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리정원
대략


남편은 도망가버리고 울고 있어서
화자가 차라리 내가 남편이었으면 좋았겠다

누구보다 일 하면서 열심히 살았던 여자인데

어느 날 사람에게는 분류나 종류가 있다면서 분류를 할 때 그걸 옆에서 듣고 있다가 화자가 나는 너한테 자랑스러운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이런 내용의 시인데 키워드로 여러번 검색해도 나오질 않아

별로 유명한 시이거나 유명한 시인의 시는 아닌 것 같고 어디서 봤는지 조차 불분명한데 ㅠ 혹시 아는 토리 있을까..
  • tory_1 2020.10.14 10:08

    나의 자랑 이랑 김승일


    넌 기억의 천재니까 기억할 수도 있겠지.
      네가 그때 왜 울었는지. 콧물을 책상 위에 뚝뚝 흘리며,
      막 태어난 것처럼 너는 울잖아.
      분노에 떨면서 겁에 질려서. 일을 하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 네가 일을 할 줄 안다는 것이.
      이상하게 생각되는 날이면, 세상은 자주
      이상하고 아름다운 사투리 같고. 그래서 우리는 자주 웃는데.
      그날 너는 우는 것을 선택하였지. 네가 사귀던 애는
      문밖으로 나가버리고. 나는 방 안을 서성거리며
      내가 네 남편이었으면 하고 바랐지.
      뒤에서 안아도 놀라지 않게,
      내 두 팔이 너를 안심시키지 못할 것을 다 알면서도
      벽에는 네가 그린 그림들이 붙어 있고
      바구니엔 네가 만든 천가방들이 수북하게 쌓여 있는
      좁은 방 안에서,
      네가 만든 노래들을 속으로 불러보면서.

      세상에 노래란 게 왜 있는 걸까?
      너한테 불러줄 수도 없는데.
      네가 그린 그림들은 하얀 벽에 달라붙어서
      백지처럼 보이려고 애쓰고 있고.
      단아한 가방들은 내다 팔기 위해 만든 것들, 우리 방을 공장으로, 너의 손목을 아프게 만들었던 것들.
      그 가방들은 모두 팔렸을까? 나는 몰라,
      네 뒤에 서서 얼쩡거리면
      나는 너의 서러운,
      서러운 뒤통수가 된 것 같았고.
      그러니까 나는 몰라,
      네가 깔깔대며 크게 웃을 때
      나 역시 몸 전체를
      세게 흔들 뿐
      너랑 내가 웃고 있는
      까닭은 몰라.
      먹을 수 있는 걸 다 먹고 싶은 너.
      플라타너스 잎사귀가 오리발 같아 도무지 신용이 안 가는 너는, 나무 위에 올라 큰 소리로 울었지.
      네가 만약 신이라면
      참지 않고 다 엎어버리겠다고
      입술을 쑥 내밀고
      노래 부르는
      랑아,

      너와 나는 여섯 종류로
      인간들을 분류했지
      선한 사람, 악한 사람......
      대단한 발견을 한 것 같아
      막 박수 치면서,
      네가 나를 선한 사람에
      끼워주기를 바랐지만.
      막상 네가 나더러 선한 사람이라고 했을 때. 나는 다른 게 되고 싶었어. 이를테면
      너를 자랑으로 생각하는 사람.
      나로 인해서,
      너는 누군가의 자랑이 되고
      어느 날 네가 또 슬피 울 때, 네가 기억하기를
      네가 나의 자랑이란걸
      기억력이 좋은 네가 기억하기를,
      바라면서 나는 얼쩡거렸지.


  • tory_2 2020.10.14 10:13

    우와 .. 난 그냥 무심코 읽었는데 정말 시 좋다.. 바로 시를 찾아낸 1톨 대단해!! 질문해준 토리 덕에 나도 덩달아 마음이 찡해졌어.. 아침부터 멋진 선물 받은 기분이야~

  • tory_3 2020.10.14 13:48
    역시 일톨루야....!!
  • W 2020.10.14 13:53

    헉 역시 1톨 넘 고마워 나 이거 줄거리만 알고 저 분류하는 부분 이랑 검색어 계속 구글링했었는데 안나왔었거든

    넘 고마워!

  • tory_1 2020.10.14 14:04
    도움이 되었다니 흐뭇하다 ㅎㅎ
    시 읽어준 토리들 즐거운 하루 되길!
  • tory_5 2020.10.14 18:56
    와 진짜좋아.... 고맙다 토리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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