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당연하게도, 절대로 해볼 만한 가치가 없는 글입니다. 만약 당신에게 제대로 돌아가는 뇌가 머리 안에 있다면 말이죠.

페북이나 트위터에 당신의 신용카드 번호를 적어놓거나 악어와 레슬링하는 직업을 가지는 게 이것보다는 몇 배나 더 영리한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제가 무슨 말을 지껄이든지 간에, 당신을 멈출 수는 없겠지요.

만약 당신이 진지한 마음가짐으로 이 방법을 찾고 있었다면.

이론상으로는 제가 말하는 모든 방법들을 잘 따른다면 어느 대가도 없이 대화를 끝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말을 들으니 더욱 해보고 싶으시겠죠. 특히 당신이 공포매니아거나, 더할 나위 없이 급한 상황에 놓여 있다면 말이죠.

방법을 적기 전에 한 가지는 확실하게 해 두겠습니다.

이 글은 '악마와의 거래'라는, 중2병 같은 방법을 적어둔 글이 아닙니다. 자신의 영혼을 팔고 그 대가로 엄청난 무언가를 얻는다 -라는 발상을 전제로 만들어진 방법이 아니라는 거죠.

그래도 만약, 당신이 그와 대화하는 도중에 그런 거래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면, 물론 그는 거절하지 않겠지요.

그러나 그와 거래를 하기 위해서는 대화 도중에 사용할 여러 방어 기구들을 없에버려야 할 겁니다.

말할 필요도 없이 바보같은 행위죠. 정말로 당신이 최소 90년은 계속 될 만한 것으로 거래를 이루고 싶다면, 세상은 넓으니 그런 거래를 이루어줄 의식 쯤은 찾을 수 있으시겠죠.

이 글은, 만약 제대로 모든 방법들을 이루어냈다면, 당신은 악마와 안전한 대화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자, 이제 그와의 이야깃거리를 생각해내야 하겠죠. (엄청나게 위험한 존재와 그저 수다를 떨고 싶어하는 별종도 있겠지만, 당신은 그런 바보같은 사람이 아니라는 전제 하에 말하는 겁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악마는 많은 것을 알고 있습니다.

당신이 너무나 알고 싶어 하지만 알 수 없었던 것을, 그는 간단하게 알려줄 수 있을지도 모르죠.

물론 악마는 신이 아닙니다. 아무리 신인 척을 하는 그라도, 신이 될 수는 없습니다. 전지전능한 존재는 아니라는 말이죠.

예를 들자면, 그는 다음 세계대전이 언제 터질 지는 모를 겁니다.

그래도 내일 1조원 복권의 당첨 번호 정도는 알고, 당신의 주변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 중에 어떤 사람들이 불치병으로 목숨을 잃을 지 정도는 알려줄 수 있겠죠.

당연하게도, 어둠의 왕자님(ㅋ)은 아무에게나 당첨 번호 같은 건 주고 다니는 존재가 아니죠.

괜히 "모든 거짓말의 아버지"라는 별명이 생긴 그가 아닙니다. 정보를 얻었다가 오히려 심한 꼴을 볼 수도 있겠죠.

당신이 정말로 어떤 정보를 원하고, 모든 방법을 동원했지만 그 어느 것도 원하는 결과를 주지 않았다면, 이 방법을 사용해 그에게서 진실된 정보를 얻을 수도 있습니다.

사실, 악마라는 존재에 대한 도시전설같은 정보가 아주 틀린 것은 아닙니다. 그는 게임과 도박을 아주 좋아하거든요.

그가 게임을 좋아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언제나 이기니까요.

당신이 도박묵시룩에서 나오는 카이지가 아닌 한, 그는 당신을 마음대로 구워삶아버릴 겁니다.

만약 당신이 모든 리스크를 감안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 원하는 정보를 얻을 가능성이 있는 게임을 소개시켜드리겠습니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도록 하죠. 

악마를 소환할 수 없는 한 게임에 대해서 빠삭하다고 해도 아무 소용이 없을 테니까요.

그 후에는 게임의 규칙들을 설명하고 (이길 수 있는 팁도 보너스로 제공할게요),

마지막으로는 만약 부작용이 생긴다면 당신에게 일어날 지랄같은 일들을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당신의 이야기 상대를 소환하기 위해서는, 일단 자정에 성당이나 교회로 가야 합니다.

크기와 시설장비 같은 것들은 전혀 상관 없습니다. 그저 당신 외에는 아무도 없는 공간이여야 해요.

대화가 시작되고 나서 잠옷차림의 신부님이 그 상황을 목격해버리는 유쾌하지 않은 연출은 피해야 하니까요. 아, 물론 당신과 신부님의 목숨도 중요하겠죠?

가장 효과가 좋은 기간은 보름달이 뜬 밤이라던가, 13일의 금요일이라던가, 할로윈이라던가... 뭔가 공포스러운 날로 유명한 날을 추천하겠습니다.

어느 날인지는 엄청나게 중요하지 않지만, 그런 날이 당신에게 어떤 정신적인 영향을 주는 건지는 중요하거든요. (크리스마스같은 병신같은 날짜만 고르지 않으면 사실 어떤 날이든 상관 없습니다)

날짜는 중요하지 않지만, 시간은 꽤 중요합니다.

꼭 캐나다의 자정에 맞추라는 건 아니고, 의식이 시작된 12시 전에 장소에 도착해서, 12시로부터 10~15분 안에 모든 장비를 갖추어야 한다는 거죠.

만약 교회 안으로 들어가는 방법을 모른다면, 아예 엄청나게 일찍 와버리세요. 신님의 보금자리는 사실 문에 자물쇠가 잠겨있는 경우가 많거든요.

자, 이제 필요한 준비물들입니다. 꼭 필요한 물건들과, 절대로 가져와서는 안 되는 것들이 있죠. 


지금부터 적을 리스트는 꼭 필요한 물건들입니다:

- 한계까지 꽉 차있는 소금 그릇 (salt shaker); 다 쓰지 않을 수도 있지만, 남는 편이 부족한 편보다 몇 배는 좋습니다.

- 촛불 7개. 빨간색이나 하얀색이 좋습니다.

- 촛불을 킬 무언가. 여기에 적을 정도로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촛불들은 영화에서처럼 스스로 불을 지피지 않을 거에요! 라이터라든지 성냥이라든지, 일단 가져오시죠.

- 긴 실. 밧줄, 털실, 아니면 실 같은 다른 물건들도 가능합니다. 색깔은 무조건 빨간색이에요.

- 큰 사이즈의 바닥 타일과 벽에 붙일 정도의 크기의 거울. 성당에 이미 있다면 더 편리하겠지만, 만약 없다면 스스로 가져와 주세요.

마커, 연필, 종이, 손전등 등, 성당 안으로 더 쉽게 잠입할 수 있는 장비들도 가지고 있다면 좋겠죠.

절대로 가져와서는 안 되는 장비들은:

- 전자기계나 시간을 알리는 장비들.
ex) 핸드폰, 스마트폰, 아이패드, mp3, 계산기, 손목시계, 키친 타이머, 모래시계, 등등등. 저어언부 다입니다.

만약 당신이 핸드폰이 없으면 시들어 죽어버리는 종족 중에 한 명이라면, 가져와도 괜찮아요.

그저, 의식을 행하는 방의 밖에 방치해 두시면 됩니다. 설마해서 가져온 손전등도 방의 밖에 두시기를.

- 당신을 보호해주기 위한 종교적인 도구들. 특히 아라비아의 종교와 관련된 것들.
ex) 십자가

그런 물건들을 몸에 지니고 의식을 행해봤자 그는 당신의 앞에 나타나지 않을 겁니다.

그렇다고 해서 당신이 아무 안전장비도 없이 악마를 소환하라는 말은 아닙니다.

오히려 당신에게 요구한 준비물들은 그에게서 당신을 보호할 장비들이니까요.

그 물건에 깃들은 영적인 힘 같은 것보다 그 물건에 영적인 힘이 깃들어 있다고 믿는 당신의 마음이 더욱 강력하거든요.

모든 장비들을 갖춘 후 성당 안으로 들어가서 의식을 행할 장소를 정하세요.

어느 방이든지 상관은 없지만, 거울과 타일을 놓을 정도의 사이즈가 적합하겠죠.

이제 소금으로 동그라미를 거울이 그 안에 들어갈 만한 사이즈로 그리세요.

만약 거울이 문이나 벽에 기대어 있다면 소금이 벽에 닿을 만한 정도로 반쪽짜리 동그라미를 그려야 합니다.

그리고 거울을 빨간 실로 칭칭 감으세요. 빨간 실은 여러 문화에서 영적인 방패같은 역할을 하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촛불도 빨간 색을 권장하는 거고요.

아, 촛불하니까 하는 말인데, 촛불들은 거울 앞부분의 소금으로 만들어진 반원 면에 셋팅하세요.

굳이 자를 가져와서 촛불 사이사이의 거리를 정확하게 만들 필요는 없지만, 최대한 일정적인 거리를 두도록 해야 합니다.

촛불들은 시계바늘 방향의 순서대로 불을 피우세요. 불을 피우는 와중에 소금의 동그라미를 실수로 지워버렸다면,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거든요.

이걸로 안전 장치들의 준비는 완료입니다. 이제 악마를 소환하도록 하죠.

일단 그의 흥미를 얻기 위해서는 신성을 더럽히는 행위를 해야 합니다.

방 안에 있는 십자가 같은 물건을 거꾸로 돌리거나 하는 것도 괜찮습니다.

제 지인에게서 들은 방법중에 하나는, 예수님의 그림에 낙서를 잔뜩 하는 것으로 성공했다고 하니까요.

당신이 생각하기에 충분히 무엄한 짓을 하고 나서, 방으로 통하는 모든 문을 닫고 촛불 이외의 불들은 전부 꺼주세요.

특별한 주문 같은 말은 전혀 필요 없습니다. 

그저 거울 안을 지긋이 바라보며 악마가 나타나기를 힘껏 바라면 됩니다.

한동안 그렇게 마음을 모으다가, 충분히 준비가 됐다 싶으면 눈을 감고 10초를 셉니다. 

그 후에 눈을 뜨면, 그리고 모든 일이 순조롭게 흘러갔다면, 거울 속에는 당신이 비춰지지 않을 거에요.

당신의 눈 앞에는 악마(혹은 그가 당신에게 어떤 식으로 비춰질지 원하는 모습)가 있을 겁니다.

소설에서 나오는 것처럼 새빨간 생물이 삼지창을 든 채 비열한 미소를 짓고 있지는 않을 확률이 높습니다.

이미 소환되버린 거, 경계를 풀고 싶어 할 것입니다. 아마도 지나가는 평범한 행인 같은 모습을 하고 있겠죠.

오히려 당신의 호의를 사기 위해서 평균보다 우월한 외향을 뽐내고 있을 수도 있겠군요.

그러나 그가 절대로 숨길 수 없는 것은 하나 있습니다.

바로 눈이죠.

아무리 노력해도, 그의 눈 속에 가득 담긴 사악한 반짝임과 허기는 숨길 수 없을 겁니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자신감으로 넘쳐 흐르고 있겠죠. 조금의 용서도 없이, 지금이라도 먹이를 찢어 죽일 듯한 맹수의 눈으로 당신을 바라볼 것입니다.

너무 오랜 시간동안 그의 눈을 바라보면 안 됩니다. 보면 볼수록 당신의 투지력은 사그러들어갈 것이니까요.

당신은 아마 몇초동안 어안이 벙벙해져서 그저 그를 바라볼 것입니다. 왜냐하면 당연히 이 방법은 야매일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을 거니까요. 제 말 틀렸나요?

그가 먼저 말을 걸겠죠. 당신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냐고.

그때까지 당신이 정신을 차릴 수 있고, 제대로 된 문장을 구사해낼 수 있다면, 이렇게 말하세요:

"I wish to challenge you in a game of question-and-answers."
(당신과 문답 놀이를 하고 싶습니다)

실수로 말을 얼버무린다 해도, 그는 당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찢어지는 미소를 지으며 기대되는 눈빛으로 그것을 승낙하겠죠.

그는 이 게임을 오랜 시간동안 해왔거든요. 그리고 그는 이 게임을 아주아주 잘 할 것입니다. 


당신이 그 게임에 참가함으로써, 그에게는 당신의 정신을 마구 주무를 찬스가 생기는 것이니까요.

게임의 규칙 자체는 매우 간단합니다. 그저 절차를 조금 집어넣어서 헷갈리게 만드는 것 뿐이죠.

그가 먼저 질문을 할 것입니다. 정해진 듯이, 게임을 시작하는 자는 언제나 악마입니다.

넌센스 퀴즈거나, 아주아주 오래 전부터 전해져 내려온 전설의 해답이거나, 당신의 인생 속 가장 깊이 숨겨둔 비밀에 관한 질문일수도 있어요.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정답을 맞추지 못했다고 해서 바로 지옥으로 떨어지는 건 아니니까요.

아니, 오히려 그는 당신에게 질문의 정답 따위는 알려주지 않을 겁니다.

대답을 한 후, 당신에게는 그에게 질문을 할 권리가 주어집니다.

자, 여기서 조금 헷갈리게 되버리는 거죠.

만약 당신이 그의 질문에 정확한 정답을 냈다면, 그는 당신의 질문을 최대한 솔직하게 답할 것입니다.

그러나 만약 당신이 그의 질문을 틀리게 대답했다면, 그 역시 당신의 질문을 자유롭게 대답할 수 있다는 거죠.

당신이 듣고 싶지 않은 대답을 가진 질문을 물어봤다면,

그는 성심성의껏, 아니, 최대한으로 자세한 설명을 붙여가면서 대답을 해줄 것입니다.

어떤 방식이던 간에, 그렇게 게임은 계속 이어지다가 당신이 이제 그만, 이라고 말하기 전까지는 끝나지 않습니다.

여기까지 읽은 당신은, "올 쉬운데ㅋ"라는 생각을 하고 계시겠죠.

정답을 아는 질문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다가, 그 질문이 나온 후에 꼭 듣고 싶었던 대답을 요구하면 되는 거니까요.

틀렸습니다.

악마는 절대로 쉬운 질문을 내지 않습니다. 당신이 해답을 아는 질문이라면 더욱 더.

그는 당신이 약간의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한 질문을 할 것입니다.

아마도 알고 있는 것 같지만, 맞을 확률과 틀릴 확률이 너무나 비슷한 것에 대한 질문을 말이죠.

그럴수록 당신의 질문에 나오는 답들을 들으며 "과연 그게 맞을까"라는 생각으로 가득 차 버리겠죠.

그런 질문이 아니라면, 그는 당신에게 너무나도 사적인 질문을 할 것입니다.

당신마저도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에 대한 질문을.

당신은 당신이 믿기에 옳은 대답을 주겠죠. (예: 난 내 언니를 사랑해, 난 큰 돈을 주우면 바로 경찰소에 넘길 거야, 등등)

그는 악마입니다. 당신의 거짓말 따위는 바로 알아볼 수 있어요.

그런 질문도 아니라면, 대답을 예상할 수도 없는 질문들을 날려올 수도 있습니다:

"1666년의 에베레스트 산은 cm단위로 얼마나 높았지?"

라는 방식으로 말이죠.

그런 흐름들을 방해하기 위한 방법들이 없지는 않습니다. 게임을 좀 더 즐겁게 하기 위해서도, 당신이 제대로 패배자의 길을 가지 않기 위해서도 말이죠.

첫 번째 방법은 해답이 있는 질문이 아닌 수수께끼를 내는 것입니다.

만약 그가 당신의 질문에 정답을 맞출 수 없었다면, 그는 당신의 다음 질문을 무조건 솔직하게 대답해야 하거든요.

그가 질문을 맞췄다면, 그에게는 당신의 질문들 중에 하나를 자유롭게 대답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집니다. 물론 어느 질문에 그 권리를 사용할지는 그만 알고 있겠죠.

그러니 그가 당신의 수수께끼를 맞췄을 때는, 그 자리에서 게임을 끝내는 것을 권하겠습니다.

어느 질문의 대답이 정확한 건지 영원히 알 수 없을 테니까요.

두번째 방법은 그에게서 데어(dare)를 받는 것입니다. 그가 하라는 어느 행동을 행하는 것이죠.

만약 당신이 그의 데어를 받아들이고 해내겠다는 맹세를 하면, 그는 당신에게 솔직한 대답을 줄 것입니다.

그의 데어를 하지 못하겠다고 판단했다면, 그에게는 첫번째 부작용처럼 패스권이 생기겠죠.

그렇게 두려워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는 당신에게 공포영화에서 나올 만한 짓은 시키지 않을 거니까요.

병원에 폭탄을 설치하라거나 살인을 저지르라는 데어는 하지 않겠죠.

그러나 당신이 너무나 하기 싫어하는 짓을 시킬 확률은 너무나 높습니다.

자해를 시키거나, 당신이 몸서리치게 두려워하는 행동을 하도록 시키거나, 소중한 지인과의 관계를 끊도록 시키거나, 사랑하는 이의 앞에서 치욕스러운 짓을 하도록 시키거나...

세상에 커다란 영향은 주지 않지만, 당신에게는 엄청난 영향을 줄 만한 데어를 시키겠죠.

이 방법을 사용할 때, 무슨 일이 있어도 맹세를 해 놓고 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당신이 그와 맹세를 한 짓을 하지 않는다면, 대가를 치뤄야 할 거니까요.

마지막으로, 원하는 정보를 얻었거나 게임을 이길 자신이 완전히 사라져서 포기하고 싶어졌다면,

모든 의식을 끝내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그저 게임에 참가해줘서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현하고 배웅의 말을 꺼내세요.

거울의 표면은 잠시 흔들리다가, 곧이내 당신을 비춘 모습만이 보일 것입니다. 

 

경계를 늦추지는 마세요.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당신의 두 눈을 확인하세요. 그 맹수의 반짝임이 깃들어 있지 않는지, 확신이 설 때까지 몇 번이고 확인을 한 후에, 붉은 실을 풀어주세요.

그리고 또 중요한 것. 당신이 원하는 대답을 얻지 못했다고 해도, 

무슨 일이 있어도 66분을 넘기면서 게임을 계속해서는 안 됩니다.

좀 더 자세하게 말하자면, 66문 6초지만(알아요, 정말 소설같죠?), 시간을 나타내는 기구 따위는 방 안에 없을 테니, 당신이 느끼기에 이상할 정도로 이른 시간에 게임을 끝내는 편을 권장하겠습니다.

시계도 없는 주제에 마지막 6초까지 게임을 계속 할 배짱이 있다면, 그 배짱으로 차라리 다른 의식을 치루세요.



그리고 게임에 관한 간단한 팁들을 알려드리겠습니다:


1. 그에게 주는 정보는 아주 조심스럽게 골라서, 필터링을 몇 번이나 걸치고 난 후에 정하세요.

특히 당신의 감정이나 사적인 고민들. 그는 인간의 정신에 관한 일이라면 누구보다도 빠삭합니다.

조금이라도 힌트를 줘버린다면, 그는 당신의 머리를 아이가 장난감 다루듯이 망가뜨릴 것입니다.

아주 약간이라도 불편한 질문을 받으면, 서슴없이 거짓된 대답을 주도록 하세요. 

 


2. 게임을 하는 동안, 게임과 관련되지 않은 가벼운 대화는 삼가해주세요.

질문과 대답이 아닌 말들이 오가는 순간, 그는 자신의 말로 당신을 매료시켜 버릴 것입니다.

안그래도 66분 밖에 없는 시간을 그에게 홀리는 데 사용하지 않는 편이 좋겠죠.


3. 그에게 수수께끼를 낼 때는, 당신이 직접 만들은 독창적인 수수께끼를 내도록 하세요.

어느 수수께끼든지 간에, 만약 그 대답이 세상의 어느 곳에 적혀있다면, 그는 그 대답을 맞출 겁니다.

독창적이지만, 제대로 된 대답이 있는 수수께끼여야 해요. 

"녹색이고, 다리가 10개고, 점프를 하는 것은 무엇?"이라는 질문의 대답이 "마쉬멜로"일 수는 없잖아요?

그리고 "지금 내 주머니 안에 있는 물건이 뭐지?"라는 본인만 정답을 알고 있는 질문을 하면 안 됩니다. (악마인 그라면 맞추고도 남겠지만)

그냥, 제발, 상식을 사용해서 수수께끼를 만들어 주세요. 

 


4. 데어를 하기로 선택했다면, 그가 당신에게 은근 쉬워 보이는 데어를 시킬 수도 있습니다.

편지를 전하라든지, 10자리 숫자를 화장실 문칸에 적으라든지.

이런 데어를 받았다면, 그리고 당신에게 조금이라도 경계심이 살아있다면, 머리를 써서 바로 거절해버리세요.

당신에게는 영향을 끼칠 일이 아니라도, 다른 수많은 이들에게 상처를 줄 계획의 한 부분일 가능성이 매우 높으니까요.

당신은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이 어딘가에서 죽는다 해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을 성격을 지니고 있을 수도 있겠죠.

그렇다면 적어도 그 일을 한 후로 뉴스에 나오는 거의 모든 사건들에는 당신의 책임이 있다는 가능성이 생긴다는 것을 잊지 말아주시길.


5. 몇 번이나 말했지만, 제한시간은 제대로 지켜주세요.

66문이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그는 당신의 정신을 홀리기 위해 온갖 수단을 가리지 않고 말을 걸어올 것입니다.

너무나 매혹적인 이야기에 끌려 "조금만 더... 아직은 시간이 있어"라는 마음이 들 때는, 이미 늦어버렸을 거에요.

무슨 일이 있어도, 66분 안에 게임을 끝내주세요.


지금쯤 당신은 이 게임이 의외로 위험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있겠죠.

정신적인 데미지 외에는 아무 영향도 끼치지 않을 테니까요.

아쉽게도, 이 게임은 어느 무엇보다도 위험한 행위입니다.

예를 들어보죠:

이미 짐작했겠지만, 당신은 그와 대화할 때 그를 절대로 시야에서 놓치면 안 됩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그의 모습을 놓치지 마세요.

누군가가 당신의 등을 건드릴 것입니다.

누군가가 뒤에서부터 당신을 응시하는 기분이 들 것입니다.

거울의 주변에서부터 검은 안개가 살아있는 듯이 꾸물거릴 것입니다.

한동안 아무 소리도 없다가, 당신이 안도의 한숨을 쉬려는 그 순간,




쾅!!!!!!!!!!!!!!!!!!!!!!!!!!




하고, 어딘가에서 고막이 찢어질 듯한 소리가 들려올 것입니다.

놀란 당신은 경계를 늦출 것이고, 그런 당신을 보고 있던 악마의 얼굴은 공포로 인해 일그러질 것입니다.

제대로 된 목소리도 내지 못하는 듯, 경악한 얼굴로 당신의 뒤를 손가락질하며 입을 뻐끔거릴 것입니다.

그의 두 눈 안에 가득 담긴 두려움은 당신의 고개를 돌리겠죠.

뒤에는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앞에도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그를 시야에서 놓쳐버린 순간, 악마는 거울 속에 있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사라진 건 아니겠죠.

있을 거에요.




당신이 있는 그 방 안에.




다음날 경찰이 당신의 시신 중에 얼마나 많은 부위들을 찾을 수 있을지는, 그의 기분에 따라서 달라지겠죠.

또 다른 경고를 하자면, 그에게서 "네 이름은 뭐니?"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절대로 알려주지 마세요.

물론 그는 당신의 이름 따위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당신이 그 이름을 입 밖으로 내서, 그에게 당신의 이름을 확인시켜주는 행위는

흡혈귀를 당신의 집으로 초대하는 짓이나 다름없습니다.

당신이 정말로 바보같아서 이름을 알려줘 버렸다면, 소환해낼 때 사용한 보호 장비들은 아무 쓸모가 없어지고 당신의 영혼은 지옥으로 끌려가겠죠.


정말로 마지막의 경고를 말하자면,

정말 고장난 라디오가 되버린 기분이지만, 제한시간을 넘기지 마세요.

이 실수는 당신이 저지를 수 있는 실수 중에 단연컨데 가장 최악의 실수일 것입니다.

악마는 당신이 제한시간을 넘겼는지 안넘겼는지에 대한 언급은 전혀 하지 않겠죠.

운이 좋은 경우에는 그의 승리를 표현하는 비웃음을 흘끗 볼 수도 있습니다. 물론 당신은 기분탓이라고 여기며 그의 표정을 무시하겠죠.

당신은 불들을 도로 켜고, 장비들을 주섬주섬 챙긴 뒤, 방문을 열 것입니다.




그리고 문 밖에는, 아무것도 없을 것입니다.




그래요, 아무 것도 없을 거라는 말입니다. 그저 새하얀 공간이, 어느 방향으로도 이어진 공백이 당신을 반길 것입니다.

당황한 당신은 도로 방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겠지만, 방은커녕 거울밖에 남아있지 않겠죠.

거울 안에는 당신이 앉아있었던 방이 비춰져 있고, 거울에 반사된 당신은 당신에게 가벼운 미소를 날려준 뒤, 방 밖으로 유유히 나갈 것입니다.

여기까지 왔다면, 당신의 영혼은 이제 갇혀버렸다는 걸 알아차리겠죠.

그는 당신의 텅 빈 껍데기나 다름없는 몸으로 위장하고 세상으로 나갈 것입니다.

거울을 깨뜨릴 기세로 치면서 비명을 질러봤자, 어느 누구도 당신을 도울 수 없을 거에요.

아직은 괜찮은 것 같죠? 그저 공백의 세계에서 영원히 머무는 것 뿐이니까.




당신은 아직 이해하지 못한 것 같군요.




인간의 영혼이라는 것은, 육체로부터 자유로워져서 정신으로 만들어진 덩어리나 다름없어요.

너무나 연약한 존재가 되버리는 거죠.

그리고 이승도, 저승도 아닌 어느 경계도 모호해지는 공백의 공간은

현실과 환상 사이의 경계 따위도 녹아버리고 말아요.

당신이 공백 속에 갇혀서 느껴버린 모든 감정들이,

분노,

슬픔,

두려움,

그 모든 감정들은 공백 안을 가득 채우겠죠. 당신의 상상력의 도움을 받아서 흔히 말하는 '괴물'로 변할 것입니다.

당신의 상상력이 그리 대단하지 않다면, 괴물들도 그렇게 위협적이지는 않겠죠.

그렇게 무섭지도, 강하지도 않은 그 존재들을 언젠가는 이겨낼 노하우도 생길 수도 있을 거에요.

만약 당신의 상상력이 남들보다 뛰어나고, 일그러지고, 어느 누구보다도 흉측하다면

그런 당신의 무의식 속에 잠재하고 있었던 괴물들은 당신의 두려움을 좀 더 뜯어내기 위해 입을 다실 것입니다.

만약 당신이 이런 공포스러운 사이트의 단골이라면, 물어볼 것도 없겠죠.

당신이 창작해낸 이런 지옥에서부터 벗어나고 싶다면, 방법은 단 한 가지입니다.

그를 다시 불러내는 것.

그를 다시 불러내서 이 거울에서부터 나오게 해달라고 부탁하면, 그는 흔쾌히 승낙할 것입니다.

당연한 대가를 받겠지만요.




그럴 수도 있겠죠 뭐.

당신의 상상력이 너무나 뛰어난 나머지 차라리 지옥으로 끌려가는 편이 낫겠다 -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아닌가요?




그 정도로 뛰어난 상상력을 가지고 있다면, 그런 당신의 재능을 써먹을 방법은 차고 넘치니까요.

악마 한명으로는 수만 명의 정신을 망가뜨릴 수 없거든요. 재능이 있는 도우미는 언제나 환영입니다.

그리고 또다른 대가도 잊으면 안되겠죠.

당신의 몸을 빼앗은 그는 다음날의 해가 뜨기 전까지 뭐든지 할 자유가 주어집니다.

해가 뜨는 시기가 오면, 당신의 육체는 기다렸다는 듯이 피식 쓰러지며 죽어버리겠죠.

이유를 밝히기 위해서 해부를 해봤자 심장마비라는 의미불명한 원인밖에 찾지 못할 것입니다.

너무 안심해서는 안 되겠죠.

악마잖아요. 그 짧은 시간 안에 뭐든지 해낼 방법은 어디에도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아무렇지도 않게 식칼 세트를 구입한 후에 고아원에 가서 거기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몰살해버리거나,

당신을 신뢰하고 있는 소중한 지인을 불러내서, 그가 방심한 그 순간... 이런, 설명은 여기까지 해야겠군요.

어쨌든 무슨 말을 하고 싶은 지는 이해가 가시겠죠?

어째서 시간을 넘기지 않는 것이 이토록 중요한지 알 것이라고 믿겠습니다.

정말로 드문 경우중에 하나겠지만, 그가 당신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손가락 하나 대지 않고 밤을 지세우는 경우도 있겠죠.

좀더 가볍고, 

좀더 강력한,

맹독이 온 몸을 서서히 마비시키는 듯한 짓을 할 수도 있을 겁니다.

아무것도 적혀있지 않은 선물상자를 깡패들이 가득한 이웃 동네에 보내거나,

너무나 오래된 문서를 찾아내 그 책을 어린아이들이 자주 다니는 도서관의 책장에 꼽아두거나,

새벽 3시에 전철역 앞에서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 정신병자의 귓가에 아주아주 중요한 말을 속삭여 주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요즘 시대에 이런 놀이들에 관한 지식도 없고 관심도 없는 사람들을 위해서

이 의식이 사라지지 않기 위해서




모 사이트에 그 놀이를 퍼뜨릴 수도 있겠죠.




희생양이 되버린 젊은 이의 몸을 빌려서 그의 관심사에 들어가는 사이트를 알아본 후,

알아듣기 쉽게 놀이 방법을 포스트해 둘 수도 있겠죠.

아하하, 농담이 너무 심했을지도 모르겠군요.

설마 여기까지 읽어놓고 쫄아서 게임을 하지 않겠다는 말은 하지 않으시겠죠?

이렇게 친절하게 악마가 설치해둘 함정까지 자세하게 적어뒀는데.

설마 그런 초등학생 수준의 수법에 걸려서 영혼을 잃어버릴 리는 없을 거 아닙니까.

아, 죄송합니다. 누군가가 저를 부르고 있네요.




뭐?

벌써부터 거기서 나오고 싶다고?

네 상상력은 남들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뛰어나겠구나.




- 완벽해.

 


번역 : 스레딕 - 괴담전문 거북이표 번역사무소
  • tory_1 2023.10.15 16:13
    흥미롭다
  • tory_2 2023.10.16 15:25

    재밌다... 악마님 한국말은 좀 할 줄 아십니까

  • tory_3 2023.10.16 16:58
    허잉 마지막부분이 악마가 하는 말인거야..?
  • tory_4 2023.10.18 01:46
    육체를 차지한 악마의 영업인가..
  • tory_5 2023.10.21 03:07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3/12/02 11:26:41)
  • tory_6 2023.10.28 10:34
    요즘은 악마도 바이럴을 뛰어야 하는구나 빡세네
  • tory_9 2023.11.15 00:23
    영업해야 먹고 사는 시대 ㅠ ㅠ
  • tory_7 2023.10.28 18:47
    ㅅㅋㄹ
  • tory_8 2023.11.08 10:48

    오 재밌게 읽었따

  • tory_10 2024.01.16 03:03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4/01/17 00:13:00)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날짜 조회
전체 【영화이벤트】 갓생을 꿈꾸는 파리지앵 3인의 동상이몽 라이프 🎬 <디피컬트> 시사회 8 2024.05.02 740
전체 【영화이벤트】 전 세계 2,500만 부 이상 판매된 베스트셀러 원작 애니메이션 🎬 <창가의 토토> 시사회 8 2024.05.02 637
전체 【영화이벤트】 변요한 X 신혜선 X 이엘 🎬 <그녀가 죽었다> 사건브리핑 시사회 46 2024.04.30 1825
전체 【영화이벤트】 드디어 시작된 숙명의 대결! 🎬 <극장판 하이큐!! 쓰레기장의 결전> 시사회 55 2024.04.30 1994
전체 디미토리 전체 이용규칙 2021.04.26 569814
공지 꿈글은 오컬트방에서 작성 가능합니다. 2021.02.25 264208
공지 공포방 공지 69 2017.12.18 279444
모든 공지 확인하기()
1164 공포괴담 낡은 지갑 9 2024.04.08 5520
1163 공포괴담 2000년 인터넷에 올라왔다 삭제된 1960년대 초에 일어난 이야기 19 2024.04.08 7003
1162 공포괴담 친구가 내 이름을 3천만원에 사겠다는데... 7 2024.04.08 5447
1161 공포괴담 나 초딩때 있었던 일인데... 1 2024.04.08 4003
1160 공포괴담 며칠 전부터 아무도 없는데 방범 알람이 계속 울리는거야 4 2024.04.08 4450
1159 공포괴담 나 진짜 소름 돋는 꿈 꿨어 3 2024.04.08 4057
1158 공포괴담 개쫄보였는데 괴담 안 무서워진 이유가 18 2024.02.16 5015
1157 공포괴담 신기 있는 친구랑 술 먹는데 웬 아줌마 얘길 하는거야 7 2024.02.16 4436
1156 공포괴담 어떤 돌비 영상을 찾고 있는데 아는 톨 있을까? 4 2024.01.27 1409
1155 공포괴담 여자는 못사는 집 57 2024.01.23 9723
1154 공포괴담 옛날에 인터넷에서 봣던 결혼 앨범 얘기 8 2023.12.31 3773
1153 공포괴담 핫도그가게에서추천힌 수상한 전라남도 다리 밑 펜션 10 2023.12.14 12302
1152 공포괴담 누군가가 엄마 성대모사한 썰 12 2023.11.21 22510
1151 공포괴담 돌비 라디오 듣는 토리야 이 얘기 뭔지 알아??ㅠㅠ 4 2023.11.15 23705
1150 공포괴담 보로보로< 일본에서 활동하는 공포유튜버 아는 톨 있어..? 22 2023.11.14 27648
» 공포괴담 이 글은 악마와 대화할 수 있는 방법을 적어놓은 글입니다. 10 2023.10.15 32247
1148 공포괴담 돌비 거의 모든 편 보는 톨 있을까?? 9 2023.09.30 21251
1147 공포괴담 롯데월드 혜성특급 괴담 모음 17 2023.09.29 23281
1146 공포괴담 6년 전부터 계속해서 꾸는 꿈이 있다 6 2023.09.28 30299
1145 공포괴담 감기약을 먹지 않으려는 이유 12 2023.09.27 32671
목록  BEST 인기글
Board Pagination 1 2 3 4 5 6 7 8 9 10 ... 59
/ 59

Copyright ⓒ 2017 - dmitory.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