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토리들
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꼭 이 맘때 쯤이 되면 남영동 대공분실을 방문했던 일이 생각나서 글 써봐
나토리는 고딩때 인권동아리 활동을 했었는데 동아리에서 남영동 대공분실로 견학을 가게 되었어 (현재는 민주인권 기념관으로 이름이 바뀌었네!)
지하철에서 내렸는데 그 때 날씨가 흐리지 않았거든 딱 바람 선선하고 파란하늘의 가을 날씨였는데 이상하게 대공분실 건물 주변만 금방이라도 비가 올 것처럼 유난히 우중충 했던게 기억나네
그 건물 주변에 공사도 많이 했었고 높은 건물들이 많아서 그늘져서 그랬는진 몰라도 건물 자체가 차가운 느낌? 이었어
여하튼 서른 명 쯤 되는 동아리원들하고 동아리쌤하고 안내해주시는 분의 설명 들으면서 견학을 시작했어
한 층 한 층 전시관을 둘러보다가 다른 층과는 분위기가 다른 어느 층을 도착했는데 (내 기억에는 5층이었던 것 같아) 거기가 고문실이 모여있는 층이었어
좁디 좁은 복도에 여러 방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데 분명 방 문도 다 열려있고 복도에는 창문도 있었거든 근데도 숨이 턱 막혔어
그 중에 한 방에 들어가서 설명을 듣는데 고문실은 좁고 인원은 많다보니 벽 쪽에 붙어 서있게 되었어
벽이 너무 차가워서 보니까 군데군데 구멍이 뚫린 철제판??? 같은 걸로 되어있더라고
벽을 왜 이런걸로 만들었지? 싶어서 구멍을 만지작 거리는데 갑자기 머리가 띵 하면서 너무너무 어지러운거야
그래서 머리를 벽에 기댔는데 그 구멍을 뚫고?? 구멍을 통해서? 라고 해야 하나
왜 tv 연결된 콘센트에 귀 대고 있으면 전파를 타고 소리가 들리잖아.
그것처럼 벽의 구멍을 통해서 남자 목소리가 아아아악 어어억 하는 소리가... 죽기 직전에 숨 넘어가는 소리처럼 허어어억 하고 들리는데 눈 앞이 아찔하고 토할 것 같고 숨쉬는게 힘들더라고
그래서 선생님한테 말씀드리고 밖으로 나와서 한참을 귀막고 서있었어 도저히 다시 들어갈 용기가 안나더라구
나중에 생각해보니 서대문 형무소에서도 인형 눈동자가 움직이는 걸 봤다는 둥 환청을 들었다는 둥의 괴담이 많던데 그런건가 싶고 무튼 그렇다... (서대문 형무소 안가본 토리)
후일담으로 여기 견학하고 나서 우연인지 '남영동 1985' 라는 영화가 개봉했는데 동아리에서 또 그거 다같이 보러 갔거든
그 영화도 다 못보고 중간에 나왔어
좀비영화 좋아하고 고어한 것도 잘 보는데 고문 장면은 정말 도저히 못보겠더라
그 때 그런 나쁜 짓 했던 놈들 다 벌 받았으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