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소재를 캐내는 또 한 가지 쉬운 방법은 모방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이 방법을 쓰면 정말 쉽게 출발할 수 있다. 내가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소설, 연속극, 영화 등을 그대로 따라 써보는 것이 시작이다. 특히 소설이 아니라 연속극이나 영화의 내용을 모방하는 것으로 소재 찾기를 시작하면 배끼는 느낌을 처음부터 꽤 가릴 수 있다. 연속극이나 영화는 글이 아니라 영상으로 되어있다. 그 내용을 글로 옮기면 영상이 그냥 옮겨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보고 기억한 내용을 옮기게 된다. 내가 인상적으로 생각한 내용을 중심으로 글이 이루어질 것이고, 내 글솜씨와 내가 좋아하는 표현법으로 화면 속의 장면이 글로 변해 나올 것이다. 그러면서 내 판단과 개성이 녹아든다.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를 그대로 가져오면서도 글을 나다운 솜씨로 꾸밀 수 있다. 무엇보다 내가 좋아하거나 깊이 감동받은 이야기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스스로가 즐겁고 신나게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좋은점이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면서 소재를 다듬으면 이것을 점점 더 괜찮은 이야깃거리로 끌어올릴 수 있다. 기장쉽게 생각 할 수 있는 것은, 원래 모방한 이야기에서 내가 잘 다루지 못할 이야기나 쓰기 싫은 이야기는 빼고 대신 내가 잘 쓸 수 있거나 더 쓰고 싶은 이야기를 한 토막씩 넣는 것이다.
2. 제일 쓰고 싶은 장면은 대체로 제일 중요한 장면이거나 적어도 무척 아끼는 장면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 장면을 잘 써야하고, 그 장면이 멋져야 하고, 그 장면의 비중이 커야 한다. 그런데 그 대목이 절정 장면이라고 해서 나중으로 미뤄두면 그 대목을 쓸 즈음에는 글 쓰는 사람이 힘이 빠져 있을 수가 있다. 그래서 그토록 중요한 장면을 대충 쓰게 될지도 모른다. 처음 그 대목을 쓸 때 왜 그렇게 좋은지, 왜 그게 멋진지 마음속에 갖고 있던 느낌도 시간이 흐르는 사이에 잊힐 수 있다. 처음 글로 쓰면 정말 멋지겠다는 생각을 떠올렸을 때의 흥분과 열기가 시간이 지나면 사그라진다. 그러다 보면 긴 시간 글을 쓰다가 마침내 제일 쓰고 싶었던 장면을 쓸 때가 왔는데, 원래 상상했던 것에 비해 형편없는 것을 쓰게 될지도 모른다. 가장 쓰고 싶었던 장면을 쓰고 있는데, 처음의 구상은 다 사라지고 어찌됐건 어서 글을 끝내자는 생각만 가득차서 대충대충 엉성하게 때워나갈 수도 있다.
반면 가장 쓰고 싶은 장면부터 쓰면 넉넉한 시간을 활용해서 그 장면에 가장 많은 공을 들일 수 있다. 그리고 나중에 다른 이야기를 써 나가다가 다시 가장 쓰고 싶은 장면으로 되돌아가서 그 부분을 다듬고 더 좋게 고칠 기회도 넉넉하다. 그러면 가장 중요한 장면이 가장 많은 시간을 거치며 가장 여러번 돌보는 대목이 된다. 그렇게해서 중요한 장면에 비중을 더 많이 할애하고 중요한 장면을 더 잘 쓸 수 있게 된다. 게다가 일단 이야기의 핵심을 먼저 쓰고보면 이야기를 쓰기 전에 막연히 상상했던 것과 다른 느낌이 들 것이다. 구체적인 글을 눈으로 보고나면 이야기의 구조를 좀 더 냉철하게 돌아볼 수 있을 것이다. 기가막힌 것은, 그렇게 돌아보면 생각보다 절정 장면 전에 꼭 늘어놓아야 하는 다른 이야기가 많지 않다는 것을 깨달을 때가 있다는 점이다. 나는 그런 적이 자주 있었다. 이런식으로 가장 쓰고 싶은 이야기에 내용이 더 집중되고, 더 경쾌하게 넘어가도록 꾸밀 수 있다. 그렇게해서 초반부터 독자가 이야기에 더 잘 빨려들게 만들 수 있다.
-곽재식 <항상 앞부분만 쓰다가 그만두는 당신을 위한 어떻게든 글쓰기 >
일반 작법서처럼 글 쓰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은 아니고
글이란걸 쓸 줄은 알고 쓰고도 싶은데 매번 쓰고싶단 마음만 먹는 아마추어 작가들이 가려워 하는 부분을 잘 긁어주는 책임ㅋㅋ
나한테 유용했던 부분들 발췌해 봄
헉ㅋㅋㅋ사놨다가 책꽂이에 꽂아만 둔 책인데 제목보고 반가워서 들어왔다ㅋㅋㅋㅋ 톨 덕분에 생각나서 읽어야겠어~ㅎㅎㅎ