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쯤, 강남에서 집에 가려고 택시를 탔어.
비가 추적추적 오던 날이었는데,
택시 기사님과 이런저런 가벼운 잡담을 하다가
여자분이 혼자 타시면 기억나는 손님이 한 분 있다고 하시더라구.
나를 태우던 그 날처럼 비가 오던 어느 밤에 여자분을 태우셨대.
경기도 어디로 주소를 드릴테니 그리로 가달라고 했는데,
혈색도 안좋고 힘들어보이는 여자분이 그리 이야기하니 , 알겠다 하고 출발하셨지.
얼마쯤 갔을까, 여자분이 계속 어떤 사람에게 전화를 하는데
오래 안받다가 받았나봐. 조금 격양된 어투로 빨리 와줄 수 있냐 뭐 그런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해.
근데 통화가 뜻대로 안되었는지 화를 내고, 울고, 하더니 전화를 끊더라는거야.
그러고서는 기사님께 '목이 마른데 혹시 물이 있으시냐' 고 물어보더래.
아저씨는 물을 항상 가지고 다녔어서 생수 한 통을 드렸고,
여자분은 물을 마시고는 힘들어서 한 숨 잘테니
이따 목적지에 도착하면 깨워달라고 하길래 알겠다고 하셨대.
그러고서 여자분이 알려준 주소지에 도착 하셨는데,
혹시 그냥 야트막한 산 한가운데 오솔길 아니?
가로등도 거의 없는 어둠의 한 가운데에서
네비가 '도착했다' 는 말만 남기고 꺼져버렸다는거야.
어리둥절한 아저씨가 곤히 잠든 여자분을 깨우려고 하는데,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잠든 그 분은 미동이 없으시더래.
경찰서로 급히 전화하셔서 자초지종을 설명하니
경찰서 주소를 찍고 택시를 끌고 바로 오라고 해서 직접 운전해서 가셨다는데
어떤 정신으로 경찰서까지 가셨는지는 기억이 잘 안나셨대.
너무 무서워서.
도착해서 119 구급차가 올 때까지 계시고, 아저씨가 유일한 증인이니 경찰서에서 진술도 하셨대.
전화통화를 마지막에 한 사람이 있다고 하니 경찰에서 그 전화를 보고 통화를 했다나 봐.
나중에 아저씨가 들으시길 그 상대방은 헤어진 분이었다는데,
그 남자분이 본인이 오라고 했던 장소에 계속 안간다고 하니 여자분은 약을 드시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셨다는거지..
어떻게 글을 마무리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그 일을 겪고도 택시기사 일을 계속 하셨던 아저씨가 한 편으로는 대단하다고 생각했었어...
아저씨는 좁은 차 안에서 생업을 이어가야 하는데 너무했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랬나 싶지만 너무했다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