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제목을 달았다고 오해는 하지 마시길. 난 이 책에 대한 가치를 폄하할 생각은 결코 없다. 나는 '신들의 사회'를 읽었을때 부터 젤라즈니를 좋아하게 됐다. 그리고 이번에도 기대를 갖고 이 책을 사게 됐다.
확실히 젤라즈니의 소설은 남성적이면서 매우 화려하다. 그리고 그 속에 있는 인간본질에 대한 고뇌는 그의 소설이 왜 이토록 많은이들에게 인정받고 있는지를 잘 말해준다. 하지만 여자인 나로서는 그의 소설의 남성성때문에 읽으면서 불편함을 느꼈다는 건 부정할 수가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책에 있는 단편들 중 읽으며 불편하지 않았던 것들은 여자가 나오지 않는 단편들이었다. 그 원인에는 번역자인 김상훈씨의 번역 탓도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김상훈씨가 물론 일련의 과학소설의 번역자로서, 이 분야에 권위가 있으신 분이란 것은 잘 알고 있다.
다만 내가 문제삼고 싶은 건 '무조건 남자는 여자를 하대하고, 여자는 남자를 존대하는'말투이다. 특히나, '이 죽음의 산에서'에서 남주인공이 처음 마주친 여자에게 반말부터 해대는 장면을 보고는 솔직히 매우 기가 막혔다. 만약 그 마주친 상대가 여자가 아닌 남자였어도 과연 그렇게 번역되었을까? 남자는 무조건 여자에게 하대를 해야만 남성적인 것인가?
아마 이것은 김상훈씨가 (내 추측으로는)장년의 나이인 남성분이라서 그럴 것이다. 하지만 요즘의 외화를 봐도 남성과 여성은 말투상에서 서로를 동등하게 대하는 것으로 번역되는 추세이다. 김상훈씨는 앞으로 이것하나만 조금더 배려해주셨으면 하는 바램이다. 나와같은 과학소설을 읽는 여성들을 위해서 말이다.
[인상깊은구절]
이런 연유로, 이제 쟈리 다크는 보랏빛 하늘에서 지는 해를 매일 바라보며, 그 움직임을 지켜본다. 왜냐하면 이제 그는 더 이상 얼음과 바위 속에서 꿈이 없는 잠에 빠져 들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는 동포들의 새로운 알료날을 두 눈으로 보는 것을 그만두고, 수명이 다하 ㄹ때까지 전체 <대기>기간의 한순간에 불과한 자신의 인생을 그냥 살아가기로 결정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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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몇년전에 내가 인터넷 도서 사이트에 썼던 리뷰인데 갑자기 생각이 나서 여기도 퍼옴.
남자가 생전 첨 만난 여자한테 대놓고 반말을 찍찍 해대는 부분을 읽고 빡쳐서 저 글을 올렸던거 같네.ㅋㅋ
사회적으로 페미니즘 담론이 슬슬 활발해지기 시작했던 시기고, 나도 나이가 많이 어렸던때라
페미니즘 문제에 많이 민감했었지. 요즘 번역계는 저때보단 많이 나아졌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