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토리들 안녕 휴일들 잘 보냈니?
요즘 건강방에 정신과 진료 관련 질문이 많은거 같아서 내 치료 경험 함께 나눠볼까해~!

나는 지금 28살이고 처음 스스로 공황장애가 있다고 인식했던 건 대학생 때부터야.
22살 때 피부관리실에서 고무팩을 얹고 있다가 처음으로 공황발작을 겪었어. 그 전에도 똑같은 관리 계속 받고 있었는데 정말 뜬금없이 발병했지...
갑작스러운 빈맥, 식은땀, 떨림, 지금 당장 죽을 것 같은 공포감이 증상이었어.

이후로도 공황발작을 몇번 더 겪었는데 발병 장소의 공통점이 ‘내가 지금 당장 쉽게 빠져나가지 못하는 곳’이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폐소공포증이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의식적으로 그런 장소들을 피하기 시작했지.
처음에는 비행기, 지하공연장 같은 곳이다가 나중에는 터널, 엘리베이터, 시외버스, 지하철까지...일상에서 너무 가까운 장소들이 내가 가지 못하는 곳이 됐어.

하지만 이 모든 증상들이 몇 년에 걸쳐서 진행됐기 때문에 이게 치료가능한 질환이라는 생각조차 못하고 있었어.
그러다 연예인들의 공황장애 고백이 이슈가 되면서 내 증상이 공황장애라는걸 알게 되고 치료를 결심하게 됐지.
내 경우에는 공황이 오는 상황에 대한 예지불안이 너무 심해서 삶의 질이 굉장히 떨어졌고 그것 때문에 우울감을 많이 느꼈거든. 내가 눈 떠 있는 모든 시간을 공황을 걱정하면서 보냈다고 보면 돼...공황장애 때문에 많은 가능성이 사라진 내 미래를 암담해하면서 참 많이 울었어.

처음에는 개인적으로 해결해보려고 관련 서적도 읽고 미술심리치료도 받았는데 그냥 인데놀 한알 먹는게 더 효과가 있더라구.
그래서 결국 올해 초에 정신과에 처음 내원했고 검사 결과 공황장애 진단을 받았어. 아침 저녁으로 인데놀 수면제 신경안정제 등을 복약했고 일주일에 한번 3-40분 정도 상담 진료를 받았어. 비용은 공황장애 검사가 3-5만원 사이, 상담+약값이 보험 적용되서 만천원 정도였어. (노파심에 말하는데 회사나 가족이 토리의 정신과 진료 기록을 볼 수 있는 루트가 거의 없기 때문에 이 부분 걱정하지 않았으면 해! 그리고 내가 다닌 병원은 데스크에서 약 제조도 같이 해서 줘서 약국 방문하는 부담도 없었어. 프라이버시가 보장되는 느낌...)

총 7개월 정도 꾸준히 약물치료했고, 최근 개인 사정으로 병원 방문 못해서 약 처방 및 진찰 못 받은지가 3개월 정도 된 상태야.
마지막 공황 발작이 작년이니 상태가 꽤 호전된 것 같지? 비행기 타고 해외여행도 다녀왔고 출퇴근 할 때 지하철 한시간 타도 전혀 아무런 공포를 느끼지 않아.
정상인들은 이게 너무나 일상적인 일이지만 발병 후에 나에게는 이게 영원히 이뤄지지 않을 것 같은 꿈같은 일이었기에 지금 너무 행복해.

만약 지금 치료를 망설이는 토리들이 있다면 바로 병원에 가라고 권하고 싶어. 병원마다 치료 스타일이 다 다르겠지만 나에게 맞는 선생님을 만나면 정말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아. 약물치료도 중요한데 상담도 진짜 중요하다고 느꼈거든. 하지만 사람마다 처방이 다르고 상담도 다르기 때문에 이 부분은 굳이 쓰지 않을게.

공황장애가 신체적으로는 아무런 해가 없는 질병이지만 대신 정신적인 데미지가 정말 큰 병이기 때문에 망설이는 토리들이 있다면 꼭 하루 빨리 병원가서 치료 받기를!!

혹시 글에 문제가 있다면 둥글게 말해주고 궁금한 점 있다면 댓글 달아줘. 내가 아는 선에서 성심성의껏 답할게!
  • tory_1 2019.10.03 22:32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2/03/10 21:55:58)
  • tory_2 2019.10.03 23:13

    긴글 정성들여서 써줘서 고마워

    꼼꼼하게 읽어볼게

    토리 글 읽고 힘내볼게!! 

  • tory_3 2019.10.04 11:33
    혹시 공황장애가 사람이 많은 곳에서도 일어나니? 주위에 가까운 사람이 공황장애인 것 같은데 비행기는 괜찮다 했었고 택시 지하철 버스 엘리베이터 사람이 빽빽한 공원 같은 데서 약간 숨쉬기 힘들어하고 식은땀 흘리고 그러더라고. 이것도 매번 그런 게 아니라 심할 때는 심하고 별로 안 심할 때는 어느정도 괜찮고 ㅜㅜ 첨엔 대중교통 이용할 때 그래서 멀미인 줄 알았는데 사람 많은 장소에서도 가끔 그러길래(가끔 빽빽하게 들어찬 영화 상영관... 도) 공황장애 중 하나일까? 증상이 심해보여서 정신과 추천했는데 본인이 달가워하질 않아서 걱정이야 ㅠㅠ
  • W 2019.10.04 14:20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1/12/09 23:33:52)
  • tory_5 2019.10.23 03:51
    아휴 너무 친절해서 고마운 글이다 증말ㅠ 나도 호전된 케이스인데 토리랑 넘 비슷해. 피부과에서 팩얹을때 겪어본적도 있고ㅠ 그러고보니 나이도 같네ㅠ 지금 남들에겐 당연한 일상이 내게 너무 감사한? 그런 마음으로 살고있어ㅎㅎ 사실 아직도 버스타는 건 힘들지만 토리글보고 용기를 얻구간당! 이 글보고 내가 다 행복해졌어ㅎㅎ 고마워 앞으로 더 행복하자!♡
  • tory_6 2019.11.22 22:00
    안녕 톨아 치료 경과가 좋다고 하니 일단 너무 축하하고 다행이야! 나는 가족중에 공황장애로 인해 대장성 과민 증후군이 있다고 치료를 시작하고 약을 먹으며 일주일에 한번씩 병원을 다니는 동생을 두고있어. 약을 조금씩 바꿔가면서 반년정도 됐을때 동생이 갑자기 살이 20키로 가까이 찌고 (평생 마른편이었어) 지금은 불안증세로 환청이 생기고 수면유도제와 수면유지제를 처방 받으면서 이후엔 몽유병도 생기고 (새벽에 일어나서 칼로 과일이나 야채를 깍아 먹고 혼잣말을 계속 한대) 요즘엔 눈물이 계속 줄줄 난다는데 약을 먹으면서 매주 치료을 받았는데 이렇게까지 악화가 될 수 있는지 아마 결혼해서 남편과의 관계가 큰 원인같은데 그것만으로 병원다니고 약도 먹는데 사람이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는지 너무 무섭고 불안하고 슬프고 내가 무언가 대신할 수 없어서 갑갑한 상태야ㅜㅜ
    지금 다니는 병원을 내가 좀 따라가 봐야 하는지 여의도에 있는 개인병원이라는데 좋아지고 나쁘고가 병원에 따라 차이가 클까? 톨이는 어디 병원인지 좀 알 수 있을까? 나한테 하나뿐인 동생인데 나는 동생없이 못사는데 똑부러지고 진짜 핵인싸였던 동생이 집밖에 못나가고 저러고 있는게 견딜수가 없이 마음이 아파ㅜㅜ
  • tory_7 2020.05.16 20:26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2/07/26 13:50:04)
  • tory_8 2022.12.11 21:15
    ‘내가 지금 당장 쉽게 빠져나가지 못하는 곳’ 이거 정말 공감된다. 나는 달리는차 기차 타면 그래 좀만 빨리 달리는 느낌나면 당장 세우고 나가고 싶어. 병원 다니면 정말 나아지니? 회사에서 단체워크숍 가서 장거리 여행갈거 같은데...오래된 글이지만 남겨봐ㅠ
  • W 2023.04.16 17:46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3/06/08 10:46:59)
  • tory_9 2023.01.19 11:38
    토리야 .. 글 써줘서 고마워 나도 피부과 관리 많이 받아봤는데도 불구하고 이번년부터 고무팩올릴때 증상이 나타나더라고. 비행기 방금 10시간 타고 내렸는데 중간에 숨이 안쉬어져서 승무원들이랑 같이 시간 보냈어 승무원들 쉬는공간에서 .. 내가 지금 당장 빠져나가지 못하는곳이라고 생각이 들다보니까 미쳐버릴거같더라… 더군다나 대한항공은 아직 기내와이파이가 안되어서 더 단절된 느낌이었어. 경험 공유해줘서 고맙고 나도 치료를 어떻게 받으면 좋을지 생각해봐야겠어
  • W 2023.04.16 17:43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3/06/08 10:4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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