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때는 몇년 전. 어느 서초동의 중앙지방법원 뒷골목 만두와 국수가 맛있는 분식점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으쓱한 금요일 저녁에 주말을 맞이하는 정갈한 마음으로 선배들과 밥을 퍼먹었습니다. 


그리고 2차로 술과 안주를 파는 가게에 가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다가 이런 이야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주색을 하지 않기 때문에 사이다만 마셨습니다. 


"여기서 가장 무서운 괴담을 하는 사람 1인에게 식대 면제" 

라는 주제로 이야기가 급류를 타기 시작했습니다. 


구석에서 얌전히 술을 퍼먹고 있던 선배 하나가 쓰윽 고개를 들어서 

"실제 범죄 이야기도 가능합니까?"

라고 서늘한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저희들은 그 선배가 최근 "강"자 들어가는 사건과 "사(死)"자 들어가는 사건을 많이 만져봤다는 소식을 익히 전해듣고 있었는데다가 

원래부터 그 곳은 "애기들은 보면 안돼!"라고 말하는 사건이 많아서 애기 인턴이 혼비백산 했다는 에피소드를 알고 있었는지라 

그 양반은 전력외 인원인 깍두기로 두고 판을 벌리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첫번째 이야기 



1. 선무당이 사람 잡은 이야기 


선배가 했던 이야기입니다. 


살아있는 사람의 배후에는 수호령이 있어서 위험한 일에 빠질 때마다 보호해준다는 이야기는 익히 들어 알고 있을 겁니다.


그런데 사람마다 추가로 따라 붙는 애들이 있어요. 


사람의 적성, 재능, 직업 등과 관련해서 지도해주는 지도령 


전생이나 과거에 베풀었던 은혜를 보답하기 위해서 따라오는 보은신 


보호신, 지도령을 도와주는 보조령 


그리고 해를 입히기 위해서 붙어 있는 척신 


그 외에도 여러명의 신령이 붙어 있어서 이를 "배후령단"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합니다. 


이 이야기는, 척신을 떼려다가 초가삼간을 불태워버린 이야기입니다. 


그 선배가 그 전에 다니던 회사는, 작은 규모로 1층에 자리잡고 있었는데, 공인중개사사무소였던 곳을 인도받아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사방이 유리인 사무실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통로 건너편에는 무슨 사무실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평일에는 사무원 오니상들이 자주 드나들었다고 합니다. 


선배로부터 들은 건물 1층 구조를 그려보면 대충 이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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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토요일 오후. 장마가 끝나지 않은 시기라 한낮인데도 불구하고 먹구름이 잔뜩 낀데다가 하염없이 비가 내리고 있어서 착 가라앉은 날씨였습니다. 

송무 벼노사 생활이 다 그렇듯이 그 선배는 주말에도 출근해서 열심히 일하고 있었습니다. 


보통 의뢰인 상담은 평일 근무시간에 이루어지지만 가끔 의뢰인이 간곡히 부탁하면 평일 퇴근시간 전후, 혹은 주말에도 상담이 잡히는 경우가 있는 법입니다. 


선배가 출근한 것도 주말에 어떻게 좀 안되겠느냐는 내담자의 부탁 때문이었습니다. 


어디든 벼노사 사무실에 찾아온 사람은 대부분 아주 갈급하고 어두워보이는 표정이 대부분입니다만, 그날 온 내담자 아재는 지금까지 그 선배가 본 내담자 중 제일 어두운 표정을 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양 손에는 사건 관련 기록을 담은 파일을 쇼핑백에 담아서 가득 들고 있었다고 합니다. 


보통 당장 도움이 필요하다. 개선이 필요하다.는 갈급함이 50%, 혹시나 실패하면 어쩌지? 하는 불안함이 50%이고 상황이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이 높을 수록 갈급해지고 가망이 없다고 생각할 수록 불안감과 우울함이 높아지는데 내담자 아재는 명백히 후자였습니다. 그리고 후자일 수록 수임률은 현격히 떨어지는 법인지라 


선배는 "흠.. 이번에도 가망 없겠구만" 이라고 생각했다고. 


내담자 아재가 풀어놓은 이야기는 이랬습니다. 


"변호사님은. 누군가에게 저주를 받은 적이 있습니까?" 라고요. 

처음 시작한 이야기는 벼노사라면 아주 많이 들어봤을 법한 교과서적인 이야기였습니다. 


결혼을 하고 작은 사업체를 경영하던 중 어느 여자를 만나서 사귀게 되었다. 

사실 그때는 결혼 생활에 환멸을 느끼고 있었을 때라 새로 만난 여자가 색다르고 재미있어서 푹 빠지게 되었다. 

결혼을 한 사실을 알려주지는 않았다. 거짓말은 치지 않았지만 일부러 대놓고 밝히지는 않았다. 


그래서 주말마다 서울 근교로 짧게 여행도 다니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이혼을 하고 재혼을 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본부인이 자신의 불륜을 알게 되고 사업자금을 조금 지원해주던 처가에서도 비난을 하기 시작하자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새로 사귄 여자와 헤어질 생각을 했다.

그런데 알고보니 그 여자가 임신을 했었다. 

누구 애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 여자는 당시 대학을 막 졸업하고 취업준비를 위해서 공부하는 학생이었으니 자기 외에도 누구와 놀아났는지 알게 뭐란 말인가. 


적당히 수술비를 주고 헤어지자고 했는데 헤어지려고 하지 않았다. 

그래서 자기와 대화했던 카톡 내역과 사진을 첨부해서 가족들에게 택배로 보내주었고, 추가로 학교나 아르바이트처에도 돌린다고 말했다. 

그래서 헤어졌는데 상심한 나머지 임신한 채로 자살했다. 

유서에는 자신에 대한 원망어린 말이 잔뜩 적혀 있었다... 


선배는 유서 사본을 대충 읽고 "상대방측 가족들이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나요?"라고 물어보았습니다.

그건 아니라고 합니다. 

그럼 누구와 송사로 얽히게 되었습니까? 라고 물어보니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보라고 합니다. 


그 여자가 죽은 뒤로 급격하게 사업 면에서도, 건강 면에서도 문제가 일어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갑자기 아무런 장애물이 없는 곳에서 넘어져서 뇌진탕으로 입원을 하고, 

계단을 내려갈 때 갑자기 어느 한쪽으로 휙 잡아당겨지는 느낌이 들어서 뼈가 부러지고,

멀쩡히 밟았던 브레이크가 움직이지 않아서 자동차 범퍼가 찌그러지고,  

분명히 2005라고 적어야 할 것을 2500으로 적어서 사업상 큰 실수가 발생하는 등 

평소라면 있을 수 없는 사건사고가 연이어 일어나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심지어는, 

밤에 무방비하게 자고 있는데 문득 가위눌리는 느낌과 함께 누워있는 자기 몸 주변을 도는 타박, 타박, 하는 발소리와 함께 

무언가 중얼중얼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며 밤새도록 돌아다니느라 잠을 못자서 온 몸이 아프고, 

무언가 강하게 찌부러뜨릴것처럼 온 몸을 짓눌러서 숨이 넘어갈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 여자는 생전에 고작 50킬로그램 초반대밖에 안되는 가녀린 여자였는데, 

어떻게 그런 장사같은 힘을 얻었는지 궁금해질 지경이었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인파 속에서도 산발이 된 그 여자의 모습을 문득 문득 보게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죽은 그 여자였다고 합니다. 



결국 참을 수 없어서 지인을 통해서 유명한 무당에게 찾아갔던 의뢰인.

무당으로부터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내용인 즉슨 


의뢰인이 예상한 대로 예전에 사귀었던 그 여자가 붙어 있는 것은 맞다고 합니다.

물론 원망하는 마음이 심해서 의뢰인을 미워하고, 저주하는 마음을 먹고 있지만 자기 실력으로 어떻게든 진정시켜서 좋은 곳으로 보내드릴 수 는 있다고 했습니다. 


"손님. 여자가 무서운건 맞는데요. 사실 그거보다 더 무서운게 있어요" 

바로 여자의 태내에 있는 아기라고. 


저에게 말을 했던 선배는 하필이면 민법을 비유로 설명했는데

민법 제3조 사람은 출생을 함으로써 인간으로서 권리능력을 취득할 수 있고, 판례상 출생은 태아가 모체로부터 전부 노출하였을 때를 기준으로 한다고 합니다. 

그것과 비슷하게 인간의 자아 개념도 출생 전후를 기준으로 좀 달라지는가 봅니다. 


엄마로부터 탯줄이 끊어질때 인간의 무의식은 내가 살아있는 존재이고, 나는 엄마와 다른 개체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데 

그런 경험이 없는 영혼은 

자기가 죽어있는지 살아있는지도 모르고 

내가 누구고 엄마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너를 미워하겠다" "너를 없애버리겠다"와 같은 구체적인 악의나 논리적인 생각이 아니라 

그냥 죽기 전에 그랬던 것처럼 "배고파" "추워" "안아줘" "엄마"라는, 악의도 아닌 단순한 고집만으로 

끊임없이 탯줄로 살아있는 사람을 묶어놓기 때문에 

굿도 안되고 주문도 안되고 기도문도 통하지 않는다나 


마치 갓 태어난 아기가 엄마팔에 꼭 매달리는 것처럼 본능적으로 매달려있는 것이기 때문에

인간의 이성으로 설득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합니다. 

특히, 피가 통하지 않은 제3자와 달리 이번 경우 처럼 혈연이 있는 사람에게 묶여 있는 경우는 더더욱 어렵다고. 


"손님. 손님이 지금 이곳저곳이 아픈 이유는 밧줄처럼 탯줄이 손님 몸을 꽁꽁 묶고 있기 때문이에요. 

이쯤 되면요. 사실 돌아가신 여성분도 아기가 억지로 묶어 놓고 있어서 좋은 곳으로 가지 못하고 질질 끌려다니고 있는 수준이에요" 


어떻게 안되겠냐며 넙죽 엎드렸지만 "무리. 못합니다."하고 복채도 받지 않고 내쫓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전국 방방곡곡의 온갖 점술사, 퇴마사, 무당, 스님 등 초자연적인 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만나고 다녔는데, 

영감이 없는 사람은 실실 웃으면서 터무니없는 거액의 돈을 요구하고 

조금이라도 영력이 있는 사람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서 말도 제대로 하지 않고 내쫓기에 급급했습니다. 

어느 여자는 자기 앞에서 구역질난다며 토하기까지 했다고. 


그렇게 몇개월간 수소문한 끝에 터무니없는 무당을 만났다고 합니다. 



..................음...

이야기가 길어졌는데 다음편에서



(출처: https://blog.naver.com/rainbow_eco/222218751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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