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중학교때 친하게 지냈던 친구가 있었어.

심한 악곱슬에, 늘 차분하고 조용했던 아이.


한창 성장기인데 지독하게 채식을 했어.

어쩌다가 고기를 먹은 날은 지독한 꿈을 꾼다더라.


아주 어릴적에 절에 버려져서 동자승으로 자랐다지.

주지스님 손에 키워졌는데, 대학까지 다니라고 하셨다나봐.

공부도 곧잘하고 인품도 좋아서 인기도 제법 많았어.

늘 짧은 머리에 악곱슬이라 애들이 머리를 만지고 지나가곤 했어.


그 친구는 귀신이 보인대.

그냥 아주 어릴 적부터 그랬대.

그래서 부모님으로부터 버려졌다고도 하고.


기운이 너무 강해서 집안을 망하게 할 사주 같은게 있다나봐.

그래서 절에 맡겨졌다는데......

아무리 그런 사주라도 그걸 믿고 애를 버려?

하는 마음에 들을 때마다 헛소리좀 하지말라고 내가 따졌던 기억이 나.


여튼.

그 친구가 귀신을 볼 때는 아무 반응하지 않다가,

상황이 끝나면 내게 조용히 얘기해주곤 했어.

"방금 내렸던 버스 안에 초등학생 귀신 있더라. 얼굴이 많이 상했던데...."라는 식.


이것도 처음에만 놀라지,

몇번 반복되면 

"아 그래? ㅇㅇ"하고 넘어가게 되더라.

반신반의의 단계로 넘어가는거지.

뭐.....영향을 받는게 아니기도 하고.....확인할 수 없는 거기도 하고.




근데 내가 이 친구를 완전 믿게되는 계기가 있었어.

중학교 2학년 때 쯤이었을거야.

학원을 가던 나는 횡단보도를 건너다 무심코 오른쪽을 봤는데, 

유치원 차량이 미친듯이 달려오더라.

이상했던게, 몸이 안 움직이는거야.

머릿속으로 '아 이거 사고 나겠구나. 피해야하는데' 생각하면서도 못 움직이겠더라고.


아니나다를까 나는 공중으로 붕 날았어.

근데 아픈데도 없고 다친데도 없는거야.

툭툭 털고 가던 길 가니까 주위 사람들 모두 놀란거지. 운전자도 그렇고.....


운전자가 뛰쳐나와서 명함 하나를 쥐어주면서 사과했고,

나는 귀가해서 부모님께 아무렇지 않게 말씀드렸어.

놀란 부모님은 명함을 통해  전화해서 확인하시더라고.

내가 멀쩡하니까 뭐 책임을 묻고 자시고 할 것도 없었어.

운전 조심하시라 경고하고 끊으셨던 모양.


놀라운건 그 다음이었는데.....

당시 64화음 세븐폰으로 얼리어답터 느낌을 내고 있었던 내게

전화가 걸려왔어. 그 친구더라.


사고 얘기는 한적도 없는데 대뜸 "괜찮냐"고 묻더라고.

뭔소린지 몰라서 물어봤는데, 꿈을 하나 꿨대.

달려오는 차에 내가 사고가 나는데, 그 차를 한 노인이 막아서더래.

머리는 없고....의사가운을 입고....한쪽 다리를 절뚝거리는 노인.


돌아가신 외할아버지 모습 그대로였어.

북한에서 의사면허를 따고 1.4후퇴때 다치셔서 평생 다리를 저셨던 분.

부강면(지금의 세종시) 한 귀퉁이에서 동네 병원을 운영하시다

갑자기 뇌출혈로 돌아가셨던 외할아버지.

두 살 터울의 누나보다 나를 훨씬 아끼셨다는 분.


초등학교 저학년때 돌아가셨던 터라 기억도 선명하지 못했고....

그래서 누구에게도 말한적 없던 외할아버지의 모습 그대로였어.


그 얘기가 나오니까 놀랍다못해 좀 무서워지더라.

친구는 말미에 덧붙이더라.

"덕분에 니가 덜 다쳤어. 다른 건 몰라도 앞으로도 아플 일은 없을거야.

외할아버지께서 계속 돌봐주신다는거 같아."


25살이었던가?

운전하다가 음주운전 한 상대 차량이랑 부딪혀서 차량이 반파된 적 있었는데,

에어백이 터지고 안경이 부러지면서 얼굴에 기스난게 다였어.

동네 사람들은 차 상태를 보고 내가 죽었다고 생각했다는데....

다음 날 멀쩡하게 걸어서 경찰 조사받으러 가니까 경찰들도 놀라더라.


외할아버지 덕분인지.....내 방 한켠에 그득히 쌓인 영양제들 덕분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정말 한번 아팠던 적이 없어.

감기 한번 안 걸리더라.


실비보험은 근 10년 넘게 유지하는데 단 한번도 타먹질 못했어.....

나같은 사람이 보험료를 내야 이득보는 사람도 생기겠지....ㅠㅠ


여튼 그래.

마무리를 어떻게 하지?

다들 건강해!



  • tory_1 2020.06.19 10:24

    와 정말 토리 많이 사랑하셨나보다 감사하게!
    앞으로도 건강하고 큰일없이 살면 좋겠다ㅠㅠ

    덕분에 잘읽었어!!!

  • tory_2 2020.06.19 12:35

    외할아버지가 진짜 아끼는구나 돌아가셔서도 돌봐주시고 눈물 핑 돌았어 ㅠㅠ 잘읽었어 ! 

  • tory_3 2020.06.19 13:19

    우와... 할아버지 감사하신 분..ㅠㅠ

    그 친구분도 신기하다...

  • tory_4 2020.06.19 14:04
    외할아버지 감사하다 정말ㅠㅠ
  • tory_5 2020.06.19 14:29

    와 토리 진짜 다행이다!!

    외할아버지가 토리 진짜 애정하시다보다ㅠㅠㅠㅠㅠ

    찐톨도 계속 건강하길 바래!!

  • tory_6 2020.06.19 16:51

    와ㅠㅠ 토리 복받은 사람이다 토리 앞으로도 건강해!

  • tory_7 2020.06.19 17:27
    우와 진짜 눈물 핑 돈다ㅠㅠ 나도 돌아가신 할아버지 보고싶다.. 잘 읽었어!
  • tory_8 2020.06.19 17:55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2/07/17 19:22:49)
  • tory_9 2020.06.19 22:35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1/09/22 11:34:43)
  • tory_10 2020.06.19 23:07
    정말 감동이야..돌아가셔도 토리를 돌봐주시다니ㅠㅠ
  • tory_11 2020.06.20 00:32

    할아버지ㅠㅠ

  • tory_12 2020.06.20 10:15
    ㅠ할부지
  • tory_13 2020.06.20 12:19
    ㅠㅠㅠㅠㅠㅠ눈물나..
  • tory_14 2020.06.20 23:20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 tory_15 2020.06.21 00:53

    와 토리 진짜 복 받았다!! 앞으로도 건강하길!

  • tory_16 2020.06.21 19:34
    부강이라니....익숙한 지명에 깜짝 놀랐네
    토리 지켜주시는 할아버님 덕분에 든든하겠다! 앞으로도 건강히 지내 :)
  • tory_17 2020.06.21 21:22
    토리 지켜주시는 할아버지가 정말 아끼시나보당ㅋㅋㅋ앞으로도 건강하고 좋은일만 있길!
  • tory_18 2020.06.22 06:58
    TT수호령이란게 정말 있나봄 토리 늘 좋은일만 있길
  • tory_19 2020.06.22 19:14
    정말 감사하다 할아버지께 수시로 감사인사드려야겠어
  • tory_20 2020.06.22 19:21
    우와 신기하다 ㅠㅠ 감동이야 할아버지....
  • tory_21 2020.06.23 00:18
    감동이다 할아버지
  • tory_22 2020.06.23 10:41
    할아버지ㅠㅠ 감사해요 사랑해요
  • tory_23 2020.06.23 19:07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1/07/20 23:42:27)
  • tory_24 2020.06.23 20:43
    2222 나만 그런게아니았군...
  • tory_25 2020.06.23 22:42
    333333..
  • tory_26 2020.06.23 23:06
    ㅋㅋㅋㅋㅋ 나만그런쥴 ㅅㅂㅋㅋㅋ
  • tory_27 2020.06.24 09:18

    55555

  • tory_28 2020.06.24 16:59

    나도... ㅋㅋㅋ 

  • tory_30 2020.06.25 11:18
    @24

    아 헐 이거 쓸라고 왔는데ㅋㅋㅋㅋ 다섯살 터울 남동생 있는 집 장녀라 더 다가오네,,^^

  • tory_31 2020.06.25 12:26

    나만 그런줄 알았ㅋㅋㅋ그래서 읽고나서 댓 안 썼었는데....

  • W 2020.06.26 07:38

    외할아버지는 그 시절을 사셨던 분이라서....그랬다고 생각해.

    우리 집만 놓고 보면 정 반대 분위기였어.

    나도 가고싶었는데 유학은 누나만 갔는걸 ㅠㅠ

  • W 2020.06.26 07:48

    괜한 글로 외할아버지 욕되게 하는거같아서 지울까 말까 엄청 고민되네.

    음......


    조금 더 변호를 해보자면,

    그냥 그 시절의 관습이었고 문화였다고 생각해.

    물론 악습이었지만......


    사회가 무진장 빠른 속도로 변했고 변하고 있고 또 변할거니까.

    지금은 반대로 여아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기도 하고.


    뭣보다 남아를 선호하고 여아를 차별하는것에 대해

    손가락질 할 수 있는 분위기잖아. 응당 그래야하기도 하고.


    그렇다고 지금의 잣대로 그 당시를 살아냈던 분에게

    손가락질할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어.


  • tory_33 2020.06.26 08:43
    나도 ㅋㅋㅋㅋ
  • tory_37 2020.06.30 21:32
    나도ㅋㅋㅋㅋ
    글은 지우던 말던 내알바아니고
    저기서 감동 와장창ㅋㅋㅋㅋ

    욕보이고싶지않으면 저부분만 삭제해도될듯싶은데
    괜한 자의식 과잉으로 두살터울 누나보다 웅앵 적어서 감동 와장창됨ㅋㅋㅋㅋ
    걍 다른누구보다~ 일케적었어도됐을것같은데
    굳이굳이 두살터울(중요하지도않음ㅋㅋㅋ)의 누나보다~ 웅앵해서 딱 걍 한남감성
    한남 노란장판 감성이라 와장창됨ㅋㅋㅋㅋㅋ
  • tory_38 2020.07.15 08:39
    아 원래 이런 내용이 있었어???지금은 지웠구나 난 진짜 자연스럽게 화자를 여성으로 생각하고 읽었는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감동 와장창 할만한듯
  • tory_39 2020.07.22 15:09
    나도 ㅋㅋ..
  • tory_41 2020.07.29 04:08
    ^^..;; 나도 뭐야 싶었다ㅋㅋㅋㅋ
  • tory_29 2020.06.25 02:55
    이거랑 좀 비슷한 일화 들은적 있는데 거기는 군인복장이셨는데 총쏴서 달려오는차 방향을 바꿨댔나 그랬던거 기억난다

    울아빠도 상대방 차 폐차시킬정도로 큰사고 났는데 본인은 멀쩡했던 적 있는데 조상신이 지켜주셨던걸까ㅎㅎ 감사하다
  • tory_34 2020.06.27 12:25
    정말로 할아버지께서 토리를 깊이 사랑하셨나보다..
  • tory_35 2020.06.28 19:57
    옛날에 읽엇던 공포방 글에서도 교통사고를 군인이셨던 할아버지가 지켜주셨다는 거 있었는데.. 차원을 넘을 수 있는 사랑의 힘은 얼마나 큰걸까 토리는 할아버지한테 감사드릴 일이 많네ㅎㅎ 어 다 쓰고 나니 29벨이 이미 말했었당ㅋ
  • tory_36 2020.06.29 14:00
    벨없
  • tory_37 2020.06.30 21:32
    ㅅㅂ 요즘 외방 망하고 게이많이들어왔다더니 ㄹㅇ인가보네 벨벨거리고 지랄zzㅋㅋㅋ<
    공지나 쳐 지켜;
  • tory_40 2020.07.27 04:00
    할아버지가 옛날분이니까 그럴수있다고봐. 글쓴 토리뿐만 아니라 여기 다른토리들도 부모님 세대나 할아버지 세대에 그런분이 대다수일테니까.. 아무튼 토리는 참 든든하겠다!
  • tory_42 2020.09.08 14:08

    뭐야 난 화자 당연히 여자일줄

  • tory_43 2023.01.11 19:52
    사람마다 정가는 사람 다를 수 도 있는거지… 우리 친할아버지도 남동생보다 나를 더 아끼시는데 그래도 누구한테 손가락질 받은 적도 없다. 이 글 보는 토리들은 각자의 다양성을 좀 넓게 포용력있게 받아주는 게 어떨까? 누나한테 할아버지가 해코지 하신 것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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