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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 2020.10.15 22:33
    저녁 먹다가 갑자기 생각나서 써봐. 요새 말 안 듣고 집회 열려는 사이비들때문에 생각난 걸까ㅎㅎ

    몇 년 전에 대학에 다닐 때였어. 12월쯤의 매서운 추위가 몰아치는 한겨울날, 다른 때보다 늦게 끝난 강의 때문에 평소보다 어두운 저녁쯤에서야 버스를 타고 내가 사는 동네에 도착했지.

    난 정말 피곤했기 때문에 버스 안에서 계속 졸고 있었고 도착하는 정류장 이름이 나오기 직전에서야 겨우 깼었어. 따끈따끈한 버스 안에서 가방을 추스려 메고 내리면서 멍해져 있었고 날카로운 겨울 바람을 맞으면서 어서 집에 가서 드러눕고 싶다는 생각 뿐이었지.

    그렇게 비몽사몽한 기분으로 집 근처의 커다란 횡단보도로 가기 위해 큰 길가를 휘적휘적 걷는데 갑자기 누군가 길을 막고 서는거야.
    고개를 들어 봤더니 왠 젊은 대학생 정도로 보이는 남자와 여자가 날 보며 웃고 있었어. 남자가 웃으면서 말을 건넸지. 죄송한데 설문조사좀 해주실 수 있나요? 하면서.

    졸려 죽겠는데 왠놈의 설문조사야. 난 어서 집에 가고 싶어서 '죄송하지만 제가 지금 너무 피곤해서 집에 빨리 가봐야 할 것 같아요. 그럼...' 이라 하고 발걸음을 돌리는데 웃는 낯의 여자가 재빨리 옆으로 따라붙으며 이거 정말 간단한 설문조사다, 몇 분 걸리지도 않는다, 저희가 지금 조별과제 중인데 자료가 너무 필요해서 그렇다, 등의 말을 계속 늘어놓는 통에 그럼 잠깐만 하겠다고 섰어. 한 5분 지나면 가야지 생각하고.

    그래서 걔네가 종이들을 꺼내들면서 평소에 ~~한 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 ~~한 것은 어떤 것 같냐 등을 물어봐서 귀찮았지만 나름 성실히 답해줬어. 얘네가 정말 학생이라면 나름 잘 대답해줘야겠지 싶었거든. 그런데 세 가지 정도를 대답하고 나니 질문이 슬슬 이상해지더라?

    어떤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길래 뭐 ~~한 생각이다 했더니. 갑자기 예술에 대해서 관심이 있으시죠? 이러는거야.ㅋㅋ ㅡㅡ....
    시선을 근처 땅으로 내리고 있다가 드니까 남자가 되게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날 보는거야. -_- 그러더니 내가 예술쪽에 꽤 열망이 있고 재능도 있고 너무 하고 싶어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럴 수가 없어서 너무 힘들거래. 그래서 속으로 이게 갑자기 뭔소리인가 싶어서 그냥 대충 아... 그래 보이나요? 했더니 씨익 웃으면서 이게 다 조상님 제사를 안 치러드려서 그런거래. ㅎ....? 뭐 얼마를 내고 치성을 드려야 뭐가 어떻게 되고 어쩌고 저쩌고...... 우주가 어쩌고...... 지네가 다 해준대. ㅋ.....

    그래서 아 이거 사이비구나 생각하고 아 지금 제가 집에 빨리 가봐야되서... 이러면서 살짝 물러나면서 옆으로 슬슬 걸으니까 남자가 갑자기 아ㅎ 되게 예민하게 받아들이시네요 그냥 간단한 거예요 이러면서 날 되게 유난 떠는 애로 몰아가더라. 마치 지네들은 정상적인 조사를 했을 뿐인데 내가 호들갑 떤다는 뉘앙스로ㅎㅎ......... 근데 그때 웃는 게 순간 너무 이상했어. 뭔가... 예의바른 척 엄청 하는데 뭔가 비웃는 것 같은? 여자는 계속 미소만 띄우면서 날 보고 있었고.

    그리고 걔네 옷차림도 그제서야 인식이 확 됐어. 언뜻 보면 단정한 것 같지만 어딘가 허름한 차림새가.... 둘이서 똑같이 메고 있는 크고 까맣고 약간 낡은 느낌의 백팩도 뭔가 자기네 것 같지가 않은 듯이 이상한 느낌이고....

    뭐 그렇지만 내 편견일수도 있지. 짜맞춘 듯한 허름한 모양새나 질문 내용이나 둘이서 팀짜서 행동하는 것이나 아무리 생각해도 많이 들어왔던 사이비 영업 같았지만 뭐 아닐수도 있지. 그렇게 생각하면서 둘이 계속 나한테 말을 걸면서 대화를 이어가려고 하는 걸 아 네네 죄송해요 집에 가야되서요 이렇게 아무말 하면서 벗어났어. 정신없이 걷다가 슬쩍 뒤를 돌아봤는데 다행히 날 쫓아오진 않더라고.

    다행이라고 가슴을 쓸어 내리면서 콩닥콩닥 뛰는 심장을 진정시키려 애썼지. 그렇게 모퉁이를 돌아서 집 가는 길의 큰 횡단보도 앞에 섰어.
    평상시엔 사람이 몇 명씩 항상 있는 큰 횡단보도였는데 그날따라 사람이 거의 없어서 건너편만 보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순간 좀 불안한거야. 혹시 안 쫓아오는 척 하다가 쫓아왔으면 어쩌지? 싶어서. 그래서 내가 온 쪽을 봤는데 여전히 아무도 없어서 내가 너무 겁먹었구나 생각하면서 주변을 둘러봤는데.....

    횡단보도 기준으로 왼쪽 방향의 길가에서 어떤 아주머니 한 분이 빠르게 걸어오고 있었어. 한 두명 있는 사람들이 천천히 걸어다니는 와중에, 그 아주머니는 굉장히 서두르는 느낌으로 똑바로 내 쪽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어. 새빨갛게 바른 입술을 벌려 씨익 웃으면서, 날 보면서 왼손을 올려 까닥거렸어. 그리고 왜인지 모르겠는데 이런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어. 아까 걔네와 한 패다.
    그 시뻘건 입술이 너무 소름끼쳐서 머리가 하얘지는데 횡단보도가 초록불이 됐고 난 미친듯이 뛰어서 그 긴 횡단보도를 단숨에 건너고 집 방향으로 뛰었어.

    그런데 혹시나, 정말로 혹시나 그냥 그 아주머니가 내 주변에 있던 사람 중 아는 사람이 있었어서 반갑게 인사한 걸수도 있잖아?
    근데 뛰어가면서 맞은편쪽을 흘깃 봤는데 그 아주머니는 그냥 서 있었고 거기 있던 사람들은 그냥 지나갈 뿐이더라.
    아무도 아는 체하지 않았어....
    그때 집까지 전속질주해도 힘든 줄도 모를 정도로 그냥 진짜 미친 듯이 뛰었어. 또 다른 사람이 연락 받고 나한테 걸어올까봐 너무 무서워서.
    뭐 막상 집에 와서 가족들한테 털어놓은 뒤에는 어휴... 진짜 개무섭네 사이비xx들... 이러고 말았지만....

    쓰는 지금도 손가락이 차가워질 정도로 무섭긴 했어. 심장 튀어나가는 줄 알았었음....ㅠㅠ
  • tory_2 2020.10.16 00:22
    그냥 평범한 사이비 한 조인듯 토리가 그 날 피곤해서 공포로 남았나봐
  • tory_3 2020.10.16 01:19

    나도 사이비 남자가 비오는날 내 손목 잡고 가지말라고 자기몸쪽으로  잡아당긴적이 있어서 그 무서움 알아....ㅠㅠ 많이 피곤할때는 꼭 그런 사람들한테 붙잡히는 확률이 높아지더라고 

  • tory_4 2020.10.16 05:32
    틀에박힌 사이비 영업이네.. 그렇게 조별로 많이 하더라고. 기분 좋은 경험은 아닐 수 있지. 고생했다..
  • tory_5 2020.10.16 07:09
    사이비 걸어올때 느낌이 딱 옴 날 타겟으로 잡고 똑바로 나한테로 오고있다는게 느껴져..
  • tory_9 2020.10.17 03:24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0/11/16 15:22:43)
  • tory_19 2020.10.22 01:03
    ㅁㅈㅋㅋ
  • tory_21 2020.10.24 00:22
    ㄹㅇ.. 수많은 인파 속에서도 날 타겟으로 잡고 다가오는 사이비는 멀리서부터 딱 보이더라
  • tory_22 2020.10.28 15:29

    ㄹㅇ임ㅋㅋㅋㅋㅋ

  • tory_6 2020.10.16 09:31
    ...그냥 평범한 사이비 경험같아.
    피곤한 날이라 별거 아닌것도 많이 무섭게 느껴졌나봐.
    나도 그럴때 있거든.
  • tory_7 2020.10.16 13:47
    댓글들 머냐그ㅠㅠㅠㅠ 평범한 사이비경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얼마나 한국에 사이비가 많으면...
    처음 전도 당할때 무섭긴 해 ㅋㅋㅋㅋ 나도 당한적있는데 ㄹㅇ끈질기더라
  • tory_16 2020.10.20 16:44

    그칰ㅋㅋㅋㅋㅋㅋ평범한 사이비 경험이라는게 뭔가 위화감이 느껴진다 했더니만,,,한국에 사이비가 얼마나 많으면ㅠㅠㅠㅠ혹은 얼마나 전도 활동이 흔하면ㅠㅠㅠㅠ

  • W 2020.10.16 16:22
    울나라에 사이비가 새삼 진짜 많긴 한가보다ㄷㄷ거리가 떨어진 곳에서도 다른 사이비가 움직이는 것도 보통이었구나....난 사이비 거의 많이 안 당해봤는데 길가다 한 번만 붙잡힌 거 말고 연속적으로 오는 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거든 그래서ㅋㅋㅠㅠ 댓들 다 고마워
  • tory_8 2020.10.17 03:06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0/10/29 22:41:01)
  • tory_10 2020.10.17 08:12
    나 새내기 때 진짜 사이비한테 오지게ㅣ 붙잡혀서 이미 학을 뗐을 때였음 겨울에 캠퍼스 안에서 또 2인 1조로 설문조사 웅앵웅 하는 애들을 만났는데 이어폰 낀 채로 들은척도 안 하고 무시했거든 근데 내가 듣든 안 듣든 내 옆에서 같이 걸으면서 떠드는 거야 캠퍼스를 다 가로지를 때까지 옆에서 따라붙으니 나도 짜증나서 거의 뛰듯이 걷다가 후문 계단에서 넘어짐 스타킹 신고 있었는데 스타킹 찢어지고 피남 그러니까 휙 가버리더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개빡쳐서 옆에 편의점에서 스타킹 새로가고 후문쪽 길 딱 건너는데 건너편에서 또 다른 2인 1조가 ㅋㅋㅋㅋㅋㅋ 설문조사 웅앵 하면서 종이 내미는데 진심 너무 화나서 걔네가 말 걸자마자 걔네 눈 보고 쌍욕함 그랬더니 1도 타격 없이 환하게 웃으면서 많이 바쁘신가봐요~ 다음에 꼭 한번 얘기 들어주세요 ^^ 하는데 진짜 미친 새끼들이었음
  • tory_11 2020.10.17 22:20
    ㄷㅅ이네... 잠실에 많더라. 그쪽으로 출퇴근 했는데 퇴근할 때마다 붙잡혀서 컨디션 안 좋은 날에 개싸우고 그랬는데... 나한테 아가씨는 오만하고 화가 많아서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졌다며 도망가더라
  • tory_12 2020.10.19 01:25
    담에 그런애들이 밀착하려고하면 무표정으로 무시하고 쓱 가야해 말대꾸해주는 순간 먹이라 생각해
  • tory_13 2020.10.19 08:41
    나 하루에 9번도 잡혀본적 있음...흑우같이 생겼나봄ㅠ
  • tory_14 2020.10.20 04:21

    9번....ㅠㅠ

  • tory_20 2020.10.23 05:22
    오 동지...ㅠㅠ 이제 지긋지긋해서 오는게 보이면 빠른걸음으로 슝 하고 지나가는 수준이야 ㅋㅋ 말 붙일 틈을 안줌
  • tory_23 2020.10.30 11:48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2/07/17 20:20:32)
  • tory_15 2020.10.20 16:43

    친구집근처에서 외식하러 가는 길에 사이비가 많은 지역인지, 1분도 안되서 계속 잡혔던 걸로 기억햌ㅋㅋㅋㅋㅋ 진짜 우리한국 종교자유라 사이비 겁나많아~~~~~~~~~~~~~~~~

  • tory_17 2020.10.20 17:55

    아무리 좋게 넘어가려고 해도 욕이 입술 강제로 벌리고 나옴

  • tory_18 2020.10.21 10:48

    지하상가 걸어가는데 100미터 거리에서 두번 붙잡힘ㅋㅋㅋㅋㅋㅋ 개빡쳐서 엄청 뭐라했어 이건 그분들도 원하지않을거라고

  • tory_22 2020.10.28 15:29

    와 나도 100미터 걸어가는 그 거리에서 세번 붙잡힘.. 시발 그거 신천지였는데 또 빡치네.

  • tory_24 2020.11.01 10:58
    치성 드려야 한다 어쩐다 하는거면 대순진리교일거야...사이비 맞아. 나도 오랜만에 연락 닿아서 일년에 한 두번씩 3년 정도 만나던 친구가 얼마전에 갑자기 각 잡고 치성 드려야 한다면서 설명하고 전도하려고 해서 당황했었어ㅎㅎ 그 전까지 그런 낌새 하나도 없었어서 진짜 뒤통수 얼얼했다ㅠㅠ
  • tory_25 2020.11.02 12:43
    으...원톨 진짜 고생했다ㅠ
    나는 그냥 그런거 붙잡히면 그 순간 멀뚱히 이 사람 뭐라는 거지...란 표정으로 보고 일본어로 에...저 한국어 잘 모른다고 하면 그냥 가던데...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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