각하고 대비했다고는 말 못 하겠지만, 중요한 것 몇 가지는 이미 대책을 갖춘 후였다.

    화장실에 가고 싶으면, 그냥 다락 구석에서 일을 보기로 했다.

    오래된 다락에서 나는 이상한 냄새에 오줌 냄새가 섞여도 구분하기 어려울 것이었다.

    당연하게도, 그 나이의 나는 수사 드라마 같은 것에서 배운 것들에 의존하고 있었던 만큼,

    탐지견들이 내 체취를 추적해 나를 찾아내는 시나리오도 머릿속에 떠올랐다.

    다행스럽게도 내 '무모한 장난'을 실행하기 일주일 전, 학교에서 직업 강연이 있었다.

    동네 경찰서에서 오신 한 여자분이 예산 삭감과 다른 문제 때문에 경찰서에는 경찰견이 없고,

    적어도 당장 구해 올 만한 형편은 되지 못 한다는 얘기를 했었다.
  • W 2018.04.07 01:45
    @W
    나는 한밤중에 일어나 모든 것을 실행에 옮겼다.

    침실을 꾸며 놓은 다음, 나는 천천히 조심스럽게 위층에 올라가 숨었다.

    이제 모든 것은 준비되어 있었고, 나는 기다리기만 하면 되었다.

    다만 내가 얼마나 오래 기다릴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지만.

    어쩌면 너무 금방 지겨워질지도 몰랐고, 내 (유치한) 식량의 양으로 봐서는 하루나 겨우 버틸 정도였다.

    게다가 그 계획을 실행하자마자 금방 내가 어디 숨어 있는지 들킬 거라는 예상이 어느 정도 들기도 했다.

    나는 금방 잠들었고, 이른 아침 부모님의 목소리에 일어났다.


    부모님은 집 안팎을 뒤지며 나를 찾고 내 이름을 외쳐 부르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렇게 나쁘지 않았지만, 부모님의 목소리는 점점 커졌고, 화난 듯했고, 마침내 절망적으로 바뀌었다.

    엄마 목소리가 갈라지기 시작하자 기분이 끔찍했다.

    그리고 동시에 깨달았다. 부모님이 나를 찾아내게 되면 정말로 심하게 혼나겠구나.

    그래서 나는 그 자리에 가만히 숨어 있기로 마음을 먹었다.


    나를 샅샅이 찾아 뒤지던 부모님은 허둥지둥 집을 나섰다.

    옆집에다가도 나를 본 일이 있냐고 묻다가 문득 최선의 방법은 경찰에 신고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모양이었다.

    나는 이 기회를 틈타 화장실에 다녀왔고 소리를 죽이려 구태여 애쓰지 않으며 주린 배를 채웠다.

    그리고 다락 창문 바깥을 슬쩍 내다봤는데, 어느 할머니가 밖에서 얘기를 하며 우리 집을 가리키는 모습과,

    점점 많은 사람들이 집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주변을 살피기 시작하는 것을 발견했다.

    내가 무슨 일을 한 거야?

    심각한 계산 착오였다.

    동시에 매 순간마다 수치심과 나를 기다리고 있을 꾸지람에 대한 두려움이 자라났다.
  • W 2018.04.07 01:45
    @W
    가까이서 사이렌이 들리자 나는 재빨리 비밀 장소로 숨어들었다.

    그 동안 나는 여기서 나도 모르게 잠들었다는 시늉을 하거나,

    누군가가 나를 납치하려고 했는데 모종의 이유로 나를 그냥 다락에 가둬 놨다는 이야기를 꾸며 낼까도 생각해 보았다.

    나는 경찰이 다락에 있는 나를 찾아낼 것을 기다리며 (지금 생각해보면 유치한) 수많은 시나리오를 떠올렸다.

    하지만 경찰은 나를 찾지 않았다.


    경찰은 다락방에 올라오기는 했지만, 금방 다시 나갔다.

    바깥은 소란스러웠고 사람들이 우리 집의 모든 방에 있는 것 같았다.

    밖에서 커다란 소리가 들렸고 나는 누군가가 확성기로 얘기하는 중일 거라고 생각했다.

    나는 다시 한 번 숨어 있던 곳에서 나와 조심스럽게 창 밖을 내다보았다.


    경찰차 두 대 옆에는 스무 명 넘는 사람들이 서성이고 있었고, 다 경찰은 아니었다.

    확성기를 든 남자가 무슨 말을 하는지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사람들이 일렬로 서서 발을 맞춰 걸어가는 걸로 보아 우리집 근처에 있는 숲을 뒤지려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상황이 그렇게까지 심각해질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지만, 납득이 가는 생각이었다.

    사람들이 향하고 있는 숲 언저리조차 창문으로 보일 정도였다.


    아빠가 엄마를 진정시키려는 소리로 부모님은 집에 남아 계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앞에서 이미 몇 번 말한 것 같지만, 내 기분은 끔찍했다.

    아래층에 내려가 부모님을 껴안고 죄송하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동시에 그 여파가 무지막지하게 두려웠다.

    결국 경찰까지 끌어들여 부모님과 내가 곤란하게 되었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나는 거의 창문에 못박힌 듯이 달라붙어, 숨어 있는 곳에서 나오지 않기로 했다.

    누구라도 좋으니 나를 찾아내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내 실수를 스스로 수습하기엔 나는 너무나도 철부지였다.

    그 당시의 나는 겨우 열한 살이었지만 내가 잘못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다만 그 일에 대처하기에는 내 용기가 충분치 못했다.
  • W 2018.04.07 01:45
    @W
    몇 시간이 지났고, 밤이 찾아왔고, 앰뷸런스가 우리 집 바로 옆에 멈춰섰다.

    처음에는 난 다친 곳이 없는데 왜 누가 앰뷸런스를 부른 걸까에 대해 의문했다.

    하지만 앰뷸런스에서 남자 세 명이 바퀴 달린 들것을 가지고 나와 숲으로 달려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숲에서 수많은 손전등 불빛이 나오는 게 보였다.

    나를 찾는 일이 끝난 모양이었다.


    곧바로 나는 누군가가 나를 찾던 중 다쳤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다시 공포에 빠지기 시작했다.

    얼마나 심각하게 다친 걸까? 누군가 나 때문에 죽었으면 어떡하지?

    귀가 멍했고 심장이 얼마나 빨리 뛰었던지 금방이라도 기절할 것만 같았다.

    사람들이 돌아오는 것을 기다리는 것은 끔찍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아주 천천히 이 쪽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마치 우리 부모님의 얼굴을 마주하는 순간이 겁난다는 듯이.

    하지만 사람들이 그 긴 수색 끝에도 나를 찾지 못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그럴만 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래서가 아니었다.


    제일 먼저 돌아온 것은 구급대원들이었고, 그들이 들고 있던 들것을 보자 나는 거의 다리에 힘이 풀릴 뻔 했다.

    들것 위에는 누군가가 실려 있었지만 머리 끝까지 천이 덮여 있었다.

    사람이 죽었다는 것, 아마 내 멍청한 장난 때문에 죽게 되었을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자 나는 울기 시작했다.

    현관문이 열리고 엄마가 구급대원들에게로 뛰쳐나가고, 아빠가 엄마를 붙잡으려 하며 재빨리 그 뒤를 쫓아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아까 스피커로 사람들에게 지시했던 그 남자 경찰관이, 엄마가 응급대원들에게 막 다다르기 전 엄마를 붙잡았다.

    짧은 대화가 빠르게 오갔고, 경찰관이 응급대원들에게로 몸을 돌리자 그들 중 한 명이 시신을 덮고 있던 천을 들췄다.

    내가 있는 곳에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그 순간 내 몸에서 모든 정신이 빠져나가는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그런 고통스러운 비명소리를 들은 것은 그 때가 처음이자 다행스럽게도 마지막이었다.

    내가 저질렀을 무언가, 일어났을 무언가가 엄마에게 말로는 표현할 수 없을 상처를 남겼을 사실을 생각하니 마음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것 같았다.

    그 당시 내 머릿속에서 무슨 생각이 혼란스럽게 뒤섞였는지는 정확히 말할 수는 없다.

    다만 이 무언가는 엄마가 (그 어떤 어머니라도) 절대 극복할 수 없는 아픔이라는 것만 깨달았을 뿐이었다.

    그리고 내가 바로 이 일의 원인이라는 사실에 말할 수 없이 침통한 기분이 들었다.

    오늘날까지도 그 때의 나 자신을 용서할 수가 없다.
  • W 2018.04.07 01:46
    @W
    엄마는 비명을 지르며 흐느꼈고, 아빠와 경찰관은 엄마를 집 안으로 다시 데려왔다.

    그 때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에게 나는 괜찮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었고, 엄마에게 죄송하다고 말하고 엄마의 울음을 멈추고 싶었다.

    설령 그 뒷감당이 내겐 너무 벅차다 하더라도 엄마가 지금 겪고 있을 고통은 짐작할 수조차 없었다.

    나는 계단을 뛰어내려갔다.

    내 몸이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것 같았다.

    그리고 엄마와 경찰관과 아빠가 집 안에 들어서는 마침 복도에 서 있는 나를 보았다.


    나는 "엄마!" 하고 불렀고, 찰나 모든 것이 잠시 멈춘 것처럼 고요했다.

    그러다 엄마가 내게 달려와 바닥에 주저앉으며 나를 꼭 끌어안았다.

    엄마는 여전히 울고 있었지만, 아까와는 다른 울음소리였다.

    한순간 나는 엄마가 정말로 나를 다시는 놓지 않을 거라는, 

    그리고 엄마의 그런 모습을 다시는 볼 수 없어도 정말로 괜찮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아빠와 경찰관의 얼굴을 쳐다보는 게 두려웠지만,

    엄마의 품에 안겨 있으면 당장 혼나지는 않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나는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두 사람은 화나 있지도, 심지어 안도하는 것 같지도 않았다.

    놀라고 두려운 듯한 얼굴이었다.

    아빠 또한 주저앉으며 입으로 손을 막았고, 경찰관은 잠시 비틀거리는 듯하다 현관 근처의 책상을 붙잡았다.
  • W 2018.04.07 01:47
    @W
    "왜 쌍둥이가 있다고 말씀하지 않으셨어요?"

    경찰관이 물었다.


    아빠는 여전히 내게서 눈을 떼지 못한 채 경찰에게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쌍둥이는 없어요."

    아빠가 대답했다.


    나를 주의깊게 쳐다보던 경찰관이 곧바로 아빠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뭐라고요?"


    "쌍둥이가 없다고요."

    아빠가 말했다.

    "저… 아이 뿐이에요. 우리 아들. 저 아이예요."

    아빠는 힘없이 나를 가리켰다.


    "하지만… 밖에서… 보셨잖아요…,"


    "알아요…,"


    "저 애는… 심지어 옷까지 똑같고…,"


    "알아요 하지만 젠장, 모른다고요!"


    "아니에요."

    엄마가 끼어들었다.


    "아니에요, 이 애가 우리 아가예요. 이 애가 우리 아들이에요. 우리 애는 멀쩡해요."

    엄마가 품에 나를 꼭 껴안은 채로 말했다.


    "우리 애는 멀쩡해요."


    다들 평정을 찾으려 애쓰는 사이 잠시 정적이 흘렀다.


    "만약 거짓말하시는 거라면…"


    "이게 장난 같아 보입니까?"

    나와 엄마를 가리키며 아빠가 금방이라도 눈물을 터뜨릴 것 같은 얼굴로 말했다.


    경찰은 다시 한 번 우리를 쳐다보았고 그의 눈동자에서는 슬픔과 연민이 엿보였다.

    그는 수없이 많은 사건을 겪었겠지만 진실과 연기를 구분하는 것은 방금 처음으로 배웠을 터였다.

    경찰관은 루마니아어로 뭔가를 중얼거리며 성호를 긋는 동시에 눈썹에 맺힌 땀을 훔쳐냈다.


    "내일 아침, 가세요. 제가 공항으로 데려다 드리겠습니다."


    아빠가 무슨 말을 하려던 차에 엄마가 경찰관의 지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뭐 하는… 뭘 어떻게 하려는…"

    스스로 떠올린 무언가에 구역질이 나는지 아빠가 숨통이 옥죄인 듯한 목소리로 물었다.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하지만 여러분은, 여러분은 절대 다시 돌아오지 마세요. 

    그 누구에게도 이 이야기를 털어놓아서는 안 됩니다. 절대로."
  • W 2018.04.07 01:47
    @W
    그리고 우리는 그의 말에 따랐다.

    경찰관은 그 다음날 이른 아침 창문이 선팅된 커다란 밴에 우리를 태웠고,

    공항으로 가는 내내 차 안에서는 침묵만이 감돌았다.

    도착하고 나서 엄마는 경찰관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넸지만 경찰관은 아무런 대꾸 없이 황급히 마을로 돌아갔고,

    우리는 비행기 표를 산 다음 원래 살던 곳으로 돌아왔다.


    이 모든 일이 우리 가족을 다시 돈독하게 만들어 준 것은 사실이다.

    아빠는 돌아오자마자 얼마 지나지 않아 새 직장을 구했고, 부모님은 결국 화해했고 모든 일이 괜찮아졌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일들이었지만,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다시는 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을 것이었다.

    우리 가족은 다시 행복을 되찾았지만, 행복을 위해 치른 그 대가는 평생 잊어버리거나 이해할 수 없을 만큼 컸다.

    그리고 부모님 또한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그날 누군가가 죽었다. 

    그리고 그 누군가는 나와 똑같이 생겼었다.
  • tory_2 2018.04.07 01:52
    모여??? 누가죽은거야
  • tory_3 2018.04.07 02:01
    도플갱어라는 건가?
  • tory_3 2018.04.07 02:01
    도플갱어를 보면 흔히들 죽는다고 그러는데 그래서 빨리 떠나라는건가?

    그나저나 우리랑은 굉장히 뭐랄까 공포의 대상이 다르다고 그래야하나? 신기하네. 귀신 도깨비 몬스터 등등 다들 각자 나라에서 자기들에게 맞는 곳에 서식하고 있어서 그런걸까.아님 사람들의 상상력이 모여 어떤 존재들을 만들어내는걸꺼
  • tory_4 2018.04.07 05:19
    이해가 전혀안감ㅠ
  • tory_5 2018.04.07 08:31
    크 존잼 잘봤어 번역고마워 톨아!!! 이런류 괴담 짱좋아ㅠㅠㅠㅠ
  • tory_6 2018.04.07 09:16
    번역 고마워 잘 읽었어~^^
  • tory_7 2018.04.07 10:57
    헐 뭐야.. 똑같은 ㅇ얼굴에 똑같은 옷이라니.. 소름돋았어 뭔가 루마니아에 있는 게 장난친건가..
  • tory_20 2018.04.09 02:55

    나도 뭔가 악마나 악귀 같은게 장난친 거 아닐까 하면서 내려옴

    경찰이 성호를 그었다는 거 보니까... 


    근데 악마나 악귀가 나타나서 저 아이 흉내내서 죽은척 하는거라면 오히려 마을이 발칵 뒤집힐 수 있으니까 그냥 이 가족 조용히 빼돌리고 덮으려는 거 아닐까

  • tory_29 2018.04.14 19:17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2/03/12 11:02:54)
  • tory_8 2018.04.07 11:10

    재밌다!!!

  • tory_9 2018.04.08 02:13

    사실 죽은 애가 진짜 아들이고 다락에 숨어 있던 애가 스스로를 진짜라고 믿는 미지의 존재인거 같음...

  • tory_13 2018.04.08 06:21
    흥미로운 해석이다
  • tory_14 2018.04.08 10:49
    나도 이거 같아. 애시당초 다락방이라는건 없고 은밀한 공간에 숨어있던 초자연적 존재가 아이를 스물스물 베끼다가 자기가 진짜 아이라고 믿는데까지 도달했을때 숲속에 놀러갔던 진짜가 죽고(어쩌면 가짜가 조종했을수도 있고)아이를 잃었다는걸 인정하지 못하는 부모가 살아있는 쪽을 아이라고 믿는....
  • tory_19 2018.04.09 02:06
    @14

    헐...이건가... 톨 해석이 맞는거 같기도.... 레딧은 언제나 흥미로워..

  • tory_22 2018.04.09 10:26

    나도 이걸로 봤음

  • tory_10 2018.04.08 05:09
    뭘까.. 이유가 궁금하다
  • tory_11 2018.04.08 05:16
    뭐지? 그럼 숲에서 발견된 아이는 누구야?
  • tory_12 2018.04.08 05:59

    옷장에 있는 사이 똑같이 복제가 된 건가. ㄷㄷ

  • tory_15 2018.04.08 13:00

    숲속에 있던 어떤 미지의 존재가 아이의 감정이 혼란해진 틈을 타서 파고들기 위해 카피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그러다 뜻밖의 가출 자작 사건 때문에 사람들에게 들켜 실패를 했다든지 하는... 으으... 어떻게 해석해도 무섭다ㅠㅠㅠㅠ

  • tory_16 2018.04.08 18:41
    아 무서워ㅠㅠㅠ
  • tory_17 2018.04.08 19:58

    아 난 너무 썪었나봐 루마니아 경찰이 문제를 강제로 해결하기 위해서 비슷하게 생긴 닮은 어린애를 찾아서 죽인 건 줄 알았어 

  • tory_21 2018.04.09 10:25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인거같아..
  • tory_23 2018.04.09 12:17
    헐.. 이거면 소름이다..무서워
  • tory_27 2018.04.11 09:27
    아 톨 말 듣고 보니 그런 얘기인것 같다...근데 잠깐 언급된 검은 옷장은 뭘까??
  • tory_29 2018.04.14 19:15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2/03/12 11:02:54)
  • tory_18 2018.04.08 20:31
    이해가 안가ㅠㅠ
  • tory_24 2018.04.09 13:56
    나도 이해 안 가는데 무섭당ㅜㅜ
  • tory_25 2018.04.09 14:13

    누굴까..?

  • tory_26 2018.04.09 16:24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18/04/12 19:55:35)
  • tory_28 2018.04.13 05:40

    경찰이 다락방에 올라왔는데 '나'를 못찾은거 보면 '나'가 다락을 뛰쳐나가기전까진 영적인 존재였을까 ㄷㄷ

  • tory_30 2018.04.16 12:34

    헐 진짜 흥미롭다

  • tory_31 2018.04.21 18:52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0/06/25 18:51:38)
  • tory_32 2018.05.07 16:12

    아 무서워 엄청 소름끼쳤어;;; 위에 톨들의 추측도 대박쓰

  • tory_33 2021.02.16 04:21
    어쨌거나 해피엔딩일까..;
  • tory_34 2021.04.23 09:10
    헉 대체 뭘까 사실 옷장에 있던 애가 미지의 존재라는 해석 미쳤다,,, 진짜 다락방까지 올라왔었는데 못 찾은 거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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