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로 대단한 건 아닌데 일찍 일어났는데 춥고 바람이 강하길래 노래 듣다 문득 생각나서 써봐.
고등학교 여름방학쯤에 겪었던 일이야.
새벽 2시쯤까지 열심히 컴퓨터를 하던 나는 슬슬 목이 말라져서 내 방에서 나와서 부엌으로 갔었어.
당시 우리집은 나 빼고 다 10시 이전에 무조건 잠들었기 때문에 집안은 불빛 하나 없었지. 정수기하고 내 방 빼고.
어두운 암흑이었지만 익숙했기 때문에 평소처럼 컵을 꺼내 물을 따라 마시고 다시 내 방으로 향했을 때였어.
문이 활짝 열려있는 거실 화장실 앞을 지나는데 갑자기 무슨 소리가 들리는 것 같더라고? 그래서 멈췄는데
내 왼쪽 귀에 누가 바짝 붙어서 속삭이듯이 아주 빨리 말하더라.
그리고 약간 서늘한 느낌이 들었어. 되게 더웠었는데..... 딱 그 순간만.
체감상 귓바퀴에 입술을 바짝 붙여서 숵샥쇽쉑샥 정도로 쇳소리로 속삭이는 느낌이었어.
근데 그 샥샥거리는 쇳소리로 숵닥뭣닥못막닥 느낌으로 뭔가 딱딱거리는 언어가 섞여있어서 뭘 구체적으로 말하는 거 같긴 하더라.
난 평소에 귀신 같은 거 한 번도 본 적 없었고 가위도 안 눌려보고 진짜 그런 거랑 관련이 일체 없었기 때문에
내가 만약 그런 일을 겪어본다 하더라도 그냥 무덤덤할 줄 알았는데...... 솔직히 몸이 그냥 굳더라.ㅎㅎ
여하튼 컵 들고 그대로 굳어있는데 한 십 몇초를 그렇게 무어라고 엄청 빨리 속삭이더라고. 마치 해리포터의 파셀통그처럼.
근데 그 와중에도 드는 생각이ㅋㅋ
뭐지..남자 목소리도 아니고 여자도 아니고 묘하네. 모르겠어. 언어는? 영어x. 한국어x. 러시아어x. 일본어중국어 다 아니고.
이러고 있었어ㅋㅋ태어나서 들어본 적이 없는 언어더라. 흠... 너무 빨리 말해서 내가 못 알아들었나 싶던 그 순간
갑자기 뚝 그치더라. 처음 쌩뚱맞게 들리던 것처럼 뚝 그쳤어.
그래서 '아 이대로 있으면 뭔가 안 좋은 꼴이 될 것 같다' 생각이 들면서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하고 정면만 보면서 방으로 돌아갔어.
그리고 그 후로는 아무 일도 없었어. 음... 이사가기 전에 딱 한 번 밤중에 정체모를 사람이 현관문을 두들기긴 했었지만...
그때 누군지 보려고 인터폰 눌렀던 집게손가락에 바늘에 찔린 것처럼 핏방울이 맺혔던 게 기억나네. 아무튼 별 일은 없었어. 쩝...ㅎㅎ
그래서 그런가보다 하고 지인들에게 가끔 말하는 걸로 그쳤는데 여러 커뮤를 돌다 보니 나같은 일을 겪은 사람이 종종 있더라?
봤던 글 중에 어떤 댓글은 그러더라고. 너무 빨리 말하면 백만 남은 귀신이 말하는 언어, 즉 저승말이라 이승인이 들으면 쉑쉑 거리는 것처럼 들려서 못 알아듣는게 당연하다고.
그때서야 아 그래서였나 하고 혼자 납득 비슷한 걸 했다는 얘기야. ㅋㅋㅋ
노잼이라 미안해..... 이상 공포게를 사랑하는 토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