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이미 몇년전부터 한번쯤 가보고 싶다는 생각은 했지만 선뜻 가기 힘든곳이 정신과라 늘 생각만 했었어.

그러다 토리들 정신과 다녀온 이야기나 관련 질문 보면서 조금씩 마음을 먹기 시작했고.

오늘 딱 두번째 병원에 다녀왔어. 

겨우 두번째라 별건 없지만 다른 토리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해서 후기를 쪄본다.


일단 나는 엄청나게 증상이 있거나 하지는 않았어. 그래서 과연 이게 가도 될 증상인지 고민이 많았어.

있었던 증상을 최대한 써보면...


1. 해뜨는걸 봐야 안심하고 잘수있고, 밤에 자려고 누우면 이상하게 불안해서 아무리 잠이와도 잠들수가 없었어.

2. 자는 와중에 10번 이상은 깼다가 잠들길 반복했어. 수면의 질이 매우 낮았음.

3. 하루에서 소변보러 화장실을 몇십번씩 들락거렸어. 가봐야 몇방울만 나와도 마치 쌀것 같은 기분에 안갈수가 없음.

   여행가거나 멀리 나갈 일 생기면 일단 화장실을 언제든 갈수잇는 루틴을 짜둬야 출발함.

   방광염은 아니엇음.

4. 손바닥에 뭔가 묻는걸 견디기가 힘듬. 하루에서 스무번 이상 물로 손을 적셔야 안심이 됨.

   뭔가 만지면 손이 더러워지는 강박적인 생각이 점점 심해짐.

5. 불안증세 -> 공황장애 오가는 증상이 스트레스 상황이 되면 발생함.

   아무리 숨을 크게 들이켜고 또 들이켜고 공기만 들어오고 산소는 전혀 안들어와서 호흡이 안되는 느낌...

   마치 물고기가 물밖에 나와서 아가미 들썩이며 질식해죽어가는 느낌.

   (하지만 딱 그 정도기 때문에 죽을거라는 생각까지는 거의 안들었어.)

6. 감정적으로 지나치게 무뎌짐. 지난 십년 이상 울어본적이 없음. 크게 웃어본적도 없음.

   엉엉 울면 뭔가 풀릴것 같은데 절대 안 울어짐.

7. 심할 정도로 일이나 뭔가에 집중이 안됨. 하루종일 쓸데없는 짓만 하며 시간을 죽이고

   정작 꼭 해야하는 일 같은건 전혀 해내지 못함. 



증상은 이 정도였어.

보면 알겠지만 하나하나 떼서 보면 누구나 조금씩은 가질수잇을만한 증상이고 심하지도 않았어.

그래서 갈때까지 몇년이나 걸린것 같아.



몇달전에 새로 개원한 의사 한명있는 새 정신의학과로 방문했고,

긴장해서 들어가니 의외로 사람들이 있어서 다행스러웠어.

간호사는 매우 조심스럽고 친절한 편.


병원에 가서 몇가지 조사지를 체크했어.

난 내가 불안증이나 성인 ADHD일거라고 생각하고 갔는데 

의외로 의사가 내린 진단은 엄청나게 억압된 우울증, 그리고 강박증이었어.

우울증이 너무 심하면 아예 감정 자체를 못 느끼는 상태가 되는데 내가 그런 경우래.

그리고 그렇게 억눌림이 이어지다보니 점점 강박증도 나타나서 심해지는 케이스.


첫 상담이라 거의 30분 넘게 했고, 이야기 하다보니 아하, 하고 깨닫는 부분도 몇가지있었어.

대부분 사람들 정신문제가 그렇지만 결국 가족문제로 도달하게 되더라고.


약은 아주아주 약한 정도로 아침 저녁 약을 일주일 먹었어.

불안증이나 공황장애, 아주 약한 진정제 정도인걸로 대충 눈치챘고...


먹은 후로 달라진건 이거야.


1. 잠을 깊이 자고 자는 동안 거의 깨는 일이 없다.

   내가 샤오미 미밴드를 차고 있는데, 약 먹기전에는 깊은 수면시간이 평균 2시간이었어.

   근데 약 먹은 후로는 깊은 수면시간이 4시간이 넘게 나오더라.

   자다 깨는 일도 거의 없고, 도중에 화장실 가는 일도 거의 없음.


2. 습관적으로 강박적으로 가던 소변화장실 횟수가 현저히 줄었음.

   몇년간 방광염인지 의심해서 가봐도 아니라고 하고, 그냥 과민성방광인가보다하고 살았음,

   30분에 한번은 간것 같은데, 이제 가끔만 가게 되고 소변볼때 시원하게 많이 나오는게 신기함.


3. 낮에도 좀 졸려서 낮잠을 자게 됨. 

   난 이게 약 부작용이라고 생각했느데, 오늘 가서 의사한테 들으니 괜찮은거래.

   그동안 오랫동안 잠을 너무 제대로 못자고 수면의 질이 나빴기 때문에

   잠오고 잠잘수있는 상황이면 푹 많이 많이 자며 심신을 좀 회복시켜야한다고 했음.



그 외.


난 사실 위의 증상완화 보다는 집중력 저하와 무기력으로 일을 못하는 것을 좀 어떻게 하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의사 말로는 일단 몇년간 이어진 우울증과 수면 부족을 약으로 좀 회복시켜 놓은 다음에

집중력을 올리는 약으로 천천히 갈아타는 방식으로 가야한다고 했어.

그래서 그냥 부지런히 병원을 다닐 생각이야.


병원비는 초진, 간단한 검사지 몇개와 상담, 약 일주일치 해서 삼만원 좀 넘게 나왔고,

두번째 방문에서는 짧은 상담과 2주일치 약 처방으로 2만원 조금 덜되게 나왔어.

물론 국민건보 처리해서 나온 금액이고.


병원 다녀와서 느낀건.. 정말 별거 아니라는거야.

정신과 가는걸 너무 꺼려할 필요가 없더라.

그냥 안 좋은곳 있으면 가서 약 먹고 주사 맞듯이, 마음이 아프면 가서 치료받는게 맞는것 같아.


정신과와 보험 문제에 대해서는 건강방에 몇개 올라온 글이 있으니 그거 참고하믄 될것 같아.


다들 건강하자!


  • tory_1 2018.12.29 22:41
    후기 정말 고마워 덕분에 용기난다
  • tory_2 2018.12.30 00:01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0/09/06 03:24:33)
  • tory_3 2018.12.30 00:20

    고맙다..나도 용기내서 다음주에 정신과 방문 하는 토리인데..고작 이게 뭐라고 몇년동안 그 늪에서 못빠져나왔을까 싶어서..ㅠㅠ 난 정신과 방문하는게 내가 문제 있다고 인정하는거 같아서 회피했던거였는데 토리 글 보니까 진짜 별거 아니구나. 잠 못자고 몇번이나 화장실 가는거 나랑 증상 똑같아. 난 이게 진짜 괴로웠거든 심하면 새벽에 20번도 넘게 화장실 가는거..ㅠㅠ 방광염도 아닌데. 약으로 좋아질 수 있는 부분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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