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완치 후기 글 올라온 거 읽고 나도 용기 내어 써본다.
이 글은 코로나 걸린 이후에 생긴 이상 증세들이 중점이고 현재 진행형이니 제발 퍼가지 말아줘.
나는 외국에 사는 토리고 작년 초반에 남편 통해서 감염된 케이스야. (나이는 둘 다 40대)
외국에선 아직 마스크 안 쓰고 다니고 마스크 소용없다 얘기 나오던 시절에 걸렸어.
호흡 곤란 정도로 중증이 아니라면 입원도 안 시켜주고
집에서 아세트아미노펜(파라세타몰) 먹으며 자가치료 하는 게 다였어.
짧게 쓰자면 남편은 초반에는 몸살로 며칠 동안 누워 있었고 힘이 하나도 없는 무기력 상태는 2주 넘게 갔었던 것 같고
기침은 거의 세 달 동안 했었어.
나는 몸살로 며칠 몸져 누웠었고, 가슴이 답답한 증상이 일주일 정도 갔었고(산소 포화도는 정상이었음)
이후에 몸에 진짜 힘이 하나도 없는 상태가 꽤 오래 갔었어.
다 나았구나, 느껴졌던 게 1달 반 정도 이후였는데 그래도 남편이 계속 기침을 했어서 걱정을 했었지.
그리고 면역 체계가 망가진 게 드러나기 시작한 건 코로나 걸리고 4~5달 후부터였을 거야.
입에 어느 날 갑자기 구내염이 생기더라고. 입에 상처가 난 것도 아닌데.
어릴 때 잘 안 먹어서(빼빼 말랐었어) 몇 번 겪은 적 있었지만
진짜 십몇 년이 지나도록 생긴 적이 없었는데 느닷없이 몇 개가 생기더라고.
그리고 관절이 아프더라. 몸살이 아니라 무릎, 발목, 발가락, 손가락 관절이 아팠어.
그리고 뭘 먹은 것도 아닌데 체한 것처럼 속이 더부룩하고. 배가 아프기도 하고.
재택근무로 집에만 있던 시절이라 피곤할 것도 없고 건강 생각해 잘 챙겨먹던 시절이어서 좀 의아했었지
그리고 며칠 후 소파에 누워 남편이랑 같이 영화를 보다가 남편 몸에 다리를 부딪혔는데 너무 아픈거야.
바지를 걷고 보니까 종아리 앞쪽에 붉게 반점들이 생겼더라고. 모기 물렸을 때 막 긁으면 붓는 것처럼 빨갛게 부어 올랐는데 건드리면 아팠어. 뭐지.. 싶었지만 이런 적은 처음이라 별거 아니겠지 싶었어. (나중에 알았지만 결정성 홍반이라고 부름)
그리고 나서, 결정적으로 병원을 찾게 만든 건 성기에 생긴 궤양이었어.
약간 불편한 느낌이 들다가 아프더라고. 그래서 거울로 봤는데, 세상에...
구내염이랑 똑같이 생긴 하얀 염증이 성기 입술 부분에 생긴 거지.
결혼한 지 오래됐고, 성병일 확률은 제로라서 당장 주치의 약속을 잡았는데 며칠 후에 잡히더라고. (해외라 바로 못 가.)
증상을 보더니 베체트 병일 확률이 있다고 각종 검사를 받게 했고 대학 병원에 추천서를 써줬어.
(베체트 병은 희귀난치성 자가면역질환이야)
각종 피 검사 받고(베체트 병과 같은 증상이 나올 수도 있는 다른 병인지 소거하기 위해 루푸스, 매독 검사 등 검사를 몇 개 받음) 혹시 망막, 포도막에 염증이 생겼을까봐 안과 가서 눈에 약물 넣고 눈 뒤쪽까지 빛으로 비춰보는 검사를 받았어.
그리고 한달, 한달 반 뒤에 대학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어.
그때는 증상이 거의 사라졌을 때라... 내가 자세하게 기록한 증상 일지와(나도 처음 겪는 이상 증상이어서 초반에 타임라인을 좀 적어뒀었어) 피부에 남은 자국들로 진료를 받았어.
베체트 병일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다고 하시더라.
왜냐하면 보통 반복적으로 구내염이 생기거나 다른 증상들이 반복되는데
나는 베체트병 진단 조건을 충족시키는 증상들이 다 있지만 이번이 처음이라... 더 두고 봐야 한다는 거지.
그래서 또 일련의 검사들을 받았어. 그렇게 혈액 샘플을 많이 뽑기는 처음이었어. ㅠㅠ
역시나 다른 질병일 수도 있으니 소거하기 위해 진짜 온갖 검사들을 다 받았어.
그리고 혹시 폐 꽈리부분에 염증이 생겼을까봐 엑스레이도 대학병원에서 찍었어.
검사 결과는 이상이 없다고 나왔고
3개월에 한 번씩 외래 받기로 했는데 그 이후에 갔을 때 여전히 증상이 없어서 6개월로 바꾼 상황이야.
(다음 외래는 12월)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었음.
가끔 피부에 모기 물린 것처럼 가려운 붉은 반점이 생기는 거야.
난 모기인 줄 알고 가렵지 않게 물파스 같은 걸 발랐는데
얼마 지나면 진정이 되다가도 한참 뒤에 간혹 같은 부위가 또 가려우면서 물집 같은 반점이 생기더라고.
정확하게 같은 부위를 무는 건 아닐 텐데 이상하다 싶었지.
그런데 나중에 여름이 되고 확실히 알게 되었는데 햇빛 알레르기였어.
코로나로 봉쇄령에 재택근무하니 밖에 잘 나가지 않아 모르다가 (간혹 테라스 나가 햇빛 쐬면 군데군데 나타난 거였음)
봉쇄령 좀 풀리고 사람 없는 산으로 등산을 갔다가 햇빛 쬐고 엄청나게 생겨버린 거지.
(자외선이 아주 강하면 피부가 붉어지고 가려워지는 편이라 여름에는 차단제 바르고 긴팔, 긴바지 입는 편인데
저 등산한 날 긴바지를 입었는데 허벅지 뒷부분에 반점들이 엄청 생겼어. 바지를 입었는데!)
사진 혐 주의.... (많이 자르고 줄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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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성이 많은 편이라 전혀 긁지 않는데도 빨갛게 올라오고 정말 가려워.
역시나 병원 갔더니 스테로이드 연고랑 항히스타민제 처방해주면서
차단제 바르고 긴팔, 긴바지, 모자 등등 햇빛을 차단하는 수밖에 없대.
일단 저렇게 반점들이 생겨버리면 완전히 사라지기까지 3~4주 걸린대. ㅠㅠ
그 이후로... 외출할 때, 해 강하면 자외선 차단제를 온 몸에 바르고 긴팔, 긴바지 입고 나가.
그리고 항히스타민제 복용해서 미리 예방해주고.
햇빛 알레르기 검색하면 고 박지선 씨 얘기가 나오는데...
정말 내가 흡혈귀인가 싶을 정도로 햇빛을 무서워하게 돼.
모기 물려도 괴로운데 저게 온 몸에 생기면... 정말 이게 사는 건가 싶어지거든.
역시 현재 진행형이야. 그늘로만 다니고 더워도 온 몸을 감싸는 수밖에 없어.
이제 마지막...
히스타민 과민증이 생겼어.
이것도 없던 증상이었는데...
어느 날부터인가 머리가 가렵고 두드러기가 올라오더라고.
파인애플 통조림의 파인애플 슬라이스 세 개 먹었는데 두드러기가 나고
맥주 반 잔 마셨는데 두드러기가 나고
무알콜 맥주도 그렇고
훈제 소시지와 양배추 절임 먹어도 그렇고... 새우는 말해 뭐해.
그래서 뭘 먹고 나서 몸이 간지러우면 뭣 때문에 그런지 적어둬.
히스타민이 많이 들어있는 것들 빼면 먹을 수 있는 게 별로 없어.
그런데 또 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들이야.
코로나 걸리기 이전에는 잘 먹었던 음식들이고.
베체트 병 증상들은 아직 다시 겪진 못했어. 영원이 다시 생기지 않기를 바랄 뿐이야.
나머지 두 가지는 현재진행형이라... 조심하면서 살고 있어.
어쩔 수 없고, 너무 가려우면 항히스타민제 먹고. ㅠㅠ
의사가 이건 코로나 때문에 생긴 거라고 땅땅! 한 건 아니지만,
코로나 걸리기 이전에는 없었던, 그러나 지금은 생겨서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고 있는 이상 증세들 써 봤어.
참고로 난 백신 접종 2차까지 다 마쳤고 화이자 맞았는데
1차는 몸살 하루 정도 있었고 2차는 거의 아무런 증상이 없었어.
꽁꽁 싸매고 휴가도 다녀왔으니 혹시라도 같은 증상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 있다면 너무 좌절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