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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두절미하고 그냥 시작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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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이 있다.
"음.. 근데 그럼 우리 학교에는 귀신이 없는 거야?"
"있어. 알려줘?"
처음으로, 후배가 학교에 어떤 귀신이 있는지 입을 열기 시작했다. 어쩌면 자습실과 가까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나는 약간 긴장되기도 하고, 들뜨기 시작했다.
"응."
"잠깐, 위치를 생각해 보니까 거기가 언니 교실인가?"
"뭐?"
놀란 나는 되물었다.
아, 근데 내 교실이라고? 어.. 괜히 물어봤다. 젠장..
내가 매일 수업을 듣는 교실에 귀신이 나온다고? 나는 그 말에 더 이상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할 수가 없었다.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
아마도 나는 이때 후배와 눈을 마주친 상태로 5초 정도 멈춰 것 같은데, 그건 머릿 속에서 폭풍이 일어나느라 그랬다. 내 몸과 표정은 얼어있었지만 머릿속에서만큼은 나라는 사람이 절대 알 수 없는, 미지의 존재인 귀신에 대한 원초적 공포 같은 것이 스멀스멀 등뒤에서부터 차갑게 퍼지고 있었다. 나는 그 냉감에 얼어붙어버린 것이었을까.
"탕탕!!!!"
순간 둔탁한 막대기로 무언가를 내리치는 타격음에, 흠칫하며 그 소리의 진원지를 쳐다봤다. 등뒤에서 선생님이 나무 막대기로, 나무로 된 자습실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그만 떠들고 다들 자습해."
그 큰 소리에 졸던 애들은 일어났고, 서로 모여서 조용히 수다 떠들던 애들은 일제히 자기 자리로 돌아가 책을 폈다. 나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대화를 끊고 자리로 돌아갔다.
딱딱한 나무 의자를 끌어 자리에 앉았다. 쇠로 된 나무 다리에는 플라스틱이 덧대어져 있었지만 미약하게 드륵하고 끌리는 소리가 났다. 바람이 훤히 통하는 치마를 입고 나무 의자 위에 앉으니 폭하고 바람 꺼지는 소리가 났다. 그래, 나는 하루 종일 벙벙하게 떠있느라 차가웠던 치마가 엉덩이에 닿는 이 이질감이 싫다. 그래도 앉아야지. 공부를 하려 팔을 책상 위에 올렸다. 팔꿈치부터 문제지 밖까지 드러난 팔의 일부분이 열기라고는 없는 유리에 닿아 식어갔다. 싫든 좋든, 그 위에 힘을 주고 상체를 숙여 자리에 몸을 숨기자, 책상 위 유리가 나무 합판에 가까이 붙으면서 그 사이 낀 먼지들이 자자작거리는 소리를 냈다. 이게 어떤 소리냐, 울퉁불퉁한 시멘트 바닥 위에 유리잔을 놓고 손바닥으로 가볍게 힘을 주면 들을 수 있는 소리이다. 깨질 것 같은 유리 소리, 귀를 간질이는 ASMR과도 같은 얕은 소리이지만, 나는 강제로 이 자리에 '앉혀졌기' 때문에 항상 이 소리는 내 기분을 뒤집곤 했다. 마치 치과에서 듣는 드릴 소리처럼 말이다.
'잠깐, 위치를 생각해 보니까 거기가 언니 교실인가?'
후배의 말에 당연히 공부같은 건 될 리 없었다. 나는 집중하지 못하고, 졸다가 자습을 하는둥 마는둥 그냥.. 뭘 공부했는지도 모르는 채 기숙사로 들어갔다.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후배가 아닌, 동갑 친구와 같이 방을 쓰고 있었다. 이 룸메랑 일화가 하나 있다. 얘는 성격이 괴팍해서 친구든, 후배든 안 가리고 모두에게 시비 걸고, 센 척하곤 했는데, 내가 자기 룸메라고 해서 특별 대우를... 할 리가 있나, 오히려 가장 가까이 지내는, 가장 쉬운 시비털이였을 것이다. 그날도 별 이유도 없이 나를 자기 물건 훔쳐가는 도둑 취급을 하고, 아니라고 하는 내 행동이 말대답 같아서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로, 자기 아빠에게 나를 팰 테니 치료비, 합의금을 지불하라 했다고 이상한 소리를 늘어놓고 있었다.
수십 년 전에나 유행했을, '수업 끝나고 옥상으로 따라와.' 같은 소리를 요즘에도 늘어놓는 사람이 바로, 저 여자애였다.
뭐, 이 소리 하도 듣기 싫어서 나중에는 내가 먼저 선수쳤다.
"야, 네가 우리 아빠한테, 너 때릴 테니 아빠한테 합의금, 치료비 받으라고 했던 거 물었어?"
"엉, 맞기 전에 그게 확실한 건지 물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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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내가 쟤네 아빠가 마침 학교에 왔을 때 물었다.
"아저씨, xx이가 말하던데요. xx이가 저 때리면 아저씨가 치료비랑, 합의금 물어주기로 했다는거 진짜예요? 무서워 죽겠어요. 이거 학교폭력 아니예여?"
"하하하.. xx이가 룸메한테 장난이 심하네. 그러지 말라고 전해줄게. "
"아저씨가 해결 못하시면 선생님들한테 말할 거예요. "
" 그러지 마.. xx이가 장난이 심했던 걸 거야... "
아저씨는 당황했지만, 당황하지 않은 척 얘기하려 애쓰셨다. 자기 딸을 말리는 것보다, 내가 선생님들한테 말하는 게 더 빠를 것이라는 걸 알고 있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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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미친년이..."
"그럼 넌 왜 그렇게 말했어? 아빠까지 앞세운 거짓말이야?"
"진짜야!!! 그리고 내가 그거 때문에 아빠한테 얼마나 혼났는지 알아?"
"그걸 왜 나한테 와서 화내? 네가 잘못했으니까 아빠가 널 혼낸 거 아니야?"
반성하지 않는 것도 정도가 있다. 나는 그래도 최대한 안 싸우고 잘 지내려 노력했는데, 결국 이 친구는 지가 난리쳐놓고, 다른 선생님들과 기숙사생들에게는 나와 도저히 같이 방을 못쓰겠다고 했단다.
열심히 손 쓰는 구나. 그래 내 소문이라도 안 좋게 내야 네가 룸메를 바꾸는 데에 도움이 되겠지.
근데, 너랑 맞는 애가 어디 있겠니?
그 새로운 룸메도 곧 네 실체를 알게 될 걸?
네가 그렇게 행동하는데.
내가 너한테 느낀 건 딱 그거야.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는 거.
이후 괴팍한 전룸메는 새로운 룸메를 찾아갔고, 괴팍녀는 잘 지냈는데 이 괴팍녀의 새로운 룸메는 내 예상 대로 괴팍녀를 대하는 걸 아주 힘들어했다. 당연하다. 다시 말하지만 얘랑 맞는 애가 어디에 있을까. 새로운 룸메는 어떤 후배였는데, 항상 하는 말이" 언니는 그 언니랑 대체 방을 어떻게 썼어요? 너무 힘드네요." 이거였다.
"아, 그래? 잘 안 맞나 보지. 걔도 힘들대?"
"네. 너무 제멋대로예요. 그리고 선배(괴팍녀)언니가 언니랑 다시 룸메하고 싶대요."
나는 사실 이 상황이 아주 고소했다. 왜냐면 당시 룸메 후보였던 애와 자기 룸메가 되면 어떤 게 좋은지, 어떻게 잘 지낼지 계획을 짜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치 새로운 룸메를 맞이한 걸 정당화하려는 듯이 내 뒤에서 내 소문을 안 좋게 내고 다니면서 말이다. 그런 그들 사이에서는 수많은 내 뒷담화가 오갔을 것이다. 그러나 끝내 새룸메는 한 달도 안 되어 선배인 괴팍녀와 지내는 게 힘들다고 종종 나에게 찾아왔고, 그 괴팍녀 언니를 데려가달라고, 나만 원한다면 오늘 당장에도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는
"엉, 난 싫다고 전해줘."
재활용센터가 아니었다.
그리고 내가 혼자가 되었을 때, 그때 마침 후배는 계속 친구들 사이에서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다. 그도 그럴 것이, 고딩 때에는 다들 어려서 듣기 싫은 사실을 말해주는 올바른 친구보다는 진실과는 상관 없이 내 편이 되어주는 재밌는 친구가 인기가 많지 않은가. 우연이라기엔 너무 우연으로, 때마침 우린 서로 필요했고, 나는 사람들은 그런 우릴 보고 "너네 서로 친하잖아. 잘 됐네." 같은 얘길 했다.
다만 나는 그 뜻이 '특이한 애들 끼리 잘 만났네.' 같은 소리로 들려서 불쾌했다.
얼마 안 되어 나와 후배는 같은 방을 쓰게 됐다. 그러나 같은 방을 쓰는 와중에 처음부터 친했던 건 아니다. 나는 후배의 소문을 꽤 신경쓰고 있었기 때문에 후배에게 완전히 익숙해지고, 후배를 좋아하게 된 건 룸메가 된 이루 약 한 달 뒤인 여름 쯤의 일이다.
이 교실 귀신은 후배와 룸메가 되기 전, 봄의 끝자락과 초여름 그 애매한 때의 일이다.
"맞다. 저번에 말하던 교실 귀신 얘기 말야. 그거 어딘지 지금 알려줘."
아무도 없어 한산한 일요일의 교정, 6시가 지나 뉘엿뉘엿 해가 저물고 있었다. 꺾여가는 해에, 그림자는 옆으로 길게 늘어지기 시작했다. 유리창을 넘어 사선으로 침투하는 노을빛이 눈에 그득히 들어오는데, 12시 한낮의 땡볕과는 다른 느낌으로 눈이 부셨다. 카메라의 필터가 깔린 듯이 풍경 속의 하얀 교복 블라우스는, 우리는 이미 진한 노을빛으로 노랗게 물든 지 오래였다.
"이쪽으로 가면 나와."
저녁을 먹고, 산책 겸 길게 뻗은 복도를 거닐다가 생각이 나서, 그 교실의 위치를 알려달라고 했다. 후배는 이쪽으로 가면 나온다면서 앞장섰는데 역시나 내 교실로 가는 방향이었다. 농담은 아니었구나.
말을 꺼낸 곳을 시작점으로, 귀신이 나온다는 교실까지 이미 절반도 넘게 온 상태라 우리는 금세 근처에 왔다. 몇 걸음만 남기고 나는 속도를 줄였는데 그건 지금 보면 보일까 하는 노파심이었다.
"언니, 왜 안 와?"
"지금 있어?"
"언니가 와서 확인해 봐."
나는 걸음을 옮겨 창문 너머로 교실을 확인했다. 노란빛을 넘어 주황빛이 돌기 시작하는 교실, 가지런히 정리된 책상들.. 학생들만 빠져 나간 교실만 눈에 들어왔다. 귀신 같은 건 없었다.
"귀신 없어."
"당연히 없지. 아무 때나 나타나는 애는 아니거든."
"그럼 언제 나타나?"
같이 교실을 살펴보던 후배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말했다.
"그건 나도 몰라. 그냥 가끔 보면 있더라고. "
"나타나는 위치가 있어?"
"응, 저기. "
후배가 말한 곳은 벽시계가 걸린 기둥을 중심으로 조금 왼쪽에 있는 창문 앞이었다. 그 귀신은 뒤돌아보지도 않고 그저 울 것 같은 슬픈 얼굴로 하루 종일 바깥만 쳐다보고 있다고...
"슬픈 표정?"
"응. "
"뭔 사연이 있는 건가?"
"그건.. "
마침 종소리가 울리며 저녁시간이 끝났다. 자습실로 돌아가야 해서 더 이상 떠들 수 없었다. 후배에게 더 묻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저녁 시간이 끝나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한 채 우리는 걸음을 옮겼다.
음, 이따가 다시 물어봐야겠다.
무슨 사연이 있는 걸까?
대체 왜 하루 종일 창밖만 보고 서있는 거지?
나는 그 귀신이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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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길게 쓴 것 같은데, 잘 모르겠다 ㅋㅋㅋㅋ 세어보지는 않았고 그저 체감상 길게 쓴 것 같은 느낌이라 ㅋㅋㅋㅋ
전룸메와의 이야기를 써야 할 것 같아서 같이 써봤어. 저 괴팍녀랑은 연락 안 해. 뭐.. 괴팍녀는 나를 만나고 싶어하는 것 같지만 말야.
후배랑은 아직도 연락하고 있어. 작년 생일에는 속옷 선물도 해줬어 ㅋㅋㅋㅋ내가 아는 후배 중에서 제일 아끼는 후배야. 글 쓰는 김에 연락이나 해볼까.
글 잘 쓴다고 해줘서 고마워 ㅋㅋㅋㅋ 진짜 기상천외한 칭찬들에 눈이 돌아간다. 남초 직장인데, 남자들 표현 완전 재미 없는 거 알지? 그런 거만 듣다가 여자들 특유의 살아 있는 표현 들으니까 진짜 너무 좋은 거 있지 ㅜㅠ...
나는 변태 같이 세세하게 쓰는 거 좋아해. 공감하고, 빠져들면서 읽는 거 좋아하는 톨들은 내 글 좋아할 거야. 가볍게 글 읽는 거 좋아하는 톨들은 다른 글 읽기 바라 ㅋㅋㅋㅋㅋㅋ
창밖을 쳐다보고 슬픈 표정을 짓는 그녀...
왜 그런지, 그 이유는 다음 화에...
*처음에 글 올릴 땐 수정 안 하고 그냥 올리고, 이후로 시간 날 때 틈틈이 수정하는 편이야. 매끄러운 글 좋아하면 올라온 지 삼 일 정도 되는 글 읽으면 될 거야!!
질문 있으면 질문 받을게!
오타나 어색한 문장 있으면 알려줘 바로 수정할게!😊
그리고 메모앱에 쓴 거 복붙하니까 줄 지멋대로 늘어났네... 감안하고 그냥 읽어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